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우주

미 해군이 충남급 호위함을 검토하는 이유…‘빠른 건조’가 승부처

한국·일본·튀르키예 함정 설계 비교…11월 12일까지 평가 예정

한국 해군의 충남급 호위함 설계가 미국 해군의 차기 호위함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함정이 미국 해군에 납품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충남급이 공식 후보로 선정됐거나 건조 계약을 따낸 단계는 아니다.

미 해군은 일본 모가미급 수출형과 한국 충남급, 튀르키예 이스탄불급의 설계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운영하는 USNI 뉴스가 지난 1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정부는 아직 경쟁 방식과 후보 함정 명단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검토의 중심에는 개별 함정의 화력보다 건조 속도가 놓여 있다. 미국은 자국 조선소의 납기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동맹국의 설계와 생산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충남급의 경쟁력도 함정 성능과 함께 한국 조선업의 생산성이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함 수주’ 아닌 충남급 설계 검토


검토 대상은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충남함 한 척이 아니라 충남급 호위함의 설계다. 충남함은 울산급 배치Ⅲ 사업의 선도함이며 함정번호는 FFG-828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12월 해군에 인도했다.

USNI 뉴스는 백악관과 미 해군이 한국과 일본, 튀르키예의 호위함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복수의 조선사가 건조하는 충남급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해외 조선소에서 초도함을 최대 2척 건조한 뒤 미국 조선소로 생산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 해군 당국자는 동맹국의 검증된 조선 기술과 산업 역량을 활용해 함정 인도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 함정을 대상으로 공개 경쟁을 진행할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USNI 뉴스의 9월 1일 보도를 ‘충남급 선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제 함정 평가 결과는 오는 11월 12일까지 제출될 예정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미 해군이 실제 획득사업을 추진해야 계약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예산 승인과 의회 동의, 세부 설계 검토도 남아 있다.


미 해군이 해외 설계에 눈 돌린 배경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보유했지만 함정 건조 지연에 시달리고 있다. 숙련 인력 부족과 공급망 불안, 설계 변경, 조선소 생산능력 저하가 함께 작용했다. 기존 사업에 예산을 추가해도 함정 인도 시기를 앞당기기 어렵다는 판단이 커졌다.

미 해군은 지난해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사업을 중단한 뒤 해안경비대의 국가안보경비함 선체를 바탕으로 새로운 FF(X) 호위함을 개발하고 있다. HII 잉걸스 조선소는 올해 4월 선도조선소 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2억8290만달러이며 설계 완성과 장기납기 품목 확보, 선행 생산을 맡는다.

미 해군의 현 계획은 2027회계연도 1척, 2029회계연도 1척, 2031회계연도 2척을 발주하는 것이다. 첫 함정은 2028년 진수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 해군 인도는 빨라도 2030년 6월로 예상된다(미 해군·USNI, 2026). 미국 FF(X) 사업 자료

해외 설계 검토는 기존 FF(X) 사업이 곧바로 충남급으로 대체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 내 건조 계획과 해외 설계 활용 방안이 함께 검토되는 상태다. 미 정부가 어느 방식을 주력 사업으로 선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충남급의 강점은 센서와 대잠전 능력


충남급은 구형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3600톤급 함정이다. 길이 129m, 폭 14.8m, 높이 38.9m로 설계됐다. 해양 감시와 대공·대함·대잠 작전을 수행하며 해역함대의 주력함과 기동부대 증원 전력으로 운용된다(방위사업청, 2024).

충남급의 핵심은 복합센서마스트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추적장비 등을 하나의 마스트에 통합했다. 4면 고정형 레이더를 이용해 전방위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여러 대공 표적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

전투체계와 주요 탐지장비, 무장의 국산화 비중도 높다. 5인치 함포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 함대함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장거리 대잠어뢰 등을 운용한다. 국내 개발 선체고정형 음탐기와 예인형 선배열 음탐기도 탑재했다.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는 대잠전에서 강점을 갖는다. 저속 운항 때 전기 추진을 사용하면 수중 방사소음을 줄일 수 있다. 잠수함을 탐지하면서 자함의 소음 노출을 억제해야 하는 호위함의 임무와 맞물린다. 충남급의 주요 제원과 장비는 방위사업청의 충남함 인도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울산급 배치Ⅲ는 총 6척이 건조되고 있다. 선도함은 HD현대중공업이 맡았고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 5∼6번함은 한화오션이 건조한다. 마지막 6번함도 건조 단계에 들어갔다. 여러 조선사가 동일한 함급을 분담 생산한 경험은 생산량 확대 가능성을 평가할 때 유리한 요소다.


