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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가득 장보던 시대 저무나…한국인의 장보기가 ‘조금씩 자주’로 바뀐다

주말이면 가족이 차를 타고 대형마트로 향해 일주일치 식료품과 생필품을 한꺼번에 사던 풍경은 오랫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장보기 방식이었다.

대형 카트에 쌀과 물, 세제, 과일과 고기를 가득 담고 냉장고를 채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유통시장의 숫자를 보면 소비자의 장보기 동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8월 26일 발표한 2026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온라인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8.5%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식품 매출은 10.4% 늘었다.

편의점 매출도 1.1% 증가하며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11.2% 감소했다. 전체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한 비중은 60.8%였고, 편의점 15.0%, 백화점 14.1%, 대형마트 8.1%, 기업형슈퍼마켓 2.1% 순이었다.

대형마트 감소에는 홈플러스 일부 점포의 임시휴업으로 7월 실적 일부가 집계에서 빠진 영향이 있어 이를 시장 전체 변화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대형마트가 최근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온라인 식품 구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흐름은 소비자의 장보기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꺼번에 사는 장보기에서 필요한 만큼 사는 장보기로


장보기 방식이 바뀌는 데는 가구 구조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가구는 약 804만5000가구로 전체 일반가구 2229만4000가구의 36% 수준을 차지했다. 이제 혼자 사는 가구가 전체 가구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가구원이 줄어들면 장바구니도 달라진다.

4인가구에서는 대용량 상품을 사도 비교적 빠르게 소비할 수 있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같은 양을 구입하면 먹거나 사용하기 전에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채소와 과일, 우유, 육류처럼 보관기간이 짧은 식품은 특히 그렇다.

결국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작은 포장을 선택하거나 필요한 날 필요한 양만 사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것보다 음식물 폐기를 줄이고 보관 공간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대량 구매에 강한 대형마트보다 편의점과 온라인 배송, 근거리 슈퍼처럼 접근성이 높은 유통채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편의점이 ‘간식 파는 곳’에서 동네 마트로


편의점의 역할 변화는 최근 소비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롯데멤버스가 202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엘포인트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고객은 편의점을 단순한 간식 구매처보다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사는 근거리 마트처럼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60대 이상 고객의 회당 구매금액은 전체 평균보다 13% 높았고, 구매 상품의 평균 단가도 20대보다 14% 높았다.

신선식품과 가정용품, 전통주가 장바구니에 포함되는 비율은 20대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60대 이상 인구가 많은 주거지역의 편의점에서는 계란 같은 마트형 상품의 구매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편의점이 젊은 층만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인식과는 다른 결과다.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살 수 있다는 편의성이 고령층에게도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해 대형마트까지 이동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장시간 쇼핑하기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 집 근처 편의점은 생활권 안에 있는 작은 식료품점 역할을 할 수 있다.


20대에게 같은 편의점은 ‘취향을 사는 곳’


흥미로운 점은 같은 편의점이라도 세대에 따라 이용 이유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롯데멤버스 분석에서 20대는 특정 캐릭터나 IP 상품, 편의점 단독 신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목적형 소비 성향이 두드러졌다.

IP 상품을 3회 이상 구매한 고객의 매장 방문일수는 한 번 구매한 고객보다 3배 이상 많았다. IP 상품을 한 차례 구매한 고객도 전체 고객보다 인당 구매액이 2.5배 높았다.

60대가 계란과 생필품을 사러 편의점에 간다면 20대는 한정판 상품과 신상품을 찾아 편의점을 방문하는 셈이다.

편의점은 하나의 작은 공간 안에서 슈퍼마켓과 콘텐츠 매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음료와 담배, 즉석식품만 진열하는 구조로는 다양한 세대의 소비를 잡기 어려워진 이유다.


온라인 장보기가 커져도 동네 소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온라인 장보기와 근거리 소비는 서로 반대되는 흐름처럼 보일 수 있다.

집에서 주문하면 다음 날이나 몇 시간 안에 상품이 도착하는 시대에 굳이 동네 편의점이나 슈퍼를 찾을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에서는 두 방식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온라인은 무겁거나 반복적으로 필요한 상품을 사는 데 유리하다.

