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는 늘었는데 청년 고용률은 또 하락…한국 고용의 ‘세대 격차’ 더 벌어졌다
한국의 전체 고용지표만 보면 7월 노동시장은 나쁘지 않았다.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0만8000명 늘었고, 15~64세 고용률은 70.3%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고용도 약 30만명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를 이끌었다. 그러나 연령별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2%로 전년 동월보다 1.6%포인트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6.8%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는 취업자가 계속 줄어든 반면 보건·사회복지와 공공행정 같은 서비스업에서는 고용이 늘었다. 전체 고용 숫자는 개선됐지만 청년이 처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의 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고용시장에서 단순한 경기순환 이상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인구 고령화로 중장년과 고령층의 경제활동은 늘고 있지만, 청년층은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제조업·건설업 부진과 경력직 중심 채용,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일자리 질 격차까지 겹치면서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전체 취업자가 늘었다는 숫자와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이 동시에 사실일 수 있는 이유다.
전체 고용은 늘었는데 청년 지표만 반대로 움직였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OECD 비교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70.3%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취업자도 10만8000명 증가해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증가폭을 회복했다.
그러나 청년층은 반대였다.
청년 고용률은 44.2%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떨어졌고 실업률은 6.8%로 상승했다. 정부 역시 7월 고용동향 평가에서 청년 고용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층 고용률 하락은 한두 달의 현상이 아니다. 앞선 6월에도 청년 고용률은 43.9%로 전년보다 1.7%포인트 낮았고, 5월에는 43.8%로 2.4%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고용이 조금씩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청년 고용만큼은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6개월 연속 전년보다 감소했는데도 고용률은 낮아졌다는 점이다. 7월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3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9000명 줄었다. 구직을 포기하고 쉰다는 청년은 줄었지만,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는 속도는 충분히 빨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용을 늘린 업종과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는 같지 않았다
전체 취업자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업이다.
7월 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29만5000명 증가했고, 이 가운데 보건·사회복지업에서만 17만3000명 늘었다. 공공행정에서도 4만6000명, 금융·보험업에서도 3만4000명이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는 6만8000명, 건설업은 5만7000명, 농림어업은 8만명 감소했다.
이 산업별 차이가 청년 고용과 연결된다.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제조업과 정보기술, 전문서비스, 대기업 정규직 시장에서는 신규 채용이 빠르게 늘지 않는 반면 고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건·돌봄과 일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취업자가 증가하면 전체 고용은 개선돼도 청년층 체감은 달라지기 어렵다.
특히 제조업 고용은 고용보험 통계에서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제조업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전년보다 3000명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 역시 3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자·통신과 기타운송장비처럼 일부 산업에서는 가입자가 늘었지만 섬유와 금속가공, 화학, 자동차 등에서는 감소했다.
청년층에게 제조업 부진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공장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조업은 연구개발과 설계, 품질관리, 영업, 구매, 생산기술 등 다양한 직무를 포함하고 있고, 지역 청년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중간소득 이상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해왔다. 이 고용 기반이 약해지면 청년의 선택지는 수도권 서비스업이나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자리 쪽으로 더 좁아질 수 있다.
기업은 ‘바로 일할 사람’을 찾고, 청년은 첫 경력이 없다
청년 고용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신규 채용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기업에서는 상·하반기 대규모 공개채용이 일반적이었다. 대학 졸업자를 한꺼번에 뽑아 내부에서 교육한 뒤 여러 부서에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수시채용과 직무별 채용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이 처음부터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인건비 부담이 높아질수록 교육에 몇 달을 투입해야 하는 신입보다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할 유인이 생긴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첫 경력을 만들지 못한 청년이 가장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경력직 채용이 늘수록 취업 준비생은 인턴과 프로젝트, 자격증,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리 업무 경험을 만들어야 하고, 그 준비기간은 길어진다. 한 번의 졸업과 한 번의 취업시험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던 구조에서 여러 차례의 짧은 경험과 재도전을 거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정부가 청년정책에서 일경험 프로그램과 직업훈련, 첫 취업 지원을 확대하려는 것도 이러한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다. 정부는 최근 청년 대상 일경험 기회와 훈련을 확대하고 ‘K-유스개런티’를 통해 첫 취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인구가 줄면 취업자도 줄 수 있다…그래도 고용률까지 떨어지는 건 다른 문제
청년 취업자 감소를 볼 때 인구구조 변화는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의 청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생애단계별 행정통계에 따르면 2023년 15~39세 청년 인구는 1462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29만1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자체가 줄어들면 취업자 수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청년 취업자 수 감소만으로 노동시장이 악화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률까지 함께 떨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용률은 해당 연령 인구 가운데 실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청년 인구가 감소했더라도 일할 사람의 비율이 유지된다면 고용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7월 청년 고용률이 전년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는 것은 인구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취업 부진이 존재한다는 신호다.
