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규제, 왜 세척제 넘어 타이어 먼지와 합성섬유로 넓어지나
미세플라스틱 규제가 세척제의 마이크로비즈 금지에 머물지 않고 타이어 먼지와 합성섬유까지 넓어지는 이유는 배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 환경 유출량은 270만톤으로 추정됐고, 이 가운데 가장 큰 단일 배출원은 도로교통에서 생기는 타이어 마모였다. 반면 세정제·화장품 등에 의도적으로 넣는 마이크로비즈는 같은 보고서에서 0.01만톤 미만으로 집계됐다. 규제의 초점이 성분 금지에서 사용 중 마모와 유출 관리로 옮겨가는 배경이다.
이 차이는 규제 방식도 바꾼다. 세척제 안의 미세플라스틱은 원료를 빼면 비교적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타이어와 합성섬유는 제품을 쓰는 과정에서 닳거나 떨어져 나온다. 같은 미세플라스틱이라도 하나는 ‘의도적 첨가’이고 다른 하나는 ‘비의도적 발생’이어서, 금지 대상과 관리 수단을 분리해 봐야 한다.
의도적으로 넣는 미세플라스틱은 금지 규제가 먼저 작동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일부 제품군에서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 규정이 시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은 세정·각질제거 등에 쓰이는 화장품의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두고 있고, 환경부의 생활화학제품 안전기준은 2021년 1월 1일 이후 제조·수입한 세정제, 제거제, 세탁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에 세정·연마 용도의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먼저 손댄 분야는 의도적 첨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REACH에 따른 미세플라스틱 제한 규정은 2023년 10월 17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제품군마다 전환기간이 달라 씻어내는 화장품은 2027년 10월 16일까지, 리브온 화장품은 2029년 10월 16일까지, 일부 색조·립·네일 제품은 2035년 10월 16일까지 유예가 있다.
타이어 먼지와 합성섬유는 금지보다 배출 저감이 중심이 된다
문제는 지금 주요 배출원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OECD의 2022년 보고서는 2019년 기준 타이어 마모 70만톤, 브레이크 마모 10만톤, 도로 표시 마모 20만톤을 주요 유출원으로 제시했다. 합성섬유는 세탁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섬유만 따로 잡아도 1만톤으로 추정됐고, 가정 내 섬유 먼지처럼 다른 경로의 배출은 별도 범주에 포함됐다. 이 수치들은 실측 총합이 아니라 OECD 모형에 기반한 전 세계 추정치다.
이 때문에 타이어와 섬유는 ‘판매 금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타이어는 자동차 주행에 필요한 제품 자체가 마모를 동반하고, 합성섬유는 의류와 생활용품에 널리 쓰인다. 규제는 제품에서 플라스틱 성분을 일괄 제거하는 방식보다, 마모량을 줄이는 설계 기준과 배출된 입자를 회수하는 장치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OECD는 2021년 텍스타일·타이어 보고서에서 이런 배출원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섬유 shedding 저감 설계, 세탁기 미세섬유 필터, 세탁 습관 개선, 친환경 운전, 도로 유출수 관리, 하·폐수 처리 강화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상류 단계의 예방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경우가 많지만, 확산된 배출원을 완전히 막기 어려워 하류 처리 대책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슬러지는 새로운 발생원이 아니라 이동 경로로 봐야 한다
독자가 자주 헷갈리는 지점은 하수처리장 슬러지다. 슬러지는 미세플라스틱을 새로 만들어내는 대표 배출원이라기보다, 세탁수나 생활하수에서 걸러낸 입자가 모이는 장소에 가깝다. OECD는 하·폐수처리장이 하수 속 플라스틱을 걸러 슬러지에 농축시키며, 이 슬러지가 농경지 등에 사용되면 포집된 미세플라스틱이 토양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슬러지 규제는 세탁수나 생활하수 관리를 대신하는 조치가 아니라 보완 장치다. 세탁기 필터, 하수처리, 슬러지 처리 기준은 같은 배출 사슬의 다른 지점을 겨냥한다. 타이어 먼지 역시 도로에서 바로 하천으로 흘러드는 경로가 있어 하수도만 강화한다고 충분하지 않다.
현재 규제의 실제 판단 기준은 발생원별로 다르다
현재 확인되는 큰 흐름은 분명하다. 의도적으로 넣는 미세플라스틱은 금지와 대체가 중심이고, 타이어 먼지와 합성섬유처럼 사용 중 마모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은 제품 설계, 사용 단계, 배출 경로, 하수·유출수 처리까지 함께 묶는 방식으로 관리가 넓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비의도적으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은 새 REACH 제한의 직접 대상이 아니며, 도시하수 처리, 슬러지, 타이어 라벨링, 자동차 형식승인 같은 별도 제도로 다룬다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6년 2월 환경부가 미세플라스틱 간담회를 열고 해외 규제 동향을 반영한 사용 금지 품목의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2026년 10월 14일 현재 확인되는 국내 제도는 세정·세탁 등 일부 제품군의 금지 규정이 중심이며, 타이어 마모와 합성섬유 배출을 직접 겨냥한 포괄 규제가 이미 시행 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분야는 배출원 측정 기준과 저감 기술, 산업 적용 범위를 함께 정해야 해 후속 제도 설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