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니얼 리 칼럼] AI 시대, 인간의 선택권은 누구에게 넘어가는가

아마존의 외부 AI 쇼핑 에이전트 차단과 구글·쇼피파이의 개방형 거래 경쟁… 소비자를 대신해 선택하는 인공지능이 디지털 시장의 권력 구조를 바꾸고 있다

데니얼 리 | AI 아틀라스 · 시대의눈 오피니언 기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인간을 대신해 선택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설명하면 AI가 판매자를 찾아 비교하고, 가격과 배송 조건을 검토한 뒤 구매까지 진행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복잡한 검색과 비교 과정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보다.

그러나 편리함이 확대되는 만큼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AI가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면, 소비자는 그 선택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고 있을까. 가장 저렴한 상품인지, 품질이 우수한 상품인지, 아니면 AI 플랫폼과 상업적으로 연결된 상품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인공지능의 성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선택의 기준을 누가 설계하고 통제하는지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검색엔진과 앱스토어가 소비자를 특정 서비스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면, AI 에이전트는 그 연결을 넘어 실제 거래를 실행한다. 소비자의 요청을 해석하고 대안을 추린 뒤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까지 관여하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중요한 경쟁은 누가 더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보고 어떤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누가 확보하는가로 확대되고 있다.


아마존의 AI 에이전트 차단이 보여준 새로운 갈등


2026년 10월 아마존이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자사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제한한 사건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마존은 외부 AI 에이전트가 이용자 계정과 구매 절차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플랫폼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용자 인증정보의 취급과 에이전트의 행동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외부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계정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는 실제 보안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이용자가 어떤 거래를 승인했는지, 인증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잘못된 구매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정당한 검토 대상이다.

따라서 플랫폼이 외부 에이전트의 접근을 제한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당한 경쟁 제한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보안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산업적 갈등도 드러냈다. 아마존은 자체 AI 쇼핑 기능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외부 기업들은 소비자가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인터페이스를 거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에 관한 경쟁이다.

과거 아마존의 경쟁력은 소비자가 아마존 웹사이트와 앱을 방문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도록 만드는 데 있었다. 그러나 외부 AI 에이전트가 상품 탐색과 비교, 거래 실행을 맡게 된다면 소비자는 반드시 아마존의 화면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

거래 자체는 아마존에서 발생하더라도 상품을 선택하는 주도권은 외부 AI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존이 외부 에이전트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는 보안을 확보하는 수단인 동시에 기존 고객 접점을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조치의 실제 목적이 경쟁 제한이었다고 확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보안상 필요와 경쟁상 이익이 동일한 조치에서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AI 에이전트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갈등을 판단할 때는 이 두 요소를 분리해 검토해야 한다.


구글과 쇼피파이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아마존이 외부 AI 에이전트의 접근을 제한하는 동안 구글과 쇼피파이는 AI가 판매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2026년 1월 구글과 쇼피파이는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niversal Commerce Protocol·UCP)을 발표했다. AI 에이전트와 판매자, 결제 서비스가 공통된 방식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개방형 표준이다.

이 표준은 소비자가 상품을 발견하는 과정부터 장바구니 구성, 결제, 주문 이후의 지원까지 여러 거래 단계를 연결하도록 설계됐다.

쇼피파이는 같은 해 3월 자사 판매자들이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구글 검색의 AI 모드와 제미나이 등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6월에는 개발자들이 관련 거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했다.

기존의 전자상거래에서는 판매자가 소비자를 자신의 쇼핑몰이나 앱으로 유입시켜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대화형 AI 안에서 상품을 발견하고 거래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판매자는 AI가 접근할 수 있는 상품정보와 주문 기능을 제공하고, AI는 이용자의 요구에 적합한 상품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규모가 작은 판매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체 모바일 앱을 구축하거나 대규모 광고를 집행하지 않더라도 AI를 통해 잠재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방형 기술 표준이 곧 공정한 시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수많은 판매자 가운데 어떤 상품을 먼저 보여주는지, 추천 기준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반영되는지, 특정 판매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술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해서 모든 참여자가 동등하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개방형 AI 거래 환경에서도 새로운 중개 권력이 형성될 수 있다.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차지했던 위치를 AI 인터페이스 사업자가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검색엔진의 권력이 AI로 이동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인터넷 경제에서 검색엔진은 오랫동안 정보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소비자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여러 결과를 확인한 뒤 원하는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검색엔진은 결과의 노출 순서를 결정했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사이트를 방문할지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구조였다.

물론 이러한 방식에서도 검색 순위와 광고의 영향력은 컸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기업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기회를 얻었고, 검색 플랫폼은 이러한 노출 구조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AI 에이전트는 이 구조를 한 단계 더 변화시킨다.

