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

AI 계정 46개까지 사용해본 창업자가 다시 팀을 고민한다…혼자 모든 일을 해도 조직이 필요한 이유

개발·연구·마케팅까지 AI로 수행하는 1인 창업자 등장…개인의 업무 수행 능력과 기업의 성장 능력은 다른 문제

미국 P&G 직원 대상 실험에서 AI 활용 개인이 비활용 팀과 비슷한 성과…협업의 가치는 업무 분담에서 공동 목표와 판단의 결합으로 이동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발과 연구, 마케팅 업무를 혼자 수행해온 창업자가 다시 팀의 필요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부족해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이후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내 벤처투자회사 해시드(Hashed)가 10월 22일 개최하는 ‘Nitro Track Day’를 앞두고 공개된 행사 소개 글에는 이러한 창업자의 경험이 등장한다. 글에 따르면 한 창업자는 앤트로픽의 유료 AI 서비스인 Claude Max 계정을 최대 46개까지 활용하면서 개발과 연구, 마케팅을 수행했다. 그러나 광범위한 업무를 직접 처리해본 이후에는 특정 분야에 깊이 집중하는 방법과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역량을 결합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다른 창업자는 재택근무 경험이 AI 도입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무실에 없는 동료에게 업무의 목적과 배경을 글로 전달하던 습관이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는 과정에서도 유용했다는 것이다.

두 사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한 사람은 AI를 최대한 활용한 끝에 다시 인간의 협업을 고민하고, 다른 사람은 사람과 협업하기 위해 발전시킨 업무 방식으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AI가 개인의 실행 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처럼 업무를 여러 사람에게 나누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다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인가.

이 질문은 AI 시대의 기업 조직과 인재 활용 방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AI로 혼자 여러 직무를 수행한다…1인 기업의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


기업이 성장하려면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당연한 전제였다. 제품을 만들려면 개발자가 필요하고, 시장을 조사하려면 연구인력이 필요하며, 고객을 확보하려면 마케팅 담당자가 있어야 했다.

창업자가 모든 영역을 직접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조직을 구성했다. 직원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맡았고, 회사는 서로 다른 업무를 결합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했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구조의 일부를 변화시키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있는 창업자는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고객 조사와 시장 분석, 광고 문안 작성, 사업계획서 초안 작성에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별도의 직원이나 외부 업체가 필요했던 일부 업무를 개인이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액센추어 등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실험에서는 생성형 AI 도구가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6년 국제학술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AI 코딩 도구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의 처리 속도를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한 사람이 전문 개발조직의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코드를 작성하는 작업 외에도 제품 설계와 품질검증, 보안관리, 고객 지원, 장기 유지보수 등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AI가 일부 업무의 실행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창업자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초기 고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조직을 갖춘 뒤에야 시도할 수 있었던 사업을 먼저 실행해보고, 성과를 확인한 이후 조직을 확대하는 전략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기술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P&G 실험의 결과…AI를 활용한 개인이 기존 팀과 비슷한 성과


AI가 인간의 협업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는 기업 조직 연구에서도 중요한 주제다.

하버드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등 연구진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생성형 AI가 협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26년 학술지 ‘오거나이제이션 사이언스(Organization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79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AI 사용 여부와 팀 구성에 따라 서로 다른 조건에서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AI를 활용한 개인은 AI를 사용하지 않은 2인 팀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 AI가 기존 인간 협업의 일부 이점을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결과다.

또한 AI는 서로 다른 직무 사이의 관점 차이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AI를 사용하지 않은 연구개발 담당자들은 기술적인 해결책을, 상업 부문 담당자들은 시장과 사업 측면의 해결책을 제안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AI를 사용한 참가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계없이 기술과 사업의 관점을 보다 균형 있게 반영했다.

이 연구는 AI 시대의 조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그동안 기업은 서로 다른 전문지식을 결합하기 위해 팀을 구성했다. 기술자는 기술을 분석하고 마케팅 담당자는 시장을 조사하며, 두 사람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사업계획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AI가 다른 전문 분야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면 개인도 과거보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준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여전히 사람을 채용하고 팀을 구성해야 할까.

연구 결과를 팀의 불필요성을 증명하는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는 특정 신제품 개발 과제에서 수행됐으며, 실제 기업이 장기간 제품을 운영하고 고객을 확보하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모든 상황을 검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구가 제기하는 질문은 달라진다.

AI를 활용하는 개인이 기존 팀의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면, 앞으로 기업은 어떤 기능을 위해 사람들을 함께 일하게 해야 하는가.


