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후사회·경제

집에 태양광 달면 탄소배출권 생길까…설치만으로는 못 판다

-개인주택 6곳 포함한 외부사업 첫 승인…28개 사업 연간 2만2102톤 감축 예상
-사업 등록·측정·검증·인증 거쳐야 거래 가능…감축실적 소유권도 확인해야

개인이 주택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고 해서 탄소배출권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승인된 외부사업에 참여해 발전량과 온실가스 감축량을 측정하고, 검증기관의 검증과 정부 인증을 거쳐야 감축실적으로 인정받는다.

인증된 감축실적도 주택 소유자가 곧바로 배출권시장에서 판매하는 구조는 아니다. 외부사업자가 감축실적을 발급받아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에 판매하고, 이를 매입한 업체가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해 의무이행이나 거래에 활용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열린 제71차 배출량 인증위원회에서 개인주택 태양광을 포함한 외부사업을 승인했다. 생활공간에서 이뤄진 소규모 감축 활동이 배출권거래제와 연결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태양광 설치만으로 개인에게 새로운 현금 수입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주택 태양광 6곳, 외부사업에 처음 포함


이번에 승인된 사업은 한국동서발전이 추진한 ‘평곡초등학교 외 10개소 건물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감축사업’이다. 충북 음성군 내 초등학교와 개인주택 6곳 등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가 하나의 외부사업에 포함됐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한 외부사업은 공공시설이나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개인주택이 포함된 사업의 승인은 생활 부문의 소규모 감축량을 모아 제도권에서 인정한 첫 사례다.

위원회가 이번에 승인한 외부사업은 태양광 발전설비, 히트펌프 설치, 수소버스 교체 등 모두 28건이다. 정부는 이들 사업에서 연간 약 2만2102톤의 온실가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소버스 교체사업도 이번에 처음 외부사업 승인을 받았다.

여기서 ‘승인’은 사업계획과 감축량 산정 방식이 제도 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정한 단계다. 앞으로 실제 감축량이 예상치만큼 발생한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사업자는 설비 운영 이후 실제 자료를 축적해 별도의 감축량 인증을 받아야 한다.


사업 승인이 곧 탄소배출권 발급은 아니다


외부사업은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의 조직 경계 밖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흡수·제거하는 사업이다. 가정이나 학교의 태양광 설비, 건물의 히트펌프, 전기차 전환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설비를 설치한 사실만으로 감축량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사업자는 먼저 해당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승인 방법론을 확인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사업을 승인한 뒤에는 발전량이나 에너지 사용량 등 감축량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지속해서 측정해야 한다.

측정 결과는 모니터링 보고서에 담긴다. 외부 검증기관이 보고서와 산정 자료를 검증하고, 관장기관의 검토와 기후에너지환경부 협의, 인증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외부사업 인증실적이 발급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외부사업 인증 절차는 모니터링 보고서에 사업 위치와 운영 상태, 기준 배출량, 사업 시행 후 배출량, 감축실적 소유권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예상 감축량과 실제 인증량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인증실적 KOC, 상쇄배출권 KCU와 구분해야


외부사업에서 인증된 감축량은 ‘외부사업 인증실적’, 즉 KOC로 발급된다. KOC는 배출권거래제 밖에서 발생한 감축량을 정부가 심사해 인정한 실적이다.

외부사업자는 KOC를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 등에 판매할 수 있다. 이를 매입한 할당대상업체가 KOC를 상쇄배출권인 KCU로 전환해야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량 상쇄나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인증위원회에서는 새 사업 승인과 별도로 기존 외부사업 10건의 감축량 76만톤을 인증했다. 전기차 교체와 히트펌프 설치, 폐냉매와 육불화황 회수·분해, 아산화질소 촉매 분해 사업에서 실제로 발생한 감축량이다.

따라서 새로 승인된 28개 사업의 연간 예상 감축량 2만2102톤과 기존 10개 사업의 인증량 76만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앞의 수치는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이고, 뒤의 수치는 사업 시행 후 검증을 거쳐 인정된 양이다.

외부사업 인증실적과 상쇄배출권의 차이 및 거래 구조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상쇄제도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규모 설비는 여러 곳을 묶어야 사업성이 생긴다


개인주택의 태양광 설비 한 곳에서 발생하는 감축량은 크지 않다. 사업계획서 작성과 모니터링, 제3자 검증, 인증 신청에는 행정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개인이 설비 한 곳만으로 외부사업을 추진하면 판매할 수 있는 감축실적보다 사업 관리비가 더 커질 수 있다.

외부사업 제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소규모 감축 활동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는 방식을 허용한다. 연간 예상 감축량이 100톤 이하인 사업은 극소규모 사업으로 분류된다. 여러 극소규모 사업을 묶거나 장기간 운영되는 프로그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음성군 사례에서도 개인주택이 각각 독립된 외부사업을 신청한 것이 아니다. 한국동서발전이 학교와 개인주택 등 여러 태양광 설비를 하나의 사업으로 구성했다. 생활 부문의 감축량을 시장에 연결하려면 발전사와 지방자치단체, 설비업체 등 집합사업자가 소규모 설비를 모으는 구조가 현실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외부사업 규모별 기준에 따르면 극소규모 사업도 일반 사업과 같은 승인·인증 절차를 밟는다. 일부 서류와 모니터링 기준이 완화되지만 검증과 인증 자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참여 전 감축실적 소유권과 수익 배분 확인해야


개인주택 소유자가 외부사업에 참여할 때는 탄소배출권이 발생한다는 설명보다 계약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핵심은 감축실적의 소유권과 판매수익의 귀속이다.

외부사업 모니터링 보고서에는 외부사업자와 참여자, 감축량 소유권이 명시돼야 한다. 대표 사업자가 등록과 검증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감축실적을 갖는 구조도 가능하고, 판매수익 일부를 설비 소유자에게 배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권리는 사업 참여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이번 자료에는 음성군 개인주택 소유자에게 감축실적이나 판매수익이 어떤 방식으로 배분되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참여자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감축실적 소유자, 수익 배분율, 검증 비용, 계약기간, 설비 철거나 주택 매매 때의 처리 기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설치에 따른 전기요금 절감이나 발전수익도 외부사업 인증실적과는 별개의 문제다. 전기요금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탄소배출권이 발급되지는 않는다.


개인 전기차도 제조사·보험사 통한 참여 추진


생활 부문의 외부사업은 태양광에서 전기차로도 넓어지고 있다. 이번 위원회는 공유차량 업체 쏘카가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해 줄인 배출량을 정식 감축실적으로 처음 인정했다.

정부는 개인용 전기차 소유자도 차량 제조사나 보험사를 통해 외부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이 상쇄등록부에 차량 한 대를 직접 등록하는 방식보다 제조사나 보험사가 다수 차량의 운행자료를 모아 감축량을 검증받는 구조다.

그러나 개인 전기차에 감축실적이 자동 부여되는 제도가 시행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참여 대상과 자료 수집 방식, 감축량 소유권, 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실제 참여가 가능하다.

개인주택 태양광의 외부사업 편입은 생활 속 감축을 측정 가능한 경제적 가치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설비 설치와 사업 승인, 감축량 인증, 배출권 거래는 서로 다른 단계다.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탄소배출권이 생긴다’는 문구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업에 참여하고 감축실적의 권리를 누구와 어떻게 나누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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