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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무기 공급국 한국, 수주액과 SIPRI 순위가 다른 이유는 지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10대 무기 공급국에 올랐다는 말과 방산 수주액 몇십억 달러라는 숫자는 같은 현상을 다른 자로 잰 결과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실제로 어느 나라에 어떤 ‘주요 무기’가 인도됐는지를 자체 기준으로 환산한 물량 지표로 순위를 매긴다. 반면 국내에서 자주 인용되는 방산 수주액은 그해 새로 체결된 계약 규모를 달러로 세는 방식에 가깝다. 같은 해에 큰 계약이 잇따라도 인도가 몇 년에 걸쳐 이뤄지면 SIPRI 순위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다.

실제로 SIPRI의 2026년 팩트시트는 한국을 2021~2025년 세계 9위 무기 공급국으로 집계했다. 전년 공개된 2025년 팩트시트에서는 한국이 2020~2024년 기준 10위였다. 반면 방위사업청은 자체 소개 자료에서 2024년 방산수주액을 96억달러로 제시하고, 같은 해 목표로는 200억달러를 내걸었다. 두 숫자는 서로 충돌한다기보다 애초에 측정 대상과 시점이 달라 같은 선상에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값이다.


SIPRI 순위는 ‘계약’이 아니라 ‘실제 인도된 주요 무기 물량’


SIPRI가 집계하는 무기이전 통계의 출발점은 실제 인도다. SIPRI는 국제 무기이전을 비교하기 위해 ‘TIV(추세지표값)’라는 공통 단위를 쓰는데, 이는 무기의 생산원가와 성능을 바탕으로 만든 물량 지표이지 판매금액이 아니다. 새 무기와 중고 무기의 가치도 다르게 계산하고, 부품·엔진·면허생산 물량도 포함한다. 따라서 SIPRI 순위는 어느 나라가 돈을 많이 벌었는가보다 어느 나라가 주요 재래식 무기를 얼마나 실제로 넘겼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이 때문에 SIPRI는 연도별 등락이 큰 개별 해보다 5년 단위 평균을 기본으로 제시한다. 대형 전차·자주포·전투기·함정 계약은 서명 시점과 납품 시점이 몇 년씩 벌어지는 경우가 흔하고, 생산 지연이나 후속 협상에 따라 일정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2022년 이후 폴란드 등과 대형 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경우에도, SIPRI 순위에는 실제 인도 물량이 누적되는 속도로 반영된다.


방산 수주액은 그해 따낸 계약 규모를 보여준다


반면 방위사업청이 발표하는 방산수출 성과는 계약 체결과 수주 사건을 중심으로 제시된다. 방사청은 2024년 5월 보도자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폴란드 천무 2차 이행계약 16억4000만달러, HD현대중공업의 페루 함정 공동건조 계약 4억6000만달러 등을 올해 방산수출 성과 사례로 제시했다. 이런 숫자는 계약이 체결된 시점의 달러 금액을 보여주지만, 해당 물량이 모두 같은 해에 인도됐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기관이 2025년 1월 입장자료에서 2024년 수주 실적이 기대보다 낮아 보인 배경으로 약 94억달러 규모 사업의 이월을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수주액은 협상 지연과 서명 시점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대로 SIPRI 지표는 이미 서명된 계약이 실제 납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뒤늦게 올라올 수 있다. 결국 수주액은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쌓였는가’, SIPRI 순위는 ‘그 파이프라인이 실제 인도로 얼마나 실행됐는가’를 보여주는 셈이다.


모집단도 다르다… SIPRI는 ‘주요 무기’만 본다


두 지표가 어긋나는 또 다른 이유는 집계 범위다. SIPRI는 공개 정보로 추적 가능한 ‘주요 재래식 무기’만 다룬다. 항공기, 장갑차, 100밀리미터 이상 포병체계, 방공체계, 미사일, 군함, 군용 엔진 같은 범주가 중심이다. 반면 계약금액은 패키지 구성에 따라 후속군수지원, 개조, 기술이전, 현지생산 협력 같은 요소가 함께 묶일 수 있다. 금액이 큰 계약이더라도 SIPRI의 TIV로는 상대적으로 작게 잡히거나, 반대로 금액이 크지 않아 보여도 대량 인도가 이어지면 TIV 비중은 커질 수 있다.

SIPRI도 별도 설명에서 자사 데이터베이스는 국제 무기거래의 금전적 가치를 평가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고 못 박고 있다. 각국 정부가 공표하는 금액 통계 역시 수출허가액인지, 실제 사용된 허가액인지, 세관 집계인지, 계약액인지 방법이 제각각이라 국제 비교의 표준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SIPRI 순위와 국내 수주액은 어느 한쪽이 맞고 다른 쪽이 틀린 관계가 아니라, 애초에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수치다.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나


‘한국이 실제로 세계 방산 공급망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나’를 보려면 SIPRI 순위가 더 직접적이다. 2021~2025년 기준 세계 9위, 점유율 2%대라는 수치는 한국산 주요 무기가 실제로 국제 시장에 얼마나 인도됐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는 판매액이 아니라 물량 추세이며, 5년 평균이어서 최근의 급격한 계약 증가가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올해 수출 영업 성과가 얼마나 쌓였나’를 보려면 수주액이 더 적합하다. 다만 수주액은 서명 시점의 변동성이 크고, 나중에 일정 조정이나 분할 이행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평가하려면 하나의 숫자만 볼 일이 아니다. 당장의 시장 열기를 보려면 수주액, 실제 납품과 국제적 공급 비중을 보려면 SIPRI TIV, 기업의 실적과 현금흐름을 보려면 개별 기업 공시를 함께 봐야 한다. 세계 10대 무기 공급국이라는 표현과 연간 수주액 숫자가 서로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한국 방산의 성과가 과장됐거나 축소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단계의 현실을 다른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5(2026);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4(2025); SIPRI, Sources and methods: Arms Transfers Database(열람 2026-10-16); SIPRI, Financial value of the global arms trade(열람 2026-10-16); 방위사업청, 2024년 방산수출, 200억불을 향해 힘찬 행보 시작!(2024-05-13); 방위사업청, 정부는 올해 최대 규모의 방산수출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2025-01-03); 방위사업청, 설립목적과 기능(열람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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