이용자가 여러 검색 결과를 비교하는 대신 AI가 대안을 요약하고 특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나아가 필요한 권한이 주어지면 예약과 주문, 결제까지 대신 수행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살펴보는 정보의 범위는 줄어들고, AI가 선택한 결과의 영향력은 커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가성비가 좋은 노트북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 검색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여러 제품의 사양과 가격, 사용자 평가를 직접 비교할 수 있었다.

반면 AI가 특정 제품 한두 개만 추천한다면 소비자는 그 대안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추천되지 않은 제품은 구매를 검토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가 어떤 정보를 우선적으로 평가했는지는 중요하다.

가격과 성능, 사후서비스, 배송 조건 가운데 무엇을 중시했는지에 따라 추천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별도의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AI 플랫폼이 설정한 기본 기준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기본 기준을 누가 결정하는가다.

AI 플랫폼이 추천 방식을 설계하고 조정한다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권력을 넘어 소비자의 선택 과정을 구성하는 권한까지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플랫폼 경쟁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검색 점유율이나 이용자 수보다 추천과 거래 실행의 결정권이 어디에 집중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의 편리함과 선택권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AI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구매하는 기능은 분명한 편리함을 제공한다.

매번 가격을 비교하고 판매자의 조건을 확인해야 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줄일 수 있으며, 이용자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 여러 대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특히 복잡한 정보를 비교하기 어려운 소비자에게는 AI의 지원이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택 과정이 간단해진다는 사실과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AI가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대안을 확인하거나 결과를 수정할 수 없다면 소비자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실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

가령 AI가 가장 적합하다고 추천한 상품이 특정 플랫폼과 제휴한 판매자의 제품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 추천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때문인지, 상업적 계약에 따라 우선 노출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제휴 상품을 추천한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격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휴 여부 자체보다 그 관계가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도 투명하게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AI의 추천이 소비자의 선호와 이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광고와 상업적 추천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비자는 AI가 선택한 대안을 거부하거나 다른 기준으로 다시 비교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수십 개의 상품을 빠르게 비교하는 능력을 갖추더라도 최종적인 구매 기준을 설정하고 수정할 권한은 소비자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

이것이 AI가 대신 선택하는 시장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AI가 소비자를 대신하면 기업의 경쟁 방식도 바뀐다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온라인 판매기업은 검색엔진과 광고 플랫폼, 전자상거래 앱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개선하고 광고비를 지출하며, 검색 결과와 플랫폼 추천 영역에서 노출을 높이는 전략을 활용했다.

그러나 AI가 구매 대안을 직접 비교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경쟁의 일부가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의 이름을 검색하지 않고 자신의 요구조건을 설명하면 AI는 관련 상품을 찾아 비교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자신의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가격과 제품 사양, 재고, 배송 조건, 환불정책 등이 정확하고 일관된 형식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연결성이 우수한 기업이 반드시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정보를 AI가 처리하기 쉬운 형식으로 제공한다는 사실과 제품의 실질적인 품질은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AI 플랫폼과 연동하는 기술 인력과 데이터를 확보하기 쉽지만, 소규모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AI가 편리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적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개방형 표준이 널리 확산하면 소규모 기업도 하나의 연결 방식을 통해 다양한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개방성은 실제 구현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AI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규모의 기업이 합리적인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 소비자는 충분한 대안을 비교할 수 있는지가 함께 평가돼야 한다.

AI 시장의 개방성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개방성이 실제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AI 플랫폼의 추천 기준은 누가 감시해야 하는가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구조에서는 추천 기준의 공정성이 중요한 시장 문제로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기존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7월 23일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에 유리한 대우를 제공하고, 구글 플레이에서 이용자를 외부 구매 경로로 유도하는 행위를 제한한 문제에 대해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결정을 내렸다.

집행위원회는 두 사안에 대해 각각 4억6,000만 유로와 4억3,000만 유로, 합계 8억9,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유럽연합 집행위원회, 2026).

이 결정은 AI 쇼핑 에이전트의 추천 방식을 직접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이 자신의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거나 경쟁사업자의 소비자 접근을 제한하는 문제가 이미 경쟁정책의 중요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AI 에이전트가 검색과 상품 추천, 구매 실행을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한다면 유사한 쟁점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I 플랫폼이 자사 계열 판매자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경우, 소비자는 그 추천이 품질과 가격에 따른 결과인지 계열 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특정 외부 AI의 접근을 차단하는 플랫폼의 조치가 정당한 보안정책인지, 아니면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행위인지를 판단하는 일도 중요해진다.

따라서 감독의 기준은 단순히 모든 플랫폼을 개방하도록 강제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이용자 인증과 개인정보, 결제 보안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제한은 필요하다. 다만 동일한 위험을 가진 서비스에 서로 다른 접근 조건을 적용하거나 자사 서비스에만 유리한 예외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장의 경쟁과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검증도 정교해져야 한다.

