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격차 5개월 만에 축소… 한국은행, 금리 인하 카드 힘받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소폭 내리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다섯 달 만에 줄어들었다. 그동안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 우려로 금리 인하에 신중했던 한국은행이 다음 달 통화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전날(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25~4.50%에서 4.00~4.25%로 인하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연 2.50%)와의 차이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 4월 한은이 금리를 내린 이후 양국 간 금리 차가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5개월 만의 변화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 왔다. 실제로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서도 일부 위원은 “내외 금리차 확대가 외환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차 축소로 이러한 부담이 다소 완화되면서, 집값과 가계부채, 경기 성장률 등 국내 요인에 따라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미국이 9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하면서 우리도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회의에서 공개된 FOMC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3.50~3.75%로,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위원은 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등 의견이 갈렸다. 미국 관세 정책과 주요국 재정 불안 같은 대외 리스크도 부담 요인이다.
외환시장도 흔들렸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Fed 내부에서 ‘0.5%포인트 인하’ 의견이 소수에 그친 데다,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긴축적 시각을 유지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리 차 축소로 숨통은 트였지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