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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면 K방산 호황도 끝날까…유럽 재무장 예산과 장기 정비계약이 남기는 수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잦아들면 한국 방산 수출도 곧바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확인된 사실로 보기 어렵다. 최근 수요를 키운 직접 계기 중 하나가 전쟁인 것은 맞지만, 실제 계약과 예산은 단년성 주문보다 다년 조달과 운용유지 체계로 짜여 있다. 유럽의 군비 증액이 이미 중기 재정계획과 개별 무기 도입 일정에 반영됐고, 한 번 도입된 무기체계는 정비·부품·성능개량 수요를 수년에서 수십년 단위로 남긴다는 점이 더 직접적인 판단 근거다.

다만 이 말이 전쟁 종료와 무관하게 K방산 호황이 자동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긴급 소요가 줄면 초대형 신규 계약의 속도는 둔화할 수 있고, 각국 재정사정이나 정권 교체, 현지 생산 조건 협상에 따라 계약 집행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전쟁의 존속 여부만이 아니라, 각국이 이미 편성한 재무장 예산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고 납품 뒤 지원 체계가 얼마나 깊게 묶여 있는가에 있다.


유럽 수요는 전쟁 한 장면보다 더 긴 예산 흐름 위에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2025년 세계 주요 무기 이전 규모는 2016~2020년보다 9.2% 늘었다. 특히 유럽의 무기 수입은 같은 기간 210% 증가했다. 같은 기관의 군사비 통계에서는 2025년 유럽 군사비가 8640억 달러로 집계돼 전년보다 14% 늘었고, 2016~2025년 10년 누적으로는 102% 증가했다. 한국 방산의 최근 호황을 단지 특정 전장의 일시적 특수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NATO는 2025년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의 국방지출이 전년보다 거의 20% 늘었고, 증가액이 실질 기준 900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중 긴급 지원뿐 아니라 동맹 차원의 상시 전력 증강이 예산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폴란드 사례는 더 직접적이다. 폴란드 정부는 2026년 국방에 2000억 즈워티를 배정하겠다고 밝혔고, 관련 재정 문서에서는 국가예산과 군지원기금을 합한 2026년 국방지출이 국내총생산의 4.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폴란드의 조국방위법은 2023년부터 국방·현대화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최소 3% 이상으로 두도록 했다. 전쟁이 잦아들더라도 이미 법과 기금 구조로 묶인 현대화 사업이 한 번에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2025년 3월 ‘유럽 방위 대비태세 2030’ 백서와 재무장 계획을 내놓으며 회원국의 방위 투자 확대를 위한 금융수단을 제시했다. 개별 국가 발주만이 아니라 유럽 차원의 제도 설계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시장은 단순한 전시 조달을 넘어선 구조적 재편에 더 가깝다.


한국 수출도 ‘한 번 팔고 끝’이 아닌 이행계약과 현지화 단계로 넘어갔다


한국 방산 수출의 대표 사례인 폴란드 사업은 처음부터 여러 해에 걸친 총괄계약과 이행계약 구조로 진행됐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폴란드는 2022년 총괄계약을 맺은 뒤 같은 해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천무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K9과 천무, K2의 후속 이행계약이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즉 시장의 중심이 단발성 수주에서 후속 발주와 이행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로템이 2026년 4월 발표한 폴란드형 K2 전차 현지 생산 계약은 이런 구조를 더 분명히 보여준다. 이 계약에는 단순 조립 생산만이 아니라 폴란드형 K2와 구난전차의 현지 생산·정비 세부 사항, 폴란드산 장비 적용, 현지 인력의 정비 참여가 함께 담겼다. 수출이 선적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과 정비 체계 이전으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이 구조에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미 계약된 납품 일정과 현지 생산 준비가 바로 소멸하지 않는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도입한 무기를 실전 배치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수출국 기업 입장에서는 부품 공급망과 현지 협력망을 계속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들의 수주 잔고가 단순 신규수주 공표보다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속성의 핵심은 납품 뒤에 붙는 MRO와 후속군수지원


