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과 큐레이션이 돈이 되는 조건…전문가·후기·알고리즘은 언제 지갑과 만족도를 움직이나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참여한 ‘트렌드 코리아 2027’은 2026년 9월 30일 출간됐다. 다만 책이나 저자의 해석과 별개로, 안목과 큐레이션이 실제 소비에서 돈을 더 쓰게 만들고 선택 만족도까지 높이는지는 따로 검증해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연구를 종합하면 답은 단순하지 않다. 큐레이션은 소비자의 지불의사와 만족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누가 추천하는지, 추천 근거가 얼마나 많이 축적됐는지, 소비자가 스스로 통제감을 느끼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즉 ‘좋은 것을 골라주는 힘’이 항상 프리미엄을 만들지는 않는다. 경험재처럼 취향이 중요한 상품에서는 이용자 평가가 전문가 평가보다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고, 반대로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나 후기가 적은 상황에서는 전문가 판단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알고리즘 추천도 마찬가지다. 추천의 정확도만 높다고 만족도가 자동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며, 추천을 소비자가 요청했는지, 추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지, 추천이 클릭을 늘리는 방향인지 아니면 사용자가 원래 추구하던 선택을 돕는 방향인지가 함께 작동한다.
전문가 추천과 이용자 후기는 서로 대체재가 아니었다
전문가 추천과 이용자 후기를 정면 비교한 최근 연구들을 보면, 소비자는 대체로 전문가보다 다른 이용자의 평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4년 Journal of Business Research에 실린 연구는 10개 상품 범주, 20개 제품에 걸쳐 이용자 평점이 전문가 평점보다 더 자주 선택된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소비자가 제품을 실제로 써 본 사람의 경험 정보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 효과는 항상 고정적이지 않았다. 경험 정보의 중요성이 낮아지거나 이용자 평점의 개수가 적어지면 전문가 평가 쪽으로 무게가 다시 이동했다.
이 조건 차이는 다른 분야 연구에서도 반복된다. 2019년 JMIR 연구는 미국 의료평가 플랫폼의 클릭 자료와 실험을 함께 분석했는데, 환자 평가가 많은 수의 후기 위에 쌓였을 때는 전문가 평가보다 환자 평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소수 후기만 붙어 있을 때는 전문가 평가의 영향력이 더 컸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객관적 품질을 일반 소비자가 직접 판별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도, 후기의 양이 충분하면 사람들은 전문가보다 자신과 비슷한 타인의 판단을 더 따르기 쉽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안목의 작동 방식을 단순한 ‘전문성 우위’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가 실제로 반응하는 것은 절대적 권위보다 자신과의 유사성, 경험 정보의 구체성, 그리고 후기가 얼마나 많이 축적돼 있는지 같은 신호다. 다시 말해 전문가 큐레이션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품질 판별이 특히 어려울 때 강하고, 이용자 큐레이션은 취향과 사용 경험이 중요한 시장에서 후기 규모가 커질수록 강해진다.
지불의사는 리뷰와 추천이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지갑이 열리는 지점도 비슷하다. 2013년 Decision Support Systems 연구는 온라인 상품 리뷰와 판매자 리뷰가 소비자의 불확실성 평가를 거쳐 지불의사에 영향을 준다고 봤다. 이 연구는 소비자가 먼저 상품 자체의 불확실성을 보고, 그다음 판매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시 평가하는 2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무엇을 사야 하는지와 누구에게 사야 하는지가 분리돼 판단된다는 뜻이다.
