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명

반려동물은 가족인데, 의료사고 확인은 막막…동물병원 CCTV 논의 다시 수면 위로

사고 전날 건강했던 멜로디의 모습[시대의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동물병원에서 의료사고 의혹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가 사고 경위와 진료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강검진과 스케일링을 위해 병원에 맡겨진 반려견이 마취 직후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동물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호자 측에 따르면 말티즈 품종의 네 살 반려견 ‘멜로디’는 2025년 7월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동물병원에 건강검진과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맡겨졌다. 보호자 가족은 멜로디가 사고 전날까지 애견 유치원에서 평소처럼 활동할 만큼 건강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술 당일 병원에서는 건강검진과 마취 전 검사가 이뤄졌고, 보호자 측은 병원으로부터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취가 진행된 직후 멜로디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보호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심폐소생술이 진행 중이었다. 멜로디는 결국 같은 날 오후 숨졌다.

사고 이후 보호자 가족은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 측에 진료 과정 설명과 수술실 CCTV 열람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보호자 측은 병원으로부터 정상적인 의료행위와 조치가 이뤄졌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쇼크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고, 수술실 CCTV는 설치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보호자 측은 이 같은 상황이 반려동물 의료분쟁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 마취나 수술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 과정은 보호자가 직접 지켜보기 어렵고,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객관적 영상 자료가 없다면 당시 어떤 처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보호자는 병원 측 설명과 진료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의료행위의 적정성이나 사고 원인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보호자 측은 병원 측과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병원 측은 과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해당 병원은 기존 청담동에서 서울 서초구 잠원동으로 이전해 운영 중이며, 보호자와 지인들은 2026년 2월부터 이전한 병원 앞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멜로디 보호자와 지인들은 26년 2월부터 현재까지 진상규명과 cctv 설치 의무화를 위해 해당 동물병원앞 1인시위를 진행중이다. [시대의눈]

보호자 가족인 이상훈 씨는 “멜로디는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였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아이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 CCTV가 있었다면 최소한 마취 전후 어떤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보호자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동물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행 제도상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에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 제도가 도입돼 있다. 반면 동물병원에는 마취, 수술, 처치 과정에서 영상 기록을 의무적으로 남기도록 하는 별도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의료사고 의혹이 발생해도 보호자가 사고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병원과 보호자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나면서 동물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진료 과정에서도 충분한 설명과 투명한 기록, 사후 확인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는 이 같은 인식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마취와 수술은 반려동물의 생명과 직결되는 고위험 진료인 만큼, 사고 발생 시 원인을 검토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상 기록이 반드시 의료진의 책임을 묻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며, 오히려 병원 측이 적절한 조치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고 보호자와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호자 측은 이번 자료 배포가 특정 병원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반려동물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반복적으로 겪는 입증 공백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물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뿐 아니라 진료기록 공개 절차 강화, 반려동물 의료분쟁 조정 제도 개선 등 종합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씨는 “멜로디의 죽음이 한 가족의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라면 동물의료 시스템도 그에 맞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