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가문비나무 숲, 2018년 이후 11만㏊ 피해…나무좀 위험은 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나
프랑스 지속가능발전총국, 2026년 9월 30일 피해 정리
일부 저지대 공격 완화에도 쥐라·알프스 산악지대로 확산
감염목 제거는 확산 억제, 수종 다변화는 다음 숲의 생존 전략
프랑스 가문비나무 숲을 덮친 나무좀 위기는, 일부 지역에서 공격 강도가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프랑스 지속가능발전총국이 2026년 9월 30일 공개한 정리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프랑스의 가문비나무 숲 가운데 11만 헥타르 이상이 영향을 받았다. 피해가 한 해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8년 가까이 누적됐다는 점, 그리고 위험 지역이 평지에서 끝나지 않고 쥐라와 알프스의 더 높은 지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자료의 핵심이다.
독자의 질문인 “해충 공격이 줄어도 숲의 위기는 끝났다고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충의 한 시기 밀도가 낮아지는 것과 숲이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미 약해진 숲, 바뀐 기후 조건, 특정 수종에 집중된 조림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공격의 속도가 둔해져도 다음 충격은 다른 장소와 고도에서 반복될 수 있다.
나무좀은 왜 가문비나무 숲을 무너뜨리나
이번 사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나무좀의 작동 방식을 볼 필요가 있다. 가문비나무를 해치는 대표적 나무좀은 수피 아래 조직으로 파고들어 산다. 이 층은 물과 영양분이 이동하는 통로와 가깝기 때문에, 나무가 충분히 방어하지 못하면 급속한 쇠약과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해충만이 아니라 나무의 방어력이다. 고온과 가뭄은 가문비나무의 수분 상태를 악화시켜 수지 분비 같은 방어 반응을 약하게 만들 수 있고, 동시에 나무좀의 번식과 생존에도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프랑스 정부와 산림기관이 이번 위기를 기후 조건과 함께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곤충의 수가 줄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숲이 스스로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저지대에서 산악지대로, 피해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프랑스 농업부가 2024년 중간 점검에서 제시한 흐름은 이번 2026년 정리와 이어진다. 그 자료는 그랑테스트와 마시프상트랄에서는 가문비나무 공격이 감소하는 반면, 쥐라에서는 2018년부터 이어진 피해가 특히 고도 높은 지역에서 심화되고, 북알프스도 초기에 비교적 덜 노출됐던 상태에서 산악 및 아고산 지대까지 강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부의 다른 자료는 쥐라 산괴에서 2023년 이후 1000m를 넘는 고도대까지 위기가 미친다고 정리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더 적합한 생육지로 여겨졌던 높은 고도의 가문비나무까지 취약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평지의 실패를 산으로 옮겨 심는 방식만으로는 해법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수종을 같은 구조로 복원할 수 있는지 자체가 다시 검토 대상이 된다.
감염목 제거와 수종 전환은 서로 다른 문제를 푼다
프랑스 정부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현재의 확산을 줄이는 일이다. 농업부는 2024년 국가 행동계획에서 감염목 박피와 신속한 처리, 이른바 위생벌채를 확산 억제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프랑스 국립산림청도 정기적인 현장 감시를 통해 감염된 나무를 빨리 찾아내고 즉시 베어 확산 위험을 낮추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숲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감염목 제거는 어디까지나 지금 퍼지는 개체군을 줄이는 조치다. 반면 수종 다변화와 재조림 설계는 다음 세대 숲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국립산림청은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피해지를 복원하면서 미래 기후에 더 맞는 수종 조합을 검토하고, 한 수종에 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숲의 구조를 바꾸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위생벌채가 실패한 숲을 정리하는 응급 대응이라면, 수종 전환은 같은 조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적응 전략이다. 따라서 공격 강도가 낮아졌다는 이유로 복원 단계에서 다시 가문비나무만 대규모로 심는다면, 단기 통제와 장기 적응을 혼동하는 셈이 된다.
독자가 구분해 봐야 할 세 가지 기준
첫째, 11만 헥타르는 2026년 단년도 피해가 아니라 2018년 이후 누적 영향 면적이다. 그래서 최근 공격 둔화 소식이 나와도 이미 손실된 숲의 구조와 생산 기반이 곧바로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 둘째, 피해 면적과 현재 번식 속도는 다른 지표다. 면적이 넓고 오래 지속된 위기일수록, 해충 활동이 진정돼도 복구에는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
셋째,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한 벌채량이 아니라 어떤 입지에 어떤 수종을 다시 세우는가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수종이 계속 약해진다면 위기는 형태만 바꿔 되풀이될 수 있다. 프랑스 가문비나무 숲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해충 유행의 끝이 아니라 산림 적응의 시작점에 가깝다. 공격이 줄어드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숲을 이전과 똑같이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