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실리콘밸리서 AI 협력 전선 넓힌다…소프트웨어 넘어 로봇까지 점검
LG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협력 지형을 넓히며 미래 사업 구상 다듬기에 나섰다. 구광모 LG 대표는 현지에서 글로벌 AI 기업과 로봇 분야 스타트업을 잇달아 만나 그룹 차원의 기술 접목 가능성과 투자 방향을 점검했다. 기업용 AI 소프트웨어와 피지컬AI를 함께 살피며, LG가 추진할 다음 성장축의 윤곽을 구체화하는 행보로 읽힌다.
LG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 2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를 찾아 AI·로봇 분야 주요 경영진과 만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일정은 AI를 개별 실험 단계가 아니라 실제 사업 경쟁력과 연결하기 위한 검토 성격이 짙다. 기술 트렌드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LG가 보유한 제조 기반과 계열사 역량에 어떤 방식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 살피는 데 무게가 실렸다.
구 대표가 만난 곳 가운데 하나는 미국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다. 그는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와 산업 현장에서의 AI 활용 사례를 공유받고, LG의 AI 전환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지점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LG 입장에서는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기술이 아니라 제조·운영 전반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체계로 확장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방문 일정의 또 다른 축은 피지컬AI였다. 구 대표는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인 디팍 파탁, 아비나브 굽타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살펴봤다. 스킬드AI는 로봇의 판단과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LG는 이 만남을 통해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과, 제조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현실성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AI는 최근 산업계에서 주목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분야다.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움직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에는 생산성 혁신의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LG가 이 분야를 직접 챙긴 것은 가전과 전장, 전자부품, 제조 솔루션 등 그룹 전반의 사업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계열사 차원의 연계도 이미 진행 중이다. LG CNS는 스킬드AI와 손잡고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부품 공급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과 부품 경쟁력, 제조 현장 적용 역량을 한 축으로 묶어내려는 구상이 실제 협업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 대표는 이번 출장에서 북미 벤처 투자 거점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도 방문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한 펀드를 통해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이 조직의 성과를 점검하고, 미국 투자 환경 변화에 맞춘 대응 전략도 함께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지 투자 네트워크를 통해 미래 사업의 씨앗을 조기에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LG 내부에서는 AI를 둘러싼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다. 구 대표 역시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AX 시대에는 빠른 실행과 성과 축적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은 이런 기조를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AI를 그룹 차원의 실제 사업 과제로 밀어붙이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번 일정은 LG가 AI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는 점도 보여준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한 의사결정 혁신, 로봇 중심 피지컬AI의 산업 현장 적용, 벤처 투자 거점을 통한 선제적 기술 확보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협업과 투자, 사업화를 함께 묶어내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LG의 실리콘밸리 행보는 향후 그룹의 AI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