[사설] 고리대 문제, 금융 정상화와 복지 확충으로 풀어야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오래된 문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방향이다. 그러나 단순히 금리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보다는 금융 생태계 정상화와 복지 보강을 병행하는 종합적 해법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고소득층은 낮은 금리 혜택을 누리는 역설적인 현실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다만 고신용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거나 인위적인 이자율 상한선을 두는 식의 처방은 신용체계 자체를 흔들고, 금융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설계된 제도인 만큼, 근본 대책은 공급자의 구조를 바로잡는 데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서민금융기관은 원래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거 부실화되면서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그 공백을 정부의 정책성 금융상품이 메워 왔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다시 말해, 은행·상호금융 등 민간 부문이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지 않는 한 취약계층은 계속 고리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저소득층이 빚을 지는 이유의 상당수는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 등 기초 생활비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는 단순히 금융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영역과 직결된다. 공적 지원을 강화해 기본 생활비 지출 부담을 줄인다면, 고금리 대출 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서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금융은 단순한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회적 책임과 공익적 역할을 함께 요구받는다. 금융회사는 안정적인 신용 공급자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정부는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복지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약탈적 대출의 고리를 끊고, 금융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