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넘길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 커진다…70여 명 과학자가 짚은 2026 기후위험
1.5도 초과는 한순간의 숫자보다 얼마나 더 높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더 큰 위험을 만든다
해양 열흡수·해수면 상승·대륙 건조가 서로 연결되며 기후 시스템의 관성을 키우고 있다
유럽우주국이 소개한 국제 종합보고서, 단기 날씨가 아닌 장기적 ‘잠금 효과’를 경고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잠시 넘는 것과 오래 넘는 것이 다른 이유는 기후 시스템이 온도계처럼 즉시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 온도가 나중에 다시 내려가더라도 바다가 이미 흡수한 열, 녹기 시작한 빙하와 빙상, 말라가는 토양과 지하수는 같은 속도로 원상복귀하지 않는다. 초과의 높이가 커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가 누적되고, 이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감축·적응·탄소제거의 부담도 함께 커진다. 유럽우주국 기후변화이니셔티브가 10월 6일 소개한 ‘10 New Insights in Climate Science 2026/2027’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이번 보고서는 Future Earth, The Earth League,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이 공동으로 낸 연례 과학 종합물로, 70명 이상 연구자와 200명 넘는 전문가 기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성격은 새로운 단일 실험 결과라기보다 최근 축적된 동료심사 연구를 묶어 정책 판단에 필요한 흐름을 정리한 데 가깝다. 유럽우주국은 자사 위성자료와 기후 기록이 올해 핵심 통찰 여러 개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바다는 이미 받은 열을 수십 년에 걸쳐 방출한다
보고서가 1.5도 초과를 위험하게 보는 첫 번째 이유는 해양의 장기 관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은 해양 열함량이 9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한 해였고, 바다는 지구 에너지 불균형으로 생긴 초과 열의 90% 이상을 흡수한다. 한 번 들어간 열은 해수면부터 수심 2000m 안팎까지 스며드는 데 약 25년이 걸려, 지금의 배출과 에너지 불균형이 앞으로 수십 년 기후를 계속 밀어 올리는 구조가 된다. 그래서 온난화가 한 번 기준선을 넘으면, 나중에 지표 평균기온을 낮추더라도 해양이 만든 추가 가열과 해수면 상승 압력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은 ‘미래 예측’이 아니라 이미 일부가 고정된 변화다
두 번째 연결고리는 해수면 상승이다. 보고서는 지난 30년 동안 전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고 정리했다. 원인은 바닷물이 더워지며 부피가 늘어나는 열팽창과 빙하·그린란드·남극 빙상의 질량 손실이다. 더 중요한 점은 앞으로 수십 년의 온실가스 배출이 수세기 뒤 해수면을 사실상 예약한다는 사실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최근 연구는 현재 정책이 이어질 경우 2050년까지의 배출만으로도 2300년 해수면 상승이 추가 300mm 더 잠길 수 있고, 이 경로가 2090년까지 이어지면 추가 상승 잠금 효과가 800mm로 커질 수 있다고 제시한다. 반대로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강한 감축 경로는 그 가운데 약 600mm를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이 대목은 1.5도 초과의 ‘기간’이 왜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온도가 잠깐 오르는 것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무를수록 얼음 손실과 해양 팽창이 더 오래 진행되고, 그 결과는 사람의 시간척도에서 되돌리기 어렵다. 보고서도 초과 뒤에 지표온도가 다시 1.5도로 내려오더라도 바다, 빙하, 영구동토층 같은 느리게 반응하는 시스템에서는 비가역적 영향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시했다.
대륙 건조는 해수면 상승과도 이어진다
세 번째 축은 육지의 담수 손실이다. 보고서는 2002년 4월부터 2024년 4월까지 NASA의 GRACE·GRACE-FO 중력위성 자료를 토대로, 그린란드와 남극을 제외한 대륙 전반에서 전례 없는 속도의 담수 감소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온난화에 따른 증발산 증가, 눈·얼음 감소, 영구동토 융해, 과도한 지하수 사용이 겹치면서 ‘대륙 건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대략 4분의 3은 2002년 이후 담수를 잃고 있는 101개국에 살고 있으며, 건조 추세 지역은 매년 캘리포니아의 약 두 배 면적만큼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정리했다.
이 변화는 물 부족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하수 손실은 이미 해수면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 됐고, 지난 10년 동안 대륙의 물 손실이 남극 또는 그린란드 빙상 각각보다 더 많은 담수를 바다로 보낸 시기가 있었다. 다시 말해 해양 열흡수, 빙권 손실, 대륙 건조는 따로 움직이는 지표가 아니라 하나의 연동된 시스템이다. 육지가 물을 잃을수록 농업·생태계·식수 안정성이 흔들리고, 그 일부는 다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1.5도 초과’는 특정 연도 기록과 같은 말이 아니다
기사에서 구분해야 할 점도 있다. 이번 보고서가 말하는 1.5도 초과는 특정 연도의 단발성 기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활동이 만든 장기 온난화 경로에서 기준선을 얼마나 넘어서는지에 대한 종합 판단이다. 보고서는 2025년 인간 유발 온난화 수준을 1.37℃로 제시하면서 현재 추세라면 2030년 무렵 1.5℃를 통과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것을 곧바로 “이미 목표가 끝났다”는 식으로 읽어선 안 된다고 함께 말한다. 남은 과제는 기준선 통과 여부 자체보다 초과 폭과 지속기간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정책과 산업이 봐야 할 것은 ‘복귀’보다 ‘최고점 대비’다
이 때문에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도 적응 기준이 달라진다. 보고서는 장수명 인프라와 해안 방재, 수자원 계획은 최종적으로 1.5도에 복귀하는 시나리오보다 그 전에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온난화 수준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초과가 길어질수록 방파제와 제방, 관개체계, 도시 냉방, 조기경보 체계의 요구 수준이 올라가고, 이후 기온이 다소 낮아져도 이미 커진 해수면과 수문학적 적자는 남는다. 탄소제거 역시 초과 기간을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 중요하지만, 보고서는 규모 확대가 식량·물·생물다양성과의 상충을 동반할 수 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번 종합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재난 하나를 더 세게 겪는다는 수준이 아니다. 1.5도 초과의 위험은 해양, 빙권, 담수 시스템이 가진 시간차와 관성 때문에 누적되고 잠긴다. 지금의 감축이 늦어질수록 미래 피해는 선형적으로 늘기보다, 복구가 어려운 변화가 겹치며 더 비싸고 더 오래 남는 형태로 바뀐다. 그래서 1.5도 초과를 둘러싼 논쟁은 임계값을 넘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짧고 낮게 지나가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