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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관여자 조사와 처벌, 반복 막는 출발점…개인 책임 넘어 제도까지 고쳐야

-지휘·모의·실행·방조 책임 증거로 구분하고 은폐·증거인멸까지 빠짐없이 규명해야
-정치보복 아닌 공개재판과 적법절차로 단죄…군·경찰·경호·공직사회 개혁 병행

처벌하지 않은 헌정 파괴는 다음 권력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

내란과 같은 헌정질서 파괴 행위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관여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일이 필요하다. 국가권력을 이용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멈추거나 군과 경찰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고도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면 다음 권력은 위험한 학습을 하게 된다. 실패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선례가 가장 강한 재발 요인이 된다.

처벌은 과거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헌법이 금지한 행위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공직자에게 어떤 명령을 거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과정이다. 책임을 명확히 해야 군인과 경찰, 공무원도 다음 위기에서 개인의 지시보다 헌법과 법률을 선택할 수 있다.

형법 제87조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우두머리, 모의·지휘 또는 중요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하거나 폭동에 관여한 사람을 구분해 처벌한다. 제91조는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강압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으로 규정한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26년 확인).

법이 책임의 층위를 나눈 이유는 참여한 모든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명령한 사람과 이를 전달한 사람, 현장에서 실행한 사람과 소극적으로 따라간 사람의 책임은 다르다. 철저한 조사는 넓게 잡아들이는 수사가 아니라 각자의 행위와 의도, 권한과 선택 가능성을 정확하게 밝히는 수사여야 한다.


수사는 사건의 정점보다 명령의 전체 경로를 밝혀야 한다

헌정질서 파괴는 한 사람의 선언만으로 실행되지 않는다.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군 지휘부와 경찰, 정보기관과 경호조직, 행정기관의 보고와 명령 체계가 움직여야 한다. 누가 처음 계획했고 어떤 문건을 작성했는지, 누구에게 언제 지시했으며 현장 명령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시간대별로 복원해야 한다.

수사의 핵심은 지휘계통과 정보 흐름이다. 회의록과 통화기록, 비화폰과 업무용 메신저, 출입기록, 차량 운행과 병력 이동자료를 서로 대조해야 한다. 사후에 작성된 진술만으로는 책임을 정확하게 가르기 어렵다. 동시대에 생성된 기록과 물적 증거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명령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실행을 가능하게 만든 행위가 있을 수 있다. 위법성을 알고도 병력과 장비를 제공했는지, 허위 법률검토로 정당성을 꾸몄는지, 국회와 선거관리기관의 기능을 방해하는 데 관여했는지 살펴야 한다. 사건 뒤 자료를 폐기하거나 통신기기를 교체하고 부하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한 행위도 별도로 규명해야 한다.

반대로 명령을 거부하거나 지연하고 시민 피해를 막은 행위도 기록해야 한다. 조직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두를 공범으로 취급하면 결정적 순간에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유인이 사라진다. 어떤 선택이 헌법을 지켰는지 공적으로 확인해야 공직사회에 올바른 행동 기준이 남는다.

수사기관끼리 경쟁하며 같은 사람을 반복 조사하거나 사건 정보를 선택적으로 흘리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특별수사기구와 검찰, 경찰, 군 수사기관이 증거목록과 역할을 조정하고 독립된 법원이 영장과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심사해야 한다. 수사의 규모보다 증거의 완결성이 중요하다.


책임은 지위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와 선택에 따라 나눠야 한다

가장 무거운 책임은 헌정질서 파괴를 기획하고 국가조직을 동원한 지휘부에 있다. 권한이 클수록 위법한 결과를 예상하고 막을 능력도 크다. 최고 지휘자가 모호한 표현이나 구두지시를 사용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시 전후의 발언과 준비행위, 실제 집행 결과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중간 지휘관은 위에서 받은 명령을 현장에 전달하고 구체화한다. 상급자의 명령이었다는 사실은 조사 대상이지만 자동적인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식별할 지위와 정보가 있었는지, 거부하거나 피해를 줄일 현실적 가능성이 있었는지가 책임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현장 실행자의 경우 상황과 인식이 더 세밀하게 구분돼야 한다. 작전 목적을 알았는지, 무장과 장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시민과 국회의원의 권리를 실제로 침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명령을 소극적으로 수행한 경우와 적극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임무를 확대해 수행한 경우를 같은 선에 놓을 수 없다.

정치인과 민간인의 역할도 빠져서는 안 된다. 위법한 국가권력 행사를 사전에 모의하거나 실행을 교사하고 물적 수단을 제공했다면 신분과 관계없이 수사해야 한다. 다만 정치적 발언과 범죄의 모의·선동을 구분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불쾌하거나 극단적인 주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책임을 세분화하는 작업은 처벌을 약화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 책임자가 조직 전체 뒤에 숨고 하위 실행자만 처벌받는 일을 막는다. 동시에 무고한 사람과 위법한 명령을 거부한 사람을 보호해 수사의 정당성을 높인다.


적법절차는 관용이 아니라 단죄의 신뢰를 만드는 조건이다

내란 혐의가 중대할수록 수사와 재판은 더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체포와 압수수색은 영장과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피의자의 변호권과 증거 반박권을 보장해야 한다. 법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진술과 정치권의 주장만으로 유죄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수사 단계에서는 ‘내란 관여자’보다 ‘내란 혐의자’ 또는 ‘사건 관련자’라는 표현이 정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형사재판도 목적과 증명 기준이 다르다. 헌법 위반이 인정돼 파면됐다는 사실이 개별 피고인의 형사상 유죄와 형량을 자동으로 확정하지는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대통령 탄핵 결정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군경 투입, 포고령 발령 등이 국민주권과 권력분립, 국회의 권한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파면 결정은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판단이며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은 각 재판에서 증거에 따라 별도로 확정돼야 한다(헌법재판소, 2025년).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과 결론이 달라져서도 안 된다. 수사팀의 인사와 예산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사건 배당과 증거관리 절차를 공개해야 한다. 정치권은 수사 일정과 구속 여부, 형량을 지시하려는 유혹을 자제해야 한다. 재판 독립이 흔들리면 정당한 처벌도 정치보복으로 의심받는다.