생수와 휴지, 세제, 쌀처럼 부피가 크거나 자주 구매하는 상품은 집까지 배송받는 것이 편하다.

반면 당장 오늘 저녁에 사용할 계란이나 우유, 간단한 반찬이 필요한 경우에는 배송을 기다리는 것보다 집 앞 매장을 이용하는 편이 빠르다.

소비자가 모든 물건을 한 채널에서 구입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7월 온라인 식품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10.4% 증가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산업통상부는 온라인 장보기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장보기의 경쟁이 ‘온라인 대 오프라인’의 싸움이라기보다 상황별로 어떤 채널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폭염도 장보기 동선을 바꾼다


날씨 역시 소비자의 이동 반경에 영향을 준다.

올해 7월은 강한 무더위가 이어졌다.

산업통상부는 당시 유통시장 변화에서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식품 구매 증가, 냉방가전 판매 확대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는 음식배달과 여행·문화상품 등을 포함한 서비스·기타 부문이 전년보다 17.5% 증가했고, 식품은 10.4%, 가전은 11.4% 늘었다.

편의점에서도 무더위의 영향이 나타났다.

7월 편의점 구매건수는 전년보다 0.5% 줄었지만 구매단가는 1.6% 증가해 전체 매출은 1.1% 늘었다. 밖에 나가는 횟수는 줄었지만 한 번 방문했을 때 더 많은 금액을 사용한 셈이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자동차를 타고 멀리 있는 대형마트까지 이동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가까운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려는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기후가 장보기 방식까지 바꾸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형마트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형마트는 여전히 한 번에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고 대량 구매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가족 단위 고객과 자동차 이용자, 대용량 식품과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높은 효율성을 제공한다.

특히 명절이나 캠핑, 대규모 가족모임처럼 한꺼번에 많은 상품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량 구매 중심의 편의점보다 훨씬 유리하다.

또 최근 대형마트는 단순 판매 공간에서 체험과 외식, 전문매장 등을 결합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일상적인 식품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집 앞에서 필요한 것을 추가 구매한다면 대형마트는 ‘매주 반드시 가야 하는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목적이 있을 때 방문하는 공간으로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가 편의점 하나가 아니라 온라인 배송과 배달, 전문점, 창고형 매장까지 넓어진 셈이다.


‘싸게 많이’보다 ‘남기지 않을 만큼’


소량 장보기의 확산에는 가격에 대한 새로운 계산도 숨어 있다.

대형 포장은 단위당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매한 식품을 다 소비하지 못하고 버린다면 실제로는 저렴하지 않을 수 있다.

1인가구나 2인가구에서는 가격표에 적힌 단가뿐 아니라 보관기간과 냉장고 공간, 음식물 쓰레기까지 고려하게 된다.

100g당 가격은 비싸더라도 필요한 양만 구입해 모두 소비하는 것이 전체 생활비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가 최저가격만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에 맞는 양’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통업체들이 소포장 채소와 소용량 정육, 한 끼용 식품과 즉석식품을 확대하는 배경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앞으로 장보기 경쟁은 ‘거리와 시간’에서 갈린다


한국인의 장보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각으로 나뉘고 있다.

생수와 세제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늘 저녁 필요한 식재료는 집 앞 편의점에서 사고, 주말에는 특별한 상품을 찾아 대형마트나 창고형 매장을 방문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던 장보기가 여러 채널로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에서 중요한 기준은 가격뿐 아니라 거리와 시간이다.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가와 함께 얼마나 빨리 받을 수 있는지,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내가 필요한 양만 살 수 있는지가 구매를 결정한다.

최근 편의점에서 60대 이상 고객의 장보기 수요가 확인되고 20대에서는 IP 상품을 중심으로 목적형 방문이 나타난다는 점은 근거리 매장이 단순히 ‘급할 때 잠깐 들르는 곳’을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비중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의 6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집 앞의 작은 매장이 함께 살아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인의 장보기는 ‘대형마트에서 편의점으로 이동한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 정확한 변화는 ‘한 번에 많이 사는 장보기’에서 ‘상황에 따라 여러 곳에서 필요한 만큼 사는 장보기’로의 이동이다.

앞으로 유통업체의 경쟁력도 가장 넓은 매장을 가진 곳보다 소비자가 필요한 순간에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곳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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