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전통춤을 배우면 문화유산은 보존될까
기록과 접근 확대 가능성, 맥락 삭제 위험도
전승 공동체의 동의·권리·이익배분이 먼저
유네스코가 11일 아테네에서 기록·보호·전승에 AI를 쓰는 가능성과 위험을 논의했다. 유네스코와 그리스 문화부는 9월 11일 아테네에서 공동회의를 열었다. AI를 활용한 기록·보호·전승의 원칙을 논의했으며 구속력 있는 새 규범을 채택한 것은 아니다.
AI는 무형유산 기록과 접근을 넓힐 수 있지만 전승 공동체의 동의·맥락·권리와 이익배분이 빠지면 보존이 아니라 추출이 될 수 있다.
기록과 전승은 같은 일이 아니다
무형유산은 노래와 춤, 공예 동작의 파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누가 언제 왜 수행하는지, 공동체가 어떻게 배우고 바꾸는지가 함께 이어지는 살아 있는 지식이다. 동작을 정확히 복제해도 전승 관계가 사라지면 보존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무형유산 자료에는 공연 영상뿐 아니라 구전 설명, 도구 제작법, 계절과 장소에 관한 지식이 포함된다. 데이터셋을 만들 때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공동체 안에 남길지 구분해야 한다. 모든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이 보존의 목표는 아니다.
무형유산은 영상과 음원, 동작 좌표로 환원되지 않는다. 누가 어떤 계절과 장소에서 수행하는지, 공동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배우는지가 함께 이어지는 살아 있는 지식이다. AI가 춤 동작을 정교하게 복제해도 전승자와 학습자의 관계가 사라지면 보존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기록은 전승을 돕는 수단이지 공동체를 대신하는 완성품이 아니다.
공동체 동의가 빠지면 추출이 된다
AI 학습을 위해 기록을 수집할 때 전승 공동체의 동의와 통제권이 먼저다. 공개 행사에서 촬영됐다는 이유로 상업적 모델 학습까지 허용됐다고 볼 수 없다. 민감한 의례와 제한된 지식은 공개 범위 자체가 문화적 규범일 수 있다.
동의는 한 번의 촬영 허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구, 교육, 상업 모델 학습과 생성물 판매는 목적이 다르므로 이용 단계별로 다시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도 전승자와 청년, 여성 등 이해가 다를 수 있다.
학습자료를 모을 때는 촬영 허락과 상업적 AI 학습 동의를 구분해야 한다. 공개행사에 나왔다는 이유로 모든 이용이 허용된 것은 아니다. 공동체 내부에서도 전승자와 청년, 여성과 특정 가문의 권한이 다를 수 있고 비공개 의례나 제한된 지식이 존재한다. 자료의 수집과 공개, 모델 학습과 생성물 판매를 단계별로 협의하고 나중에 철회하거나 범위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AI 모델을 만든 뒤에도 공동체와의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자료가 추가되거나 잘못된 결과가 발견되면 전승자가 수정에 참여하고 모델 이용범위를 다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기관은 데이터 보관장소와 접근자, 상업적 제휴를 공개하고 사업이 종료될 때 자료를 반환하거나 안전하게 보존하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생성 결과의 왜곡과 출처
생성형 AI는 서로 다른 지역의 양식과 맥락을 섞어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출처가 보이지 않으면 이용자는 왜곡을 전통으로 오인하고, 창작기업은 원 공동체의 기여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출처표시와 이익배분이 필요하다.
AI가 생성한 결과에는 원자료와 공동체, 편집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다만 출처표시만으로 왜곡이나 모욕적 이용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공동체가 수정과 삭제, 이용중단을 요구할 실질적인 창구가 있어야 한다.
생성형 AI는 여러 지역의 양식과 맥락을 섞어 실제 전통처럼 보이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출처가 사라지면 이용자는 왜곡을 역사적 관습으로 오인하고 기업은 원 공동체의 기여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결과물에 원자료와 편집과정을 추적할 정보를 붙이고, 공동체가 수정·삭제와 이용중단을 요구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출처표시만으로 모욕적 이용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을 보존 도구로 만드는 조건
기술은 소멸 위험이 있는 언어와 기술을 기록하고 교육 접근을 넓히는 데 쓸 수 있다. 다만 공동체가 자료의 수집, 학습, 공개, 삭제와 수익 이용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유네스코 회의는 이 원칙을 탐색한 논의이지 구속력 있는 새 규범의 채택은 아니다.
좋은 활용은 기술이 전승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과 교육을 돕는 방향에 가깝다. 사라질 위험이 큰 언어의 발음을 보존하고 젊은 세대가 배울 자료를 만들 수 있다. 성과는 생성물 수보다 전승 참여와 공동체의 통제권이 강화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기술은 소멸 위험이 큰 언어의 발음을 기록하고 공예 동작을 여러 각도에서 남기며 원거리 교육을 돕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전승자를 대체하지 않고 공동체가 자료와 수익의 통제권을 갖는 것이다. 성과는 데이터와 생성물 수보다 실제 전승 참여가 늘었는지, 청년이 배울 기회와 전승자의 보상이 좋아졌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유네스코의 논의는 이런 원칙을 찾는 과정이지 곧바로 구속력 있는 새 규범이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국가와 국제기구는 기술 접근의 격차도 살펴야 한다. 기록 장비와 서버를 외부기관이 독점하면 공동체는 자신의 자료를 다시 쓰지 못할 수 있다. 교육과 장비, 지역 언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수익이 생기면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 AI가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과정에서 전승 주체의 이름과 권리가 지워지지 않는 것이 보존의 최소 조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