미국형 함정으로 바꾸는 과정이 더 어렵다


충남급이 한국 해군에서 성능을 입증했다고 해서 미국 해군이 같은 설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 해군은 전투체계와 통신장비, 무장, 피아식별체계, 데이터링크에 독자적인 규격을 적용한다. 생존성과 사이버보안, 충격·소음 시험 기준도 다르다.

충남급에는 한국형 전투체계와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한국형 수직발사체계가 적용돼 있다. 이를 미 해군 체계로 교체하면 함정 내부 배치와 전력 공급, 냉각 설비, 중량 균형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개조 범위가 커질수록 이미 검증된 설계를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한다는 장점이 줄어든다.

미국은 컨스텔레이션급 사업에서도 외국 함정 설계를 자국 기준에 맞추는 과정에서 비용과 일정이 늘어난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프랑스의 FREMM급을 기초로 삼았지만 설계 변경이 확대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USNI 뉴스도 미국 수상전투함이 다수 동맹국 함정보다 높은 생존성 기준을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충남급의 승부처는 국산 장비를 얼마나 많이 유지하느냐가 아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체계를 적용하면서 원형 설계의 성능과 건조 속도를 보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설계 변경을 제한할 수 있어야 일정과 비용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에서 건조해도 미국에서 계속 만들 수 있어야


미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핀란드 모델’이다. 초도 함정을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해 전력화 시기를 앞당기고, 후속 함정은 미국 조선소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해외 기업은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고 설계와 생산기술을 이전한다.

미 해안경비대의 북극경비함 사업이 비교 사례다. 초기 함정은 핀란드에서 건조하고 후속 함정은 미국 조선소에서 생산한다. 미 정부는 이를 통해 함정을 조기에 확보하면서 자국 조선업의 생산 기반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조선업에는 완성 함정을 수출하는 것과 다른 과제가 제시된다. 미국 조선소가 충남급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자료와 공정관리 기술을 이전하고 현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기자재 조달과 품질관리, 숙련공 교육까지 포함한 장기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 등 미국 내 생산 기반도 평가 변수다. 미 해군은 해외에서 모든 함정을 계속 건조하는 방식보다 동맹국의 투자와 기술을 이용해 미국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가진 국내 생산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의 해외 함정 설계·조선소 검토 자료


일본·튀르키예와 경쟁…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아


미국이 검토하는 해외 설계에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급 수출형과 튀르키예의 이스탄불급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 함급은 이미 건조 경험이 있거나 실제 운용 단계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 해군은 설계 성숙도와 건조 속도, 미국 체계와의 통합 가능성을 함께 비교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급은 대공·대함·대잠 능력을 고르게 갖춘 전투함이다. 복합센서마스트와 저소음 추진체계, 국산 전투체계는 한국 해군의 작전환경에 맞춰 개발됐다. 반면 미국 해군이 요구하는 임무와 장비에 맞게 변경할 때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건조가격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미국형 전투체계와 무장, 통신장비를 적용하면 한국 해군용 충남급과 다른 원가 구조가 형성된다. 초도함을 한국에서 건조하더라도 후속함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인건비와 공급망 비용이 달라진다.

미 해군이 요구하는 핵심은 가장 싼 함정보다 가장 빨리 전력화할 수 있는 함정에 가깝다. 전투성능과 설계 안정성, 미 조선소에서의 반복 생산 가능성이 가격과 함께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와 조선업계의 반발도 넘어야


미국 법률은 원칙적으로 해외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제한한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를 이유로 예외를 적용할 수 있지만, 실제 예산을 집행하려면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백악관은 지난 8월 국가안보 예외를 이용해 외국 설계와 해외 건조를 검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2027회계연도 국방정책법안 초안은 이 예외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원 군사위원회 초안에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미국 함정 구매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미국 조선업계도 해외 건조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자국 조선소의 시설과 인력 확충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건조가 미국 일자리를 줄이고 핵심 군사기술의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충남급 검토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함정 평가만 통과해서는 부족하다. 미 행정부와 의회, 해군, 조선업계가 해외 설계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합의해야 한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내 투자와 고용 확대를 함께 제시해야 하는 배경이다.

충남급이 미 해군의 검토 대상에 들어간 것은 한국 함정 기술과 생산 역량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신호다. 그러나 현재 확인된 단계는 설계 평가다. 11월 12일 평가 결과와 미 의회의 법안 처리, 미국형 개조 범위가 공개돼야 실제 수주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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