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져도 조직의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지지 않는 이유


기업의 성과는 직원 개인이 생산한 결과물을 단순히 더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빠르게 완성하더라도 마케팅 담당자가 목표 고객을 잘못 설정했다면 사업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영업팀이 고객을 많이 확보했더라도 서비스 운영체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고객 불만이 증가할 수 있다.

직원들이 각자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더라도 업무 방향이 서로 다르면 조직 전체의 성과는 제한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생성형 AI의 생산성 효과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와 공동연구진은 여러 산업에 속한 지식근로자를 대상으로 AI 도구의 업무 영향을 분석했다. 2025년 공개된 연구에서는 AI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이메일 처리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회의시간처럼 다른 사람과의 조정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AI가 개인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여러 사람이 함께 바꿔야 하는 업무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 한 명이 AI를 활용해 보고서를 더 빠르게 작성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그 보고서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까지 단축하려면 조직 전체의 업무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개별 업무가 빨라졌다고 해서 기업 전체의 의사결정 속도까지 같은 비율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차이는 창업자에게도 적용된다.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제품 개발과 시장 조사, 홍보 콘텐츠 제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면 초기 실행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핵심 목표가 불분명해진다면 늘어난 실행 능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조직의 중요한 역할은 업무를 나누는 것보다 무엇에 집중할지 정하고 여러 활동을 같은 방향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좋은 사람을 모았는데 왜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협업의 성과는 별도로 만들어진다


AI 시대에 조직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려면 개인의 능력과 팀의 능력을 구분해야 한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와 MIT 공동연구진은 2010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699명을 대상으로 집단의 문제 해결 능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집단 구성원의 평균적인 개인 능력만으로 팀의 성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대신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는 사회적 민감성과 구성원들이 대화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집단의 성과와 연관성을 보였다.

물론 이후 연구에서는 개인의 지적 능력이 집단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초기 연구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따라서 좋은 팀의 성과가 구성원의 능력과 무관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조직의 성과를 개인의 역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뛰어난 개발자와 뛰어난 마케팅 전문가가 한 회사에서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적인 제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동안 마케팅 담당자는 빠른 시장 출시를 요구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더라도 우선순위가 다르면 갈등이 발생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코딩 도구나 시장 분석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어떤 목표를 우선할지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업무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AI가 각자의 전문 업무를 지원할수록 이러한 조정 기능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구성원들이 과거보다 많은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서로의 직무 영역이 겹치는 상황도 늘어날 수 있다. 개발자가 AI로 마케팅 자료를 만들고 마케팅 담당자가 AI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협업을 촉진할 수 있지만 동시에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을 불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각자의 능력을 어떤 목표에 결합할 것인가다.


재택근무에서 배운 업무 설명 방식…AI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조직에도 필요하다


해시드의 행사 소개 글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재택근무 경험이다.

한 창업자는 AI를 비교적 쉽게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원격근무를 꼽았다. 눈앞에 없는 동료에게 업무를 맡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뿐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도 설명해야 했고, 이러한 방식이 AI 에이전트와 협업할 때도 유용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기업의 AI 도입을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무실에서는 업무의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도 가까운 동료에게 질문하거나 구두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원격근무에서는 업무 목적과 필요한 자료, 완료 기준, 예상 결과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AI 에이전트 역시 비슷한 조건에서 작동한다.

사용자가 어떤 업무를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거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면 AI는 기대한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업무 목표와 제약 조건, 사용할 자료, 결과 확인 기준이 정리돼 있다면 수행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재택근무를 잘하는 조직이 반드시 AI 도입에도 성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에는 데이터 접근 권한과 보안, 시스템 연동, 결과 검증 등 별도의 기술적·관리적 과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무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문서화하는 조직의 습관은 AI를 실제 업무에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AI 도입이 기존 조직문화와 분리된 독립적인 과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업무 목적이 불명확하고 담당자 사이의 책임이 정리되지 않은 조직이라면 AI를 도입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오히려 AI가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면서 기존의 혼란까지 빠르게 확대할 위험이 있다.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잘 맡기기 위해 필요한 능력 가운데 일부는 이미 사람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중요했던 능력이다.


AI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창업자가 결정해야 할 것은 무엇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다


AI의 확산은 창업자에게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 인력과 개발비가 부족해 시도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이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제품의 초기 형태를 만들고 잠재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제작이 쉬워진다고 모든 아이디어가 사업적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개발한 이후에는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유지하며 경쟁사에 대응해야 한다.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빠른 개발은 실패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그칠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창업자의 관심이 분산되는 현상이다.

AI가 개발과 마케팅,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면서 한 사람이 여러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고 해도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자본은 제한돼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창업자에게는 실행 능력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실행할 사업을 줄이는 능력이 요구된다.

