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우주하이라이트

“암흑에너지, 약해지고 있다”…우주 가속팽창의 신화를 흔든 DESI의 충격 보고

2025년 3월,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주도하는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프로젝트가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500만 개 이상의 은하에서 수집된 분광 자료를 기반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었다.
결론은 놀라웠다.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에너지’의 힘이 시간에 따라 약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DESI는 4년간 관측 데이터를 통해, 약 70억 년 전(z≈0.7) 을 경계로 우주의 팽창률이 이전보다 완만하게 변화하는 패턴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단정하지 않았지만, “우주 상수(Λ)가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주론의 근간을 흔드는 문장을 보고서에 남겼다.
이 한 문장은 과학계의 오랜 믿음, 즉 ‘우주는 가속적으로 영원히 팽창한다’는 1998년의 신화에 균열을 냈다.


빅뱅 이후의 우주를 지탱해온 ‘상수’의 흔들림

암흑에너지는 1998년 미국 천문학자 브라이언 슈미트와 아담 리스 등이 초신성 관측을 통해 발견했다.
그들은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이 예상보다 더 느리게 감쇠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우주의 팽창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발견은 2011년 노벨물리학상으로 이어졌고, 이후 ΛCDM(람다-콜드다크매터) 모델이 표준 우주론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Planck) 이 2018년에 발표한 우주배경복사 관측 결과는 이를 강하게 뒷받침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과학계는 “암흑에너지는 일정하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DESI의 데이터는 이 확신을 다시 묻는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 천체물리학자 마이클 레비 박사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는 단지 ‘관측 가능한 시대의 우주’였을 수도 있다.”

그의 말처럼, 암흑에너지는 일정하지 않은, 즉 시간에 따라 변동하는 ‘동적 에너지 필드(dynamic field)’ 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십 년간 과학 교과서에 실려온 우주론의 공식을 다시 써야 함을 의미한다.


팽창이 늦춰진 우주, 반론과 논쟁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CfA)의 천문학자 알렉산더 케시 박사는 “DESI의 데이터는 매우 흥미롭지만, 아직 오차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 역시 “관측 구간의 통계적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DESI 연구진이 사용한 표본은 적색편이 구간 0.7~1.6 범위에 집중돼 있는데, 이는 약 70억~110억 년 전의 우주 모습에 해당한다.
즉,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과거의 ‘빛의 잔상’이다.
이 관측이 실제 물리적 변화인지, 아니면 데이터 처리상의 통계적 편차인지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가 더 이상 가속하지 않는다” 는 가능성은 과학계에 거대한 철학적 파문을 던졌다.
이는 단지 한 시기의 데이터가 아니라, 인간이 ‘진리를 믿는 방식’ 자체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과학의 확실성은 어떻게 불확실로 변하는가

과학은 종종 ‘진리의 언어’로 여겨지지만, 그 본질은 검증과 갱신의 반복 과정이다.
DESI 보고서가 던진 질문은 단순한 과학적 논쟁을 넘어, “과학이 진리를 담보하는가, 아니면 진리를 추적하는가” 라는 인식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플랑크 위성이 2018년에 제시한 ΛCDM 모델은 당시의 최선의 데이터에 근거했을 뿐, 영원한 법칙은 아니었다.
과학은 언제나 시간의 산물이며, 데이터는 ‘현재 가능한 시야’를 반영할 뿐이다.

우리가 ‘상수’라 부르는 것들조차, 관측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수로 변한다.
그것은 자연의 변덕이 아니라 인간 지식의 한계다.
DESI의 연구가 보여준 것은, ‘우주가 변한다’는 사실보다도 ‘우리를 둘러싼 이해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다’ 는 점이다.


팽창의 시대에서 성찰의 시대로

20세기의 우주론은 팽창의 서사였다.
빅뱅으로 시작해 은하들이 멀어지고,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는 그림이었다.
그 시대의 인간은 자신을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의 일부”로 상상했다.
그러나 21세기의 과학은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팽창의 속도가 둔화되는 우주, 그 안에서 우리는 ‘끝없는 확장’보다 ‘깊은 성찰’을 요구받는 존재가 된다.

과학은 여전히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확장하지만, 그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점점 ‘내면’을 향한다.
DESI가 우주에서 발견한 ‘감속의 신호’는, 어쩌면 인류에게도 속도를 늦추라는 메시지일지 모른다.
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관측의 망원경이 닿지 않는 영역, 인간의 사유 속에 있다.


진리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인간의 도전

로렌스버클리연구소는 DESI 2차 분석을 2026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
ESA와 NASA는 JWST(제임스웹우주망원경) 자료를 병합해 암흑에너지의 시공간 분포를 재검증하는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즉, 이 논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주가 진짜로 느려지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그 속도를 오해하고 있는가.
DESI가 남긴 질문은 인간이 감히 ‘우주의 법칙’을 정의하려 했던 오만에 대한 경고처럼 들린다.
“우주는 여전히 팽창 중이지만,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는 속도는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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