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첫 장중 6,900 돌파…AI 반도체가 끌어올린 ‘칠천피’ 기대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6,900선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는 단숨에 4% 넘게 뛰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7,000선, 이른바 ‘칠천피’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오후 장중 전 거래일보다 300포인트 넘게 오른 6,900선 안팎에서 움직였다. 지수는 전장보다 2.79% 오른 6,782.93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웠고, 오후 1시쯤 6,902.67까지 오르며 사상 첫 장중 6,900선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인베스팅닷컴 실시간 지수에서도 오후 2시 5분 기준 코스피는 6,891.88로 전 거래일보다 4.44% 상승했고, 장중 고가는 6,911.83으로 표시됐다.
이날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장중 4%대 강세를 보였고, SK하이닉스는 11% 넘게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주가 140만 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천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투톱의 동반 급등이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코스피 전체를 끌어올린 셈이다.
수급도 강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 원 넘게, 기관은 1조9천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밀어 올렸다. 반면 개인은 4조8천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최근 급등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AI 반도체 실적 개선과 글로벌 자금 유입 기대를 반영해 대형주를 사들이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증시를 떠받치는 가장 큰 재료는 인공지능 투자 확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투자를 계속 늘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 서버용 D램, 낸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가 106.6으로 기준선 100을 넘었고, 대부분 업종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반도체 호조가 전체 전망을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 전망지수는 191.4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물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DI는 최근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경기 하방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 급등은 단순한 국내 증시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시장의 병목은 주로 엔비디아 GPU였지만, 최근에는 HBM과 서버 메모리, 첨단 패키징, 전력 인프라로 투자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이 흐름의 직접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몰리는 모습이다.
다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경계감도 적지 않다. 코스피는 최근 한 달 동안 급등세를 이어왔고, 반도체 대형주에 매수세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기준 코스피의 1개월 상승률은 28%를 넘었고, 52주 고가도 이날 새로 경신됐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차익 실현 매물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7,000선 돌파 여부가 반도체 실적 가시성과 외국인 수급 지속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유안타증권은 앞서 5월 코스피가 6,200~6,900포인트 범위에서 중립 이상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지수 전반에 베팅하기보다 실적과 정책 모멘텀이 있는 종목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지수가 이미 그 상단을 넘어선 만큼 시장의 기대는 한층 앞서가고 있다.
위험 요인도 분명하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가와 물류비가 다시 물가와 금리를 자극할 수 있고, 이는 증시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된다. AI 투자 역시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빅테크의 자본지출이 수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면 투자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한국 기업 실적에는 호재지만, 글로벌 고객사의 비용 부담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이날 코스피 6,900선 돌파는 한국 증시의 주도권이 다시 반도체로 돌아왔음을 상징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메모리 품귀, 외국인 순매수, 수출 호조가 한 방향으로 맞물리면서 시장은 ‘칠천피’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제 관건은 기록 자체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반도체 실적이 실제 기대만큼 따라오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지 않으며, 중동발 비용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때 코스피의 새 고점은 일시적 흥분이 아니라 구조적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