특히 외부에서 추천 결과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와 감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비밀과 시스템 보안을 보호하면서도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는지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완전한 공개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선택이다


AI가 추천 결과를 만드는 모든 내부 계산 과정을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추천에는 다양한 데이터와 모델의 판단이 활용되며, 기술적인 설명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오히려 이용자의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모든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 현실적인 방법은 소비자가 실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AI가 특정 상품을 추천했다면 핵심적인 추천 이유를 제시하고, 가격과 품질, 배송 조건 등 어떤 요소를 우선 평가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상업적인 제휴나 광고가 추천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그 사실도 적절하게 표시해야 한다.

이용자가 특정 판매자를 제외하거나 가격 기준을 변경하고 싶다면 추천을 다시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AI의 자동 구매 과정을 중단하고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사용자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AI의 행동을 감독하고 자신의 의사를 최종 결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다.

특히 자동 결제와 계약 체결처럼 법적·경제적 결과가 발생하는 작업에서는 이용자의 승인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

반복 구매를 허용한 경우라도 가격이나 판매 조건이 크게 변경됐다면 다시 확인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고액 거래나 개인정보 제공을 수반하는 작업에는 별도의 승인 절차를 적용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AI가 소비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자동화의 범위를 무조건 넓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맡기고 어떤 선택은 직접 통제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플랫폼 기업도 선택의 기준을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전자상거래와 플랫폼 산업에도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한국의 온라인 시장은 검색과 쇼핑, 배달, 금융, 예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중심의 거래 구조가 발전해 왔다.

이용자는 특정 서비스의 앱과 회원계정, 결제수단에 익숙해져 있으며, 플랫폼 기업은 이러한 고객 접점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외부 AI 에이전트가 여러 서비스의 기능을 연결하기 시작하면 기존 앱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객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AI 에이전트를 새로운 고객 유입 경로로 받아들일 것인지, 기존 플랫폼 안에서 자체 AI 기능을 강화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어느 방향을 선택하더라도 소비자에 대한 책임은 남는다.

외부 AI가 거래를 실행한다면 구매 승인과 개인정보 처리, 오류 발생 시 환불과 취소 절차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자체 AI를 운영한다면 자사 상품과 외부 상품을 어떤 기준으로 추천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구조가 소비자에게도 가장 합리적인 구조라고 볼 수는 없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경쟁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지만, 그러한 제한이 실제 보안 위험에 비례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외부 AI에 무조건적인 접근을 허용하면 개인정보와 거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플랫폼 기업의 대응은 전면적인 개방과 전면적인 차단이라는 두 가지 선택으로만 구분할 필요가 없다.

합리적인 인증과 권한 관리, 공정한 접근 조건을 마련하면서 AI와 기존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든 자신의 선택 기준을 유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AI가 대신 선택하는 사회에서 인간에게 남아야 할 권한


AI의 발전은 인간이 반복적으로 수행해 온 검색과 비교, 구매 과정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선택해야 했다. AI는 이러한 과정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으며, 적절하게 활용하면 더 많은 대안을 비교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을 대신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중요한 것은 인간이 선택에서 완전히 벗어나는가가 아니다.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소비자는 최저가격을 중시할 수도 있고, 제품의 내구성과 사후서비스를 우선할 수도 있다. 특정한 생산 방식이나 기업의 경영 원칙을 구매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러한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며, 동일한 사람도 구매 목적과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

AI는 이러한 선호를 반영해 선택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이용자에게 설명되지 않은 상업적 기준으로 그 선택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AI 플랫폼이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이 필요하다. 어떤 서비스를 추천하고 어떤 서비스에는 접근을 제한하는지에 관한 정당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2026년 아마존과 외부 AI 에이전트의 충돌, 구글과 쇼피파이의 개방형 거래 표준 확대는 새로운 디지털 시장의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경쟁의 결과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지, 소수의 AI 플랫폼에 선택권을 집중시킬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책과 산업이 지향해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AI가 소비자의 선택을 대신하더라도 소비자는 그 선택의 중요한 근거를 이해하고, 대안을 검토하며, 필요할 때 결과를 수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는 도구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대리인으로 발전하는 시대다. 그만큼 기술에 부여하는 권한과 인간에게 남겨둘 권한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선택하는 능력이 아니다. 인간이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AI 시대의 소비자 주권은 모든 선택을 인간이 직접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선택을 위임하더라도 선택의 기준을 결정하고 되찾을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할 때 지켜진다.

인공지능이 선택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이 끝까지 가져야 할 권한은 바로 그 기준을 정하는 권한이다.


자료: Amazon 관련 AI 에이전트 접근 제한 보도(Barron’s·Business Insider, 2026년 10월), Shopify 「The agentic commerce platform」(2026년 1월), Shopify 「Agentic commerce for every developer」(2026년 6월), Google 「Universal Commerce Protocol」(2026년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ommission fines Google €890 million for breaches of the Digital Markets Act」(2026년 7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