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하이라이트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는가… 미국 특허청, AI 발명자 불인정 방침 확정

미국 특허청, AI 발명자 불인정 방침 확정… 인간 중심 지식재산권 체계 재확인

미국 특허청이 2025년 11월 말 AI 보조 발명에 대한 인벤터십 지침을 수정하면서 다시 한번 인간 중심 특허 체계를 강조했다. 이번 지침은 생성형 AI가 연구 과정에서 실질적 기여를 하더라도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기술 발전과 제도 정비가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결정은 국제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특허청은 이번 지침에서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한정하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법령상 발명은 기술적 아이디어를 구성하는 정신적 행위를 수반하는데 AI는 이 과정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AI는 법적 권리와 책임을 지닐 수 없으며 특허 제도는 권리와 의무가 함께 귀속되는 구조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2024년 초 발표된 기존 초안이 AI의 제한적 기여 인정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열어두었던 것과 달리 이번 지침은 방향을 명확히 수정했다. AI 기반 연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제도의 중심축을 다시 인간에게 두는 조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판단이 반복됐다. DABUS 사건에서 미국과 영국은 AI를 발명자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유럽연합도 동일한 해석을 적용해 자연인 중심 원칙을 고수했다. 중국은 제한적 논의를 거듭했으나 아직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전 세계 대부분의 특허 시스템이 책임 주체와 권리 귀속을 자연인에 한정하고 있어 AI가 연구 과정의 핵심적 역할을 맡더라도 제도적 지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제도보다 앞서는 상황에서 법체계는 안정성을 우선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발명 개념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정 공정 설계, 신약 후보 도출, 시뮬레이션 기반 구조 최적화 등 고도 기술 분야에서 AI의 기여는 이미 연구자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특허 심사에서는 인간의 창의적 기여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기여 분리를 위한 문서화 방식은 연구의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으며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과 비용 측면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한 연구의 효율성과 특허 체계의 보수적 구조 사이의 간극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번 지침은 산업·정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AI 보조 발명은 향후 연구개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에서 특허를 확보해야 하는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은 규정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연구자는 AI 활용 과정 전체를 기록해야 하며 기여 구조를 분리해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인간이 어떤 핵심적 판단을 내렸는지, 연구의 결과가 어떻게 도출됐는지를 정교하게 기술해야 심사 과정에서 혼선을 피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중소규모 연구개발 조직에는 새로운 행정 부담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 특허청이 향후 유사한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 지식재산권 체계가 미국 중심 구조를 따르는 경향이 강한 만큼 국내 제도 역시 글로벌 기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 기반 연구가 국내 산업 곳곳에서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제도 정비 논의는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연구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기여도 구조의 명확한 관리 필요성은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에도 공통된 요구로 자리 잡고 있다. R&D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해지는 시점이다.

해외 사례는 변화가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미 연구 단계에서 기여 기록을 체계화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다. 인간 연구자와 AI 시스템의 역할을 분리해 기록하며 특허 취득 과정에서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의 많은 연구기관은 아직 AI의 기여를 명확히 구분해 설명하는 기록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가 늘어나면서 AI가 발명 과정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출원 문서에서 이 기여가 어떻게 정리돼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국제 기준 변화는 기록의 표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발명의 개념 자체가 변화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AI가 설계 과정과 문제 해결 과정에 실질적 기여를 하게 되면 발명 개념의 정의가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책임 주체 확정 어려움과 권리 귀속 문제를 이유로 AI 발명자 인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제도는 안정성과 명료성을 우선해 인간 창의성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AI의 역할은 법적 지위를 갖지 않는 보조 도구 범위에 머물러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도는 방어적 구조를 강화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특허청의 이번 결정은 기술 혁신의 방향을 제도적 틀 안에서 조정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AI가 발명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에도 책임과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는 안정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R&D 기록 관리 체계의 정교화, AI 활용 단계의 명확한 정리, 기여 구조의 투명한 설명이 새로운 표준이 될 전망이다. 지식재산권 전략은 한국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 환경에서 더 큰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AI 시대의 발명 주체 문제는 단순 기술 논쟁을 넘어 산업과 제도의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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