청년 고용 문제를 볼 때 단순 취업자 숫자보다 고용률과 실업률, 경제활동참가율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60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청년 일자리 ‘대체’로 볼 수는 없다
전체 고용이 늘고 청년 고용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흔히 고령층이 청년 일자리를 가져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노동시장을 세대 간 제로섬으로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고령층이 주로 취업하는 산업과 직종은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와 상당 부분 다르다. 보건·사회복지, 돌봄, 공공서비스, 단시간 근로 등에서는 고령층의 비중이 높은 반면 대기업 사무직이나 연구개발, 정보기술, 전문직의 신규 채용은 별도의 노동시장에 가깝다.
고령층 취업 증가에는 인구구조의 영향도 크다. 고령인구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고 정년 이후에도 소득을 얻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행정통계에서도 65세 이상 노년층 등록취업자는 전년보다 25만5000명 늘어난 반면 청년층 등록취업자는 19만명 감소했다. 다만 국가데이터처는 당시 행정자료 변동 때문에 전년 증감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중요한 것은 고령층 고용을 줄여 청년에게 자리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진입할 수 있는 생산성과 임금 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별도로 늘리는 것이다.
청년 취업난이 길어지면 ‘첫 일자리’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
첫 취업이 늦어지는 문제는 실업기간 몇 개월이 늘어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취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경제적 압박 때문에 전공이나 희망직무와 관계없는 일자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처음부터 임금과 훈련기회가 낮은 직장에 들어가면 이후 경력 이동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처음 몇 년의 경력이 향후 임금과 직무 선택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상흔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년 고용 문제에서는 몇 명을 취업시켰느냐보다 어떤 일자리에서 경력을 시작했느냐가 중요하다.
단기 공공일자리나 체험형 인턴을 늘리는 방식은 당장의 고용통계를 개선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민간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정부가 청년 일경험 정책을 강화하더라도 실제 기업 채용과 얼마나 연결되는지, 참가자가 프로그램 종료 뒤 어느 수준의 임금과 고용형태를 가진 일자리로 이동하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
대기업 취업 경쟁은 세지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하는 역설
한국 청년 고용의 또 다른 특징은 일자리 부족과 구인난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청년층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권, 전문직처럼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중소기업과 일부 지역 제조업체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단순히 청년의 눈높이 문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임금과 복지, 근무시간, 직업훈련, 기업의 안정성, 수도권과 지방의 생활여건 차이가 실제로 크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잘못 선택했을 때 이후 대기업이나 전문직으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청년이 처음부터 더 오래 준비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들어갈 만한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의 임금과 생산성이 대기업과 크게 벌어진 상태에서는 구인난과 청년 취업난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AI 확산도 신입 채용에는 양면적인 변수다
앞으로 청년 고용을 볼 때 AI도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에서 생성형 AI와 자동화 도구가 확산되면 문서작성과 데이터 정리, 기초 코딩, 고객응대처럼 신입 직원이 처음 맡아왔던 업무의 일부가 자동화될 수 있다.
숙련직 전체가 사라진다기보다 경력을 쌓기 위한 첫 단계의 업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청년에게는 더 중요하다.
반대로 AI와 데이터, 반도체,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직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기존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신입을 적게 뽑고 AI 도구를 이용해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전체 기업 실적은 좋아져도 청년 고용은 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면 청년 일자리도 따라 늘어난다’는 공식이 이전보다 약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 고용 회복은 소비와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청년 고용 문제는 노동시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첫 취업이 늦어지면 독립과 결혼, 주택 구입, 출산 시기도 함께 늦어질 수 있다.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대출을 받기 어렵고 장기적인 소비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층 소득이 약해지면 내수에도 부담이 생긴다.
자동차와 가전, 주거, 교육, 여행처럼 금액이 큰 소비는 안정적인 고용과 미래소득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발생한다.
따라서 청년 고용률 하락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기적인 노동시장 지표보다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체 취업자 숫자만으로 고용시장 회복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
7월 한국의 고용지표에는 서로 다른 두 장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취업자가 10만8000명 늘고 15~64세 고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고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 고용률이 44.2%까지 낮아졌고 실업률은 6.8%로 상승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감소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고용시장을 ‘좋다’거나 ‘나쁘다’는 한 문장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일자리의 총량보다 구성이다.
어느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어느 세대가 그 일자리를 얻는지, 청년이 첫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업과 직무가 얼마나 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고용률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라면 오히려 기업이 젊은 인력을 구하기 쉬워져야 한다는 직관과 반대로, 청년이 일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고용시장의 다음 과제는 전체 취업자를 몇 만명 더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경제가 만들어낸 새로운 일자리 가운데 청년이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를 바꾸는 데 있다.
전체 고용이 회복되는데 청년의 첫 취업만 계속 늦어진다면, 숫자로는 고용회복이지만 청년에게는 여전히 취업난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