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보다 하늘을 먼저 본다…드론 항시감시가 바꾼 우크라이나 지상전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지상 병력의 전술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드론의 화력 자체보다도 ‘계속 보고 있다’는 조건에 가깝다. 병력이 열린 지형을 한 번에 몰아 움직이거나, 정해진 보급로를 반복 사용하거나, 참호를 점령한 뒤 오래 머무는 방식은 이제 곧바로 표적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 결과 전술의 중심은 대규모 돌파보다 분산, 은폐, 야간 이동, 그리고 보급과 후송을 위한 짧은 이동 창을 만드는 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드론을 정찰과 타격에 대량 투입하면서 더 뚜렷해졌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6년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무인체계가 이미 광범위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전장을 결정하는 핵심은 개별 기체보다 정보를 묶고 임무를 조정하는 소프트웨어와 지휘 체계라고 짚었다. 완전한 자율살상체계가 이미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 확인되는 변화의 상당수는 항시감시와 부분 자동화가 지상군의 움직임을 어떻게 제약하는지에서 나온다.
대형 기동보다 분산 이동, 참호전도 ‘하늘 경계’가 기본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2025년 공개한 우크라이나 기동전 분석을 보면, 접촉 지역에서 많은 수의 보병이 한 지형에 동시에 노출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정리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보급과 은폐가 모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일부 숙련 부대는 7명 규모 분대를 두 개의 화팀으로 나누고, 방어 때는 한쪽이 적을 감시하는 동안 다른 한쪽이 상공을 경계하는 식의 전투 절차를 발전시켰다.
공격 때도 변화는 분명하다. 병력이 앞으로 뛸 때는 일부가 적을 향해 사격하고, 다른 인원이 상공을 살피며 이동을 끊어 간다. 적 참호에 진입한 뒤에도 역할 분담에 ‘하늘 감시’가 포함된다. 과거 보병 전술에서 주변 지형과 전방 사격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소형 드론과 FPV 드론의 접근을 의식한 상공 경계가 기본 동작으로 들어온 셈이다.
이 때문에 참호의 의미도 달라졌다. 참호 그 자체가 안전지대라기보다, 드론 관측을 피하기 위한 임시 생존 공간에 가까워졌다. RUSI는 우크라이나 부대가 적 진지를 점령한 뒤 곧바로 수목선으로 숨어 2~3명 단위의 소규모 전투 위치를 파고, 상부 방호까지 만드는 식으로 생존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병력이 땅을 차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점령 직후 다시 드론 감시에서 사라져야 하는 전장이 된 것이다.
보급은 낮에 계획하고 밤에 실행, 차량 대신 드론과 무인지상차량 투입
항시감시는 특히 보급을 어렵게 만든다. RUSI의 2024년 우크라이나 공세 교훈 보고서는 전선 감시가 지속되고 저가 정밀타격 수단이 넓게 퍼지면서, 공격부대의 마지막 구간 보급이 쉽게 관측되고 차단된다고 분석했다. 기존처럼 정해진 돌파로와 도로를 따라 탄약과 식량, 의무후송을 반복하는 방식은 오히려 적에게 가장 예측 가능한 표적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보급 자체가 하나의 제병협동 과제가 됐다. 보고서는 마지막 구간 보급을 위해 방공, 대포병 사격, 전자전, 공병 지원을 겹쳐서 짧은 이동 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투부대를 밀어 넣는 것 못지않게, 보급차량이 몇 분간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최근 우크라이나 부대의 적응은 더 구체적이다. RUSI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보급 작전은 낮에 광범위한 정찰정보를 바탕으로 계획하고, 실제 실행은 주로 야간에 이뤄진다. 무인지상차량은 보급받는 보병 위치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진지에서 약간 떨어진 지점에 화물을 내려놓고, 상공 감시를 받으면서 추적 징후가 보이면 멈추거나 엄폐한다. 물과 식량처럼 가벼운 물자는 폭격형 드론이 나를 수 있지만, 더 무거운 물자는 결국 지상 무인체계가 맡는다.
의무후송도 비슷하게 바뀌었다. 전방 부상자를 현장에서 먼저 안정시킨 뒤 야간에 후송하고, 일부 부대는 전방 2~5km 지점에 분산 배치한 무인지상차량을 이용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술적 선택에 가깝다. CSIS도 우크라이나 사례를 소개하며 무인체계가 이미 병참과 후송, 지뢰 설치와 제거 같은 비타격 임무까지 넓게 쓰이고 있다고 정리했다.
장갑차의 역할도 축소가 아니라 재정의
항시감시는 전차와 장갑차의 사용법도 바꿨다. RUSI는 대규모 기갑 집결이 관측과 타격에 취약해지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장갑 자체보다 기동성, 수리 용이성, 빠른 복구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적었다. 장갑차는 여전히 화력과 방호를 제공하지만, 오래 노출될수록 손상 가능성이 커서 운용 목표가 ‘돌파의 상징’에서 ‘짧게 투입하고 빨리 빼는 수단’으로 이동했다.
이 맥락에서 오토바이와 소형 전술차량의 재등장도 설명된다. RUSI는 2025년 별도 해설에서 러시아군이 드론 포화 환경에서 대형 기계화 종대 대신 더 작고 빠른 팀 단위 기동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경량 이동수단은 방호력은 약하지만, 열 신호와 시각적 노출, 정지 시간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생존성을 보완한다. 즉, 더 강한 장갑만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려워졌고, 눈에 띄지 않게 짧게 움직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지금 전장을 바꾸는 것은 ‘완전자율’보다 감시와 조정
이런 변화를 곧바로 ‘AI가 사람 없는 전쟁을 만들었다’고 정리하면 실제 전장을 과장하게 된다. CSIS는 2025년과 2026년 분석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자동 표적 인식, 항법 보조, 전장관리 소프트웨어 같은 좁은 범위의 AI 기능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목표 탐지부터 타격 결정까지 전 과정을 완전 자율로 처리하는 체계가 이미 일반화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전장의 즉각적 변화는 완전자율 무기보다도, 드론 수가 급증하고 그 드론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병력이 숨어 있기 어려워진 데서 나왔다.
결국 항시감시가 지상 병력의 전술에 준 가장 큰 영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병력은 커다란 덩어리보다 작은 단위로 흩어져 움직인다. 둘째, 이동과 보급, 후송은 야간과 엄폐, 전자전과 방공이 만든 짧은 창에 맞춰 이뤄진다. 셋째, 참호를 지키거나 점령하는 보병조차 전방만이 아니라 상공을 동시에 경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선은 드론이 병사를 완전히 대체한 전장이라기보다, 드론 감시가 병사의 노출 시간과 이동 방식, 보급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게 만든 전장에 가깝다.
자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Defining Autonomy: Why Software, Not Drones, Will Decide the Next War(2026-06-17);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Power Projection and the Logistics of Modern War(2025);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Preliminary Lessons from Ukraine’s Offensive Operations, 2022–23(2024-07);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Emergent Approaches to Combined Arms Manoeuvre in Ukraine(2025-10);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Drones Drive Battlefield Motorcycle Tactical Shift(2025-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