2016년 Journal of Interactive Marketing 연구도 같은 방향을 보탰다. 이 연구는 리뷰 수가 많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지불의사가 커지는 것은 아니며, 리뷰의 긍정도와 분산도, 그리고 소비자가 리뷰 통계를 읽는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수의 후기라도 어떤 소비자에게는 불확실성 감소 신호가 되지만, 다른 소비자에게는 취향이 갈린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안목이나 큐레이션이 가격 프리미엄을 만드는 핵심은 ‘좋아 보이게 포장하는 능력’보다 불확실성을 어떻게 줄이느냐다. 후기가 많고, 내용이 일관되며, 판매자 신뢰까지 함께 뒷받침될 때는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일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정보가 많아도 신호가 서로 충돌하거나 취향 분산이 큰 상품이면 큐레이션은 오히려 선택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알고리즘 추천은 클릭보다 통제감과 목표 정렬이 중요했다
알고리즘 추천은 소비 선택에서 이미 일상적 도구가 됐지만, 여기서도 핵심은 추천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작동 방식이다. Journal of Retailing에 실린 2023년 메타분석은 98개 연구, 122개 표본, 소비자 3만2172명의 자료를 모아 추천 에이전트의 성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소비자가 추천 품질을 높게 인식할수록 의사결정 만족도와 추천 시스템 자체에 대한 만족도, 향후 사용 의도가 함께 높아졌다. 특히 협업필터링, 상호작용형 추천, 사용자가 원해 받아보는 추천이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다만 알고리즘이 만족도를 높이는 경로와 지불의사를 움직이는 경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Information Systems Research에 실린 2018년 연구는 개인화 추천이 소비자의 원래 선호와 인구통계 특성을 통제해도 지불의사 자체를 끌어당길 수 있다고 보고했다. 추천이 단지 탐색 비용을 줄이는 도구를 넘어, 소비자가 제품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더 높은 클릭이 더 높은 만족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2023년 Scientific Reports 연구는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실제 선호’보다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선호’에 맞춰질 때 클릭은 다소 줄어도, 서비스를 위해 돈을 낼 의사와 시간이 잘 쓰였다는 느낌, 회사가 내 이익을 고려한다는 인식이 더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추천의 상업적 가치는 체류시간 극대화가 아니라 사용자가 나중에 그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와도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 지점에서 큐레이션의 질을 가르는 조건이 드러난다. 알고리즘 추천은 소비자 대신 결정해 줄 때보다 소비자가 선택 범위를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게 도울 때 만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플랫폼이 무엇을 최적화하는지 드러나지 않거나, 추천이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 소비자의 탐색권을 약화시키면 추천 정확도와 별개로 반감이 커질 수 있다.
한국 소비 현실에서도 문제는 정보 부족보다 정보 해석 부담에 가깝다
국내 조사도 같은 방향의 시사점을 준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전국 20세 이상 1만 명을 조사한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서 종합 소비생활 만족도는 63.7점으로 2023년보다 4.4점 낮아졌다. 소비자문제 경험률은 50.4%로 절반을 넘었고, 금융·보험 분야는 중요도가 높아졌지만 만족도는 11개 분야 중 가장 낮은 66.2점이었다. 소비자원은 복잡한 상품 구조와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가 선택 부담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소비의 확산도 큐레이션 문제를 더 앞세운다. 같은 조사에서 성인의 73.1%가 디지털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었고, 전자상거래 경험자 가운데 모바일쇼핑 이용률은 91.8%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온라인쇼핑몰 이용자 1500명을 조사한 별도 만족도 조사에서도 종합만족도는 5점 만점에 3.76점으로 아주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주문·배송 과정 평가는 높았지만 상품 자체와 안전성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온라인 환경에서 선택의 편의는 커졌지만, 무엇을 믿고 골라야 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조건을 종합하면 안목자본은 단순히 ‘비싼 것을 알아보는 감각’이라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큐레이션을 신뢰할지 판단하는 능력에 더 가깝다. 후기가 충분히 쌓인 경험재에서는 다수 이용자의 평가가 더 유용할 수 있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전문가의 선별이 더 큰 가치가 있다. 알고리즘은 이 둘을 대체하기보다 잘 연결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따라서 안목과 큐레이션이 지불의사와 선택 만족도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그러나 조건부로”라고 답하는 편이 정확하다. 검증된 연구들은 큐레이션이 소비자의 가격 판단과 사후 만족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그 효과는 정보의 양 자체보다 정보의 출처, 후기의 규모, 소비자의 통제감, 추천이 겨냥하는 목표에 의해 갈린다. 정보가 넘치는 시장에서 돈이 되는 것은 모든 것을 많이 아는 능력보다, 어떤 추천을 언제 받아들일지 구별하는 판단 규칙에 더 가깝다.
자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KOBIC 신간도서정보서비스 ‘트렌드 코리아 2027’(2026.9.30.); 한국소비자원, ‘2025 한국의 소비생활지표’ 소개 자료(2026.7.); 한국소비자원, ‘온라인쇼핑몰 만족도, 주문·배송 과정 높고 상품은 낮아요’(2024); Richard A. Essig, ‘The Preference for Users to Experts in the Domain of Online Product Ratings’(2024); Kerstin Hennig-Thurau 외, ‘When Similarity Beats Expertise—Differential Effects of Patient and Expert Ratings on Physician Choice’(2019); Jianan Wu 외, ‘User Reviews and Uncertainty Assessment: A Two Stage Model of Consumers’ Willingness-to-Pay in Online Markets’(2013); Yinglu Wu·Jianan Wu, ‘The Impact of User Review Volume on Consumers’ Willingness-to-Pay’(2016); Markus Blut 외, ‘Testing the Performance of Online Recommendation Agents: A Meta-analysis’(2023); Gediminas Adomavicius 외, ‘Effects of Online Recommendations on Consumers’ Willingness to Pay’(2018); Poruz Khambatta 외, ‘Tailoring Recommendation Algorithms to Ideal Preferences Makes Users Better Off’(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