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75개 AI 에이전트로 업무 재편…삼성SDS가 구축 맡는다
우리은행이 인공지능(AI)을 은행 업무 전반에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구축은 삼성SDS가 맡는다. 고객 응대와 내부 지원 업무를 넘어 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어서 금융권의 업무 체계가 본격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삼성SDS는 7일 우리은행의 ‘AX를 위한 AI 에이전트 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업을 통해 175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AI 에이전트를 대규모로 실무에 배치하는 사례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핵심은 AI를 별도 서비스가 아니라 은행의 실제 업무 흐름 안으로 들여오는 데 있다. 우리은행이 구상하는 ‘AI 에이전트 뱅킹’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토대로 여러 업무 단계에서 AI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고객 문의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처리와 지원, 검토, 관리 기능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적용 대상은 5대 영역, 29개 핵심 업무다. 고객관계관리와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업무자동화가 포함된다. 은행 업무 중에서도 고객 접점과 수익 창출, 리스크 관리에 직접 맞닿은 영역이 대거 들어갔다는 점이 눈에 띈다. AI를 일부 부서의 실험적 도구가 아니라 은행 운영 체계의 한 축으로 편입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업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여러 단계를 거쳐 처리하던 업무를 AI가 보조하거나 일부 수행하면서, 담당자는 판단과 검토, 승인에 집중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회사 측은 이 과정에서 업무 처리 속도가 약 30%가량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자사 AI 에이전트 플랫폼 ‘패브릭스(FabriX)’를 기반으로 우리은행 전용 AI 플랫폼과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러 언어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기존 은행 시스템과 AI를 연결하는 구조도 설계한다. 금융권 프로젝트에서는 신규 기술 도입보다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데이터 품질, 운영 안정성 확보가 더 큰 과제로 꼽히는 만큼, 이번 사업에서도 그 부분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은행권에서 AI 사업이 쉽지 않은 이유는 업무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고객 정보, 거래 기록, 여신 심사, 자산관리, 내부통제 체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새로운 기술을 얹더라도 보안과 정확성, 책임 구조를 함께 맞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AI 기능 몇 개를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은행 시스템 전반의 운용 방식을 조정하는 작업에 가깝다.
구축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삼성SDS는 오는 5월부터 사업에 착수해 올해 12월까지 약 90개의 AI 에이전트를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8월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전체 체계를 확대한다. 초기에는 적용 효과가 분명한 업무를 중심으로 안착 여부를 살피고, 이후 활용 범위를 넓히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주는 삼성SDS의 금융 IT 사업 확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금융권은 안정성과 보안 요구가 높아 기술 역량뿐 아니라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장이다. 우리은행처럼 핵심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삼성SDS는 금융권 AI 전환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의 중장기 IT 인프라 최적화 사업도 삼성SDS가 함께 맡는다. 이 사업은 유닉스 기반 시스템을 리눅스 환경으로 전환하는 U2L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인프라 구조를 손보는 작업과 AI 도입이 병행되면서, 우리은행은 서비스 혁신과 시스템 기반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업무 처리 구조를 바꾸는 AI 프로젝트와 시스템 유연성을 높이는 인프라 전환이 맞물리면 후속 디지털 전환 작업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은 그동안 챗봇, 상담 지원, 문서 처리 자동화 같은 형태로 AI를 도입해 왔다. 이번 사업은 그보다 범위가 넓다. 여신과 자산관리, 내부통제처럼 은행 핵심 기능에 AI를 연결하는 방식이어서, 구축 이후 실제 성과가 확인되면 다른 금융사들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의 AI 경쟁이 고객 서비스 고도화에서 업무 운영 혁신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를 활용한 경영 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SDS 역시 금융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AI·클라우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권 AX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AI가 은행 업무 전반에 안착할 수 있을지, 또 기대한 수준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구축 과정과 현장 적용 결과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