방위사업청은 2024년 ‘K-방산 전성시대, 애프터마켓도 챙긴다’는 자료에서 폴란드 FA-50 48대 수출 물량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WZL2가 항공정비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는 기종이 정해지면 수십년 동안 운용되는 만큼, 초기 판매보다 이후 정비·수리·창정비 체계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

함정 분야도 비슷하다. 방위사업청은 2025년 12월 필리핀 호위함 2차 사업 수주를 발표하면서, 1차 사업으로 인도된 호위함 2척이 현지 작전에서 성능을 입증했고 한국 기업의 유지보수·정비·운영 지원 능력이 높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후속군수지원과 교육훈련이 다음 수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K방산의 지속성이 신규 전쟁 발생 여부만이 아니라, 기존 고객의 가동률과 신뢰를 유지하는 지원 체계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지상무기체계도 마찬가지다. 현대로템의 2026년 폴란드 발표문에는 정비 사업에 현지 인력이 참여하는 구조가 담겼고, 방위사업청도 폴란드와의 협의에서 K2·K9·FA-50·천무 사업과 함께 운용유지 분야 협력을 별도로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단계로 들어간 사업은 새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바로 멈추기보다, 이미 도입된 장비의 가동과 개량 수요를 따라 계속 굴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호황 지속’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반론도 분명하다. SIPRI 자료를 보면 2021~2025년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의 무기 수입은 20% 줄었고, 중동도 13% 감소했다. 전세계 시장이 동시에 같은 속도로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수입국의 위협 인식이 바뀌거나 환율과 재정 부담이 커지면 한국 업체가 기대한 후속 물량이 미뤄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관련 수요도 이미 변동성을 드러냈다. SIPRI는 2025년 우크라이나로의 주요 무기 이전 규모가 2023년이나 2024년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지원 감소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실제 시장은 전쟁의 존재 여부만이 아니라 동맹국의 정책, 재정 여력, 조달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출렁인다는 얘기다.

한국 방산 내부의 과제도 남아 있다.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비중이 커질수록 국내에서 완제품을 한 번에 대량 납품하는 방식보다 수익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 정치적 수주 발표와 실제 매출 인식 시점도 다르고, 계약 총액과 연도별 실적을 혼동하면 호황의 강도를 과대평가하기 쉽다. 방산 수출은 계약 체결, 선수금, 생산, 납품, 검수, 후속정비가 여러 해에 걸쳐 나뉘어 반영되는 산업이라는 점을 따로 봐야 한다.


결론은 ‘전쟁 종료=호황 종료’보다 복잡하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자료만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K방산 호황이 즉시 끝난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유럽의 재무장 예산이 이미 법과 중기 재정계획, 동맹 차원의 지출 확대, 개별 이행계약으로 이어졌고, 납품 뒤에도 정비·부품·훈련·성능개량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성의 강도는 ‘전쟁이 있느냐 없느냐’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전시 긴급 발주보다 이미 팔린 무기체계를 얼마나 오래 운영하게 만들 수 있는지, 현지 생산과 MRO를 통해 고객국의 장기 계획 안에 얼마나 깊게 들어가는지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K방산의 다음 단계는 전장의 순간 수요보다, 예산과 정비계약으로 묶인 장기 수요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료: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5(2026년 3월); SIPRI,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5(2026년 4월); NATO, Defence investment and NATO’s 5% commitment(2025년 7월 갱신본); 폴란드 총리실, Bezpieczeństwo, wsparcie rodzin i ambitne inwestycje – rząd przyjął budżet 2026(2025년 8월 28일); Republic of Poland, 2026 Budget Act 관련 재정 문서(2026년); European Commission, White Paper for European Defence – Readiness 2030(2025년 3월 19일); 방위사업청, 새정부 첫 대형 방산수출 계약 확정, 폴란드 K2전차 추가계약 공식 발표(2025년 8월); 방위사업청, K-방산 전성시대, ‘애프터마켓’도 챙긴다(2024년); 방위사업청, 필리핀 바다 지키는 K-호위함, 6억 불 규모 호위함 2차 사업 수주(2025년 12월 26일); 현대로템, 현대로템, 폴란드형 K2 전차 현지 생산 계약 체결(2026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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