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넘었다가 돌아오면 괜찮을까…기후 ‘오버슈트’의 함정
-UNEP “1.5도 초과, 향후 수년 내 사실상 불가피”
-가장 낙관적 경로도 정점 약 1.8도 전망
-온도 낮춰도 생태계 손실·해수면 상승 일부는 되돌리기 어려워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섰다가 이후 다시 낮아진다면 파리협정의 목표를 사실상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내놨다. 기온을 장기적으로 다시 1.5도 아래로 낮추더라도 초과 기간 동안 발생한 생태계 손실과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적응 한계 초과 등 일부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UNEP가 2일 발표한 ‘Limiting Overshoot’ 보고서는 현재 정책과 가까운 시기 배출경로를 고려할 때 1.5도 초과가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8도 높은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됐으며,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2도를 넘는 경우도 제시됐다.
오버슈트는 ‘1.5도 초과 한 번’이 아니다
기후과학에서 오버슈트는 특정 연도에 기온이 1.5도를 잠시 넘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UNEP는 이를 1.5도 초과, 정점 도달, 이후 기온 하강과 안정화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장기 경로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뿐 아니라 초과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위험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UNEP는 정점 기온이 높을수록 사람과 생태계가 받는 위험이 커지고, 초과 기간이 길어질수록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을 가능성과 적응 한계를 초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버슈트 경로에서는 ‘언젠가 다시 낮출 수 있다’는 기대보다 얼마나 낮은 수준에서 정점을 막고, 얼마나 빨리 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느냐가 중요하다.
2024년은 이미 연평균 1.5도를 넘었다
UNEP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높았던 첫 해였다고 설명한다. 다만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는 단일 연도의 기온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친 장기 평균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2024년 한 해의 기록만으로 목표가 공식적으로 무너졌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2024년의 기록은 장기적으로 1.5도 초과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UNEP는 현재 각국이 제출한 정책과 기후공약이 모두 이행되더라도 온난화 정점이 최소 1.8도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5도와 1.8도 차이는 ‘0.3도뿐’이 아니다
기후변화에서 0.1도 단위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 차이로 보기 어렵다. 평균기온이 높아질수록 극한고온과 폭우, 가뭄, 산불, 생태계 손실과 같은 위험은 비선형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UNEP는 1.5도를 넘은 이후에는 추가되는 ‘0.1도’마다 기후위험과 티핑포인트 위험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1.8도에서 정점을 찍는 경우와 2도를 넘어서는 경우는 피해 규모와 적응비용에서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버슈트 시대의 목표는 1.5도 초과 자체를 피하지 못했다고 해서 2도 또는 그 이상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정점을 최대한 낮추고 초과 기간을 최대한 짧게 만드는 것이 피해 규모를 줄이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제시된다.
온도를 다시 낮춰도 피해가 모두 복구되지는 않는다
오버슈트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온도 회복’과 ‘피해 회복’이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지구 평균기온을 다시 낮추더라도 이미 사라진 산호초나 멸종한 종, 붕괴된 일부 생태계가 자동으로 원상복구되는 것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도 마찬가지다. 빙하와 빙상이 녹으면서 바다로 유입된 물은 기온이 내려간다고 즉시 다시 얼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오버슈트 기간이 길고 정점이 높을수록 해수면 상승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UNEP는 높은 정점과 장기간의 초과가 적응 한계를 넘거나 되돌릴 수 없는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산호초와 빙권은 특히 민감하다
기후 오버슈트의 영향을 가장 먼저 크게 받을 수 있는 분야가 산호초와 빙권이다. 산호초는 해수온 상승에 민감해 단기간의 극심한 고수온만으로도 대규모 백화와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기온이 이후 다시 낮아져도 이미 파괴된 산호 생태계가 원래 상태로 복원되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거나 복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 빙하와 빙상 역시 일정 수준 이상 손실이 진행되면 장기간에 걸쳐 해수면 상승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기후정책에서는 미래의 탄소제거 기술에 기대기보다 현재의 배출 감축으로 정점을 낮추는 것이 우선적인 대응으로 제시된다.
