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명

일주일만 플라스틱을 덜 썼더니…몸속 화학물질 수치가 달라졌다

배달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오고, 생수는 페트병에 들어 있다. 냉장고 속 반찬통도 플라스틱이고, 마트에서 사는 채소와 과일 역시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을 완전히 피하고 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과 닿는 횟수를 조금 줄이는 것만으로도 몸속에 들어오는 관련 화학물질의 양이 달라질까.

2026년 4월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호주 PERTH 연구는 이 질문을 직접 시험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7일 동안 플라스틱 접촉을 줄인 식생활과 주방용품, 생활용품을 사용하도록 한 뒤 소변 속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계열 물질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일부 물질은 일주일 만에 유의하게 감소했다. 플라스틱 접촉을 줄인 음식과 주방용품을 함께 사용한 집단에서는 특정 프탈레이트 대사물질이 약 38%, 또 다른 대사물질이 약 54% 줄었고, 비스페놀A는 약 60% 감소했다.


플라스틱 조각을 측정한 연구는 아니다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연구가 측정한 것은 흔히 말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아니다.

연구진이 살핀 것은 플라스틱 제조와 가공 과정에서 쓰이거나 플라스틱 제품과 함께 존재하는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같은 화학물질이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거나 향을 오래 유지하는 데 쓰이는 계열의 물질이다. 비스페놀은 일부 플라스틱과 수지 제조에 사용돼 왔다.

이런 물질은 플라스틱 제품 안에 영구적으로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 과정에서 음식이나 피부, 주변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프탈레이트와 일부 비스페놀은 체내에서 비교적 빠르게 대사되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래서 연구에서는 소변 속 대사물질을 이용해 최근 노출 정도를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의 소변을 여러 차례 채취해 변화를 확인했다.


무엇을 바꿨길래 일주일 만에 차이가 났을까


연구 방식은 단순히 플라스틱 물병 하나를 유리병으로 바꾸는 수준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먹는 음식이 생산되고 가공되고 포장되고 보관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닿는 지점을 최대한 줄였다.

플라스틱 포장이 적은 식품을 제공하고, 일부 참가자에게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조리도구와 식기까지 제공했다.

전자레인지에서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를 사용하도록 했고, 냉장고 안에서도 음식이 플라스틱 표면과 직접 닿는 상황을 줄이도록 했다.

개인 생활용품을 바꾼 집단도 있었다.

이렇게 여러 조건을 나눠 비교한 결과 가장 넓은 변화가 나타난 것은 음식이 플라스틱과 접촉하는 과정을 줄인 집단이었다.

최소한의 플라스틱 접촉만 거친 식품을 먹은 참가자들을 묶어 분석했을 때 특정 프탈레이트 대사물질은 약 38%, 다른 대사물질은 약 45%, 비스페놀A는 약 52% 줄었다. 비스페놀 계열 전체 수치도 약 47% 감소했다.


포장식품과 통조림도 영향을 줬다


연구진이 함께 진행한 관찰연구에는 호주 성인 211명이 참여했다.

이 자료에서는 가공 정도가 높은 음식과 플라스틱 포장식품, 통조림 식품을 많이 이용하는 생활습관이 일부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 수치와 연결돼 있었다.

특히 이번 7일 실험에서 음식과 음료가 플라스틱에 닿는 과정을 줄였을 때 여러 물질이 동시에 감소한 점이 눈에 띄었다.

연구진은 포장단계 하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식품의 생산과 운송, 저장, 조리까지 여러 단계에서 플라스틱 접촉을 줄였다.

실생활에서는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하지만 결과는 플라스틱과 음식이 접촉하는 과정이 일부 화학물질 노출을 줄일 수 있는 조절 가능한 지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용기는 모두 버려야 할까


이번 연구를 그렇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연구 규모는 60명으로 크지 않았고 실험 기간도 7일에 불과했다. 연구진 스스로도 이를 예비 성격의 무작위시험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모든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이 감소한 것도 아니다.

일부 DEHP 계열 대사물질은 실험군에서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다. 어떤 물질이 어디에서 유입됐는지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남았다.

무엇보다 소변 속 화학물질 수치가 낮아졌다는 사실과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7일 동안 체중이나 신체구성, 주요 혈액검사 지표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의 의미는 ‘플라스틱을 줄이면 병에 덜 걸린다’는 결론을 내린 데 있지 않다. 생활 속 접촉을 줄였을 때 실제 노출 지표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뜨거운 음식과 플라스틱을 먼저 떼어놓는 이유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려 한다면 모든 제품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음식과 직접 닿는 부분부터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뜨거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와 장시간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노출 관리 원칙에 가깝다.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울 때는 제품이 전자레인지용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고, 오래 사용해 표면이 심하게 긁히거나 변형된 용기는 교체하는 편이 낫다.

집에서 남은 음식을 보관할 때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를 선택하는 것도 플라스틱 접촉 횟수를 줄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다만 ‘플라스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제품을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종류와 사용 목적이 다르고, 들어 있는 첨가물과 노출 방식도 서로 다르다.


생수병 하나보다 하루 동안 몇 번 접촉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특정 제품 하나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생수병을 유리병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먹는 음식이 플라스틱과 만나는 여러 지점을 함께 줄였다.

마트에서 포장된 식재료를 사고, 플라스틱 용기에 보관하고, 다시 플라스틱 조리도구로 조리하는 식의 반복적인 접촉이 누적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개인이 생활용품 몇 개를 바꾸는 노력만으로 모든 노출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Nature Medicine에 함께 실린 해설 역시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려면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식품 생산과 유통, 포장 단계에서의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포장식품을 줄이고 유리용기를 쓰더라도 식품이 생산·운송되는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플라스틱과 접촉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제로’보다 줄이기 쉬운 지점을 찾는 문제


현대 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의료용품부터 식품 포장, 자동차, 전자제품까지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따라서 생활 속 노출을 줄이는 방법 역시 ‘플라스틱을 모두 없애자’는 방식보다는 필요하지 않은 접촉부터 줄이는 쪽이 현실적이다.

뜨거운 음식을 장시간 플라스틱 용기에 두지 않고, 집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보관용기나 조리도구 가운데 바꾸기 쉬운 것부터 다른 재질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번 PERTH 연구에서도 가장 일관된 변화는 음식과 플라스틱이 만나는 과정을 줄였을 때 나타났다.

다만 7일 동안 특정 화학물질 수치가 떨어졌다는 결과가 장기간의 건강상 이익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참가자 수도 적고 연구기간도 짧아 더 큰 규모의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반복되는 플라스틱 접촉이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다.

매일 사용하는 용기와 포장, 조리도구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적어도 일부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에 대한 최근 노출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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