해시드 행사 소개 글에 등장하는 질문인 ‘앞으로 12개월, 우리 팀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 이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업무량을 줄이자는 제안이 아니다. 기업이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결정하자는 전략적 질문이다.

사업 초기에는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단계에서는 성과가 확인된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가능성이 낮은 활동을 중단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AI는 다양한 선택지를 빠르게 실행하도록 지원할 수 있지만 어떤 선택지에 회사의 미래를 걸 것인지는 별도의 경영 판단이다.

그 판단에는 고객의 실제 수요와 기업의 기술력, 시장 경쟁 상황, 구성원의 전문성, 자금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의 가치는 이러한 판단을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행동을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AI가 개인의 업무를 대신할수록 팀은 다른 이유로 필요해진다


AI가 발전하면 기업의 직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일부 업무에서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생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필요성이 업무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은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전문지식을 결합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유지하며, 개인이 놓칠 수 있는 문제를 검증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기업이 성장하면서 직면하는 문제는 초기 제품 개발과 달라진다.

사업이 확대되면 고객과의 계약, 품질관리, 서비스 운영, 자금 조달, 인재 채용, 법률적 책임 등 다양한 과제가 발생한다. AI가 이러한 업무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각 과제 사이의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일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창업자가 반드시 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제품의 특성과 시장 환경에 따라 소수의 인력이 AI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적합할 수 있다. 특정 기능은 외부 전문가나 플랫폼에 맡기고 핵심 인력만 내부에 유지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직원 수가 아니라 조직이 수행해야 할 기능이다.

한 사람이 AI와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면 반드시 여러 명을 채용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다양한 관점의 검증이나 독립적인 의사결정, 지속적인 고객 관계가 필요한 업무라면 사람을 추가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AI 도입 이후의 조직 설계는 이러한 차이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결국 기업은 사람을 채용하기 전에 그 사람이 수행할 작업뿐 아니라 조직에 어떤 새로운 판단과 전문성을 더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혼자 모든 일을 해본 창업자가 다시 팀을 고민하는 이유


Claude Max 계정을 최대 46개까지 사용했다는 창업자의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계정 숫자 자체가 아니다.

실제로 여러 계정을 활용해 어떤 업무 성과를 거뒀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계정을 많이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생산성이나 기업 성과가 우수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다양한 업무를 직접 수행해본 창업자가 이후에는 전문성의 깊이와 팀의 역량을 결합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는 점이다.

AI를 통해 혼자 일하는 능력을 확대하는 경험은 조직의 필요성을 없애기보다 조직이 필요한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과거에는 직원이 부족해서 사람을 채용했다면 앞으로는 서로 다른 관점을 확보하거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을 채용하는 사례가 중요해질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 역시 직원 한 명이 얼마나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열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더라도 그 가운데 어떤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어떤 사업을 중단할지 결정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자원은 분산될 수 있다.

반면 구성원들이 적은 수의 과제에 집중하고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면서 전문성을 결합한다면 개인의 실행 능력 확대가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AI 시대 조직의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 기업은 각자가 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직원에게 맡기기 위해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상황에서 무엇을 함께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팀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협업이 AI보다 언제나 우수하다는 주장이 아니다. AI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부 협업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는 실증연구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기업을 장기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직적 판단과 공동의 목표는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혼자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과 혼자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구분해야 한다.

AI는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일부 자원을 줄여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성장하면서 필요한 전문성과 검증, 지속적인 실행체계까지 모두 개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언제나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지보다 개인의 역량을 어떻게 조직의 성과로 전환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일을 수행하는 시대에도 팀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여러 사람이 같은 작업을 나눠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과 전문성을 결합해 한 사람이 도달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AI가 혼자 일하는 능력을 높일수록 좋은 팀은 단순한 업무 분담 조직이 아니라 공동의 판단과 집중을 만들어내는 조직이어야 한다.


자료: 해시드, Nitro Track Day 행사 소개 글(2026년 10월); Fabrizio Dell’Acqua 외, The Cybernetic Teammate: A Field Experiment on Generative AI and Teamwork, Organization Science(2026); Eleanor W. Dillon 외, Shifting Work Patterns with Generative AI, Microsoft Research(2025); Anita Williams Woolley 외, Evidence for a Collective Intelligence Factor in the Performance of Human Groups, Science(2010); Barton 외, Smart Groups of Smart People: Evidence for IQ as the Origin of Collective Intelligence in the Performance of Human Groups, Intelligence(2017); The Effects of Generative AI on High-Skilled Work: Evidence from Three Field Experiments with Software Developers, Management Science(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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