공개재판과 충분한 판결 이유는 처벌의 지속성을 높인다. 국민이 어떤 증거로 어떤 행위가 범죄로 인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교한 판결문은 다음 공직자가 넘지 말아야 할 법적 경계가 되고 역사 왜곡에 대응할 공적 기록이 된다.


몇 사람을 처벌해도 명령 체계가 그대로면 위험은 남는다

내란 책임자에 대한 처벌만으로 재발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개인은 바뀌어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긴급권한과 폐쇄적인 지휘체계, 위법한 명령을 제어하지 못한 조직문화가 남을 수 있다. 다음 권력자가 같은 취약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계엄 선포 요건과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구체화하고 회의 소집·안건·발언·의결 과정을 자동으로 기록해야 한다. 국회 통고 시한과 계엄군의 국회·선거관리기관 접근 금지, 계엄해제 요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긴급권일수록 절차는 간소화가 아니라 강화돼야 한다.

군과 경찰에는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의무와 판단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 지휘관이 법무관이나 독립된 준법감시관에게 즉시 검토를 요청하고 그동안 명령 집행을 보류할 수 있어야 한다. 명령 거부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을 보호하고 적법한 거부 사례를 교육자료로 남겨야 한다.

경호와 정보기관도 대통령 개인의 의사를 법보다 앞세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과 국회의 적법한 권한 행사를 경호 사유로 방해할 수 없다는 원칙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기관 간 충돌이 생기면 독립된 사법기관이 신속하게 판단하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 통제 역량도 강화돼야 한다. 군 병력 이동과 국가긴급권 준비 징후를 국회가 확인할 수 있는 비공개 감독체계를 만들고,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기구가 관련 기록을 열람하도록 할 수 있다. 국가안보를 보호하면서도 권력 남용을 감시할 방법은 존재한다.


기록과 교육이 없으면 처벌의 의미도 세대를 넘지 못한다

헌정질서 파괴 사건은 재판이 끝났다고 사회적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수사기록과 재판자료, 국회 회의록과 국가기관의 대응을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한다. 국가기록원과 국회, 사법기관에 흩어진 자료를 연결하고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시민과 연구자가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보안을 이유로 기록을 지나치게 감추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음모론이 빈자리를 채운다. 반대로 개인의 민감정보와 군사기밀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 공개·부분공개·비공개의 기준과 해제 시점을 독립적인 기록심사기구가 판단해야 한다.

군·경찰·공무원 교육에는 추상적인 정치적 중립 선언보다 실제 사건의 명령 흐름과 판단 지점을 포함해야 한다. 어떤 명령이 왜 위법했고 어느 단계에서 거부할 수 있었는지를 사례로 훈련해야 한다. 지휘관 교육과 승진 심사에서도 헌법과 인권, 적법절차에 대한 이해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시민교육 역시 특정 진영의 역사관을 주입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법원의 확정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 검증된 공적 기록을 토대로 국가긴급권과 권력분립, 군의 정치적 중립을 설명해야 한다. 처벌의 목적이 반대편을 굴복시키는 데 있지 않고 공동체가 합의한 헌법의 경계를 지키는 데 있음을 알려야 한다.

피해자와 현장 공무원, 시민의 경험도 기록돼야 한다. 헌정 위기는 제도 문서에만 남지 않는다. 두려움과 저항, 명령 거부와 피해의 경험을 함께 보존해야 국가가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 있다.


처벌·개혁·기억이 함께 작동해야 반복을 막을 수 있다

내란 혐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유죄가 확인된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재발 방지의 필수조건이다. 최고 권력자와 지휘부가 책임을 피하고 하위 실행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된다면 법치주의는 설득력을 잃는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 엄격한 설명과 책임이 요구돼야 한다.

그러나 처벌을 재발 방지의 유일한 방법으로 보면 제도의 실패를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게 된다. 왜 국무회의와 군 지휘체계, 경찰과 경호, 정보기관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실패한 장치를 그대로 둔 채 사람만 교체하면 위험은 잠복한다.

반대로 제도개혁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뒤로 미뤄서도 안 된다. 책임 없는 개혁은 위법한 명령을 내리고 따른 사람에게 잘못된 면허를 준다. 처벌은 헌법의 경계를 확인하고 제도개혁은 그 경계를 다시 넘기 어렵게 만들며 기록과 교육은 그 이유를 사회가 잊지 않게 한다.

엄정함은 많은 사람을 처벌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핵심 책임자를 놓치지 않고 각자의 행위에 맞는 책임을 증거로 입증하는 데서 나온다. 무죄추정과 변호권, 공개재판을 보장하는 것도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위법을 단죄한다며 법을 무시하면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근거를 훼손한다.

반복적인 불행을 막는 방법은 분명하다. 사실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자를 법에 따라 처벌하며 위법한 명령이 다시 작동하지 않도록 국가조직을 바꿔야 한다. 그 과정을 공적 기록으로 남겨 다음 권력과 다음 세대가 같은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처벌은 끝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 자신을 고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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