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의약품 불법 거래 5년 새 43배 급증… 처벌은 제자리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동물용의약품 불법 거래가 폭증하면서 반려동물 건강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고발·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미미해 단속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한 수의사가 해외 사이트를 통해 10억 원대 미허가 동물용의약품을 들여와 인터넷 카페와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다 적발됐다. 또 다른 업체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허위 광고하며 불법 구매를 알선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명구 의원(국민의힘, 구미시을)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 동물용의약품 불법 수입·판매 적발 건수는 1,98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32건에서 2024년 1,379건으로 늘어나 5년 새 약 43배 급증했다.
그러나 고발이나 수사 의뢰로 이어진 사례는 같은 기간 총 54건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적발 건수의 68.7%가 고발로 이어졌지만, 2024년에는 0.6%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적발만 있을 뿐 실질적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동물용의약품은 약국이나 지정된 점포 외 장소에서는 판매할 수 없으며, 신고하지 않고 수입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 광고·알선 역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집행은 법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불법 판매업체의 대표나 연락처 등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통관 관리도 허술하다. 불법 동물용의약품 통관은 관세청이 맡고 있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10년간 관세청에 통관 강화 협조를 요청한 사례는 단 한 차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사이트 차단 조치 역시 우회 경로가 빠르게 생겨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강명구 의원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불법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반려동물이 떠안게 된다”며 “관계 기관이 협력해 통관 기준을 강화하고 불법 수입·유통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