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풍년, 30년 만의 ‘진풍경’…가격도 반토막
가을철 별미 전어가 예년과 달리 대량으로 잡히면서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산업계는 “30년 만에 보기 드문 풍년”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이달 초 전어 경락가는 1㎏당 평균 1만3천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3천900원에 비해 약 43% 낮다. 서천 등 주요 산지의 경매가격도 1만4천 원대에 형성돼 작년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물량 급증이 있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전국 수협에 위판된 전어는 94t으로, 작년 9월 한 달 물량(38t)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어민들은 “올해처럼 전어가 쏟아진 해는 기억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전어 풍년의 원인은 기후 조건 변화다. 작년에는 이례적인 고수온과 가뭄으로 전어 어장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올해는 여름 기온이 다소 낮아지고, 강수량이 3~4배 늘어나면서 바닷물 염도가 낮아졌다. 염분이 옅은 해역을 선호하는 전어의 특성상, 산란과 회유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수협 관계자는 “전어는 민물고기는 아니지만 낮은 염도의 바다를 좋아한다”며 “올해 강수량이 늘면서 어획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년보다 풍성한 전어가 시장에 풀리면서 소비자들은 가을 밥상에서 ‘전어구이’를 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한 어민은 “작년엔 횟집 사장도 전어를 못 먹을 정도였는데, 올해는 손님이 원하면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