온도를 낮추려면 ‘순배출 마이너스’가 필요하다
지구 평균기온을 정점 이후 실제로 낮추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단순히 ‘넷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양이 새로 배출하는 양보다 많은 순음의 배출, 즉 넷네거티브 상태가 일정 기간 필요하다.
UNEP는 오버슈트 이후 온도를 다시 낮추기 위해 장기적으로 탄소제거, 즉 CDR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조림이나 토양탄소 확대처럼 자연 기반 방법뿐 아니라 직접공기포집 같은 기술적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탄소제거는 현재의 배출 감축을 대신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규모 토지와 에너지, 비용이 필요하고 저장 안정성과 생태계 영향, 국가 간 책임 배분 등 새로운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제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위험이 커진다
오버슈트 경로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미래의 탄소제거 능력을 전제로 현재 감축을 늦출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지금 배출을 충분히 줄이지 않고 나중에 기술을 이용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겠다는 전략은 탄소제거 기술이 예상만큼 빠르게 확대되지 않을 경우 더 높은 정점과 더 긴 오버슈트로 이어질 수 있다.
UNEP가 강조하는 방향도 감축과 탄소제거를 대체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인 보완관계로 보는 것이다. 우선 지금부터 온실가스와 메탄 배출을 빠르게 줄여 정점을 최대한 낮추고, 이후 잔여배출을 상쇄하면서 온도를 낮추는 데 탄소제거를 활용해야 한다.
메탄 감축은 정점을 낮추는 빠른 수단
오버슈트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 감축도 중요하다. 메탄은 대기 중 체류기간이 이산화탄소보다 짧지만 온난화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배출을 빠르게 줄이면 단기적인 기온상승 속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UNEP는 오버슈트의 정점을 제한하려면 장기간의 이산화탄소 감축과 함께 메탄을 포함한 단기 기후오염물질 감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50년 넷제로 같은 장기 목표뿐 아니라 향후 10년 안에 얼마나 빠르게 배출량을 줄이는지가 정점 온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다.
적응정책도 ‘고정된 기후’를 전제로 할 수 없다
오버슈트 시대에는 적응정책의 설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에는 특정한 미래 기온 수준을 가정해 방재시설과 농업, 도시계획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버슈트 경로에서는 기온이 계속 상승하다 정점을 찍고 이후 다시 낮아지는 변화 자체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수면은 지구 평균기온이 하락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상승할 수 있다. 농업과 수자원, 도시 열섬, 보건정책 역시 서로 다른 시점에서 위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UNEP는 감축과 적응을 동시에 강화해야 하며, 오버슈트가 커질수록 적응 자체가 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정책의 기준은 ‘1.5도를 넘었나’에서 바뀐다
그동안 기후정책의 핵심 질문은 ‘1.5도를 지킬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UNEP 보고서는 앞으로 정책 질문이 보다 복잡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1.5도를 넘어선다면 정점을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는지, 초과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탄소제거 능력을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초과 기간 동안 취약계층과 생태계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동시에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런 변화는 1.5도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UNEP는 1.5도 초과가 예상된다고 해서 대응을 늦출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른 행동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한다.
‘다시 1.5도’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게 넘느냐다
기후 오버슈트 논의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해석은 ‘나중에 다시 1.5도로 돌아오면 된다’는 접근이다. 기온이라는 숫자는 다시 낮아질 수 있지만 초과 기간에 발생한 피해가 함께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생태계 붕괴와 종 손실,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처럼 장기간 지속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영향은 정점과 초과 기간에 따라 누적된다. UNEP가 ‘낮은 정점’과 ‘짧은 초과 기간’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낙관적인 경로에서도 약 1.8도에서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은 파리협정 목표가 의미를 잃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1.8도를 2도 이상으로 밀어 올리지 않는 것, 그리고 정점 이후 가능한 한 빨리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앞으로의 기후정책에서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기후정책의 성패는 장기적으로 1.5도라는 숫자를 다시 회복했는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초과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피해를 막았는지, 정점을 얼마나 낮게 유지했는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함께 평가돼야 한다.
기후 오버슈트는 실패 이후의 대체 목표가 아니라 이미 좁아진 선택지 안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로에 가깝다. 숫자가 다시 내려오더라도 그 사이에 잃어버린 것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UNEP 보고서가 던지는 핵심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