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칩의 큐비트 수만으로 성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논리 큐비트·오류율·회로 깊이가 함께 봐야 할 값
양자 칩에 적힌 큐비트 수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 숫자만으로 컴퓨터의 실제 성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2026년 5월 갱신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해설에 따르면 현재 최고 수준의 양자 컴퓨터도 수백 개 안팎의 연결된 큐비트를 갖고 있으면서 연산 약 1000번에 1번꼴로 오류를 낸다. 같은 자료는 유용한 계산에는 많은 큐비트를 오래 얽힌 상태로 유지해야 하며, 암호 해독용 쇼어 알고리즘 같은 작업에는 오류를 사실상 계속 교정할 수 있는 수백만 큐비트급 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양자 칩의 숫자가 보통 물리 큐비트 수를 가리킨다는 점이다. 물리 큐비트는 실제 하드웨어에 있는 기본 소자이고, 논리 큐비트는 여러 물리 큐비트를 묶어 오류를 검출·교정하도록 만든 계산 단위다. 따라서 물리 큐비트가 많아도 오류율이 높으면 논리 큐비트를 거의 만들지 못하거나, 만들더라도 깊은 회로를 돌리기 전에 계산이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물리 큐비트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오류가 낮고 연결 구조가 좋으면 더 유용한 논리 연산을 보여줄 수 있다.
같은 100큐비트대라도 결과가 다른 이유
양자 계산의 성능은 대체로 세 층위에서 갈린다. 첫째는 폭, 곧 한 번에 동원할 수 있는 큐비트 수다. 둘째는 깊이, 곧 오류가 누적되기 전까지 몇 단계의 게이트를 쌓을 수 있는지다. 셋째는 신뢰도와 속도다. 이 세 조건이 함께 맞아야 실제 알고리즘이 돌아간다.
이 때문에 업계와 연구기관은 단순한 큐비트 수 외의 지표를 함께 쓴다. IBM은 자사 양자 프로세서 설명 문서에서 큐비트 수와 함께 층별 게이트 오류를 나타내는 EPLG, 회로 층 처리 속도를 뜻하는 CLOPS를 별도 성능 지표로 제시한다. 양자 볼륨도 널리 쓰이는 벤치마크인데, 이는 단순히 몇 큐비트를 올렸는지가 아니라 일정한 폭과 깊이를 가진 무작위 회로를 신뢰성 있게 실행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즉 양자 하드웨어의 실력은 ‘몇 개를 올려놨나’보다 ‘그 개수로 어느 깊이까지 정확하게 계산하나’에 더 가깝다.
회로 깊이가 중요한 이유는 게이트 하나하나가 오류를 더하기 때문이다. IBM은 2024년 말 도입한 새로운 게이트 집합이 회로 깊이를 줄여 100개가 넘는 큐비트를 쓰는 실험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폭의 칩이라도 회로를 짧게 컴파일할 수 있으면 누적 오류가 줄어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논리 큐비트는 왜 물리 큐비트보다 적은가
양자 오류 정정의 목적은 여러 물리 큐비트에 정보를 나눠 담아 하나의 더 안정적인 논리 큐비트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큰 비용이 든다. 구글 퀀텀 AI가 2025년 2월 네이처에 발표한 표면부호 실험은 물리 오류율이 임계값 아래로 내려가면 코드 거리를 키울수록 논리 오류율을 지수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보였지만, 그 전제는 이미 물리 게이트와 측정의 품질이 충분히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리 큐비트를 늘린다고 자동으로 논리 큐비트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오류 정정이 이득이 되는 구간에 들어가야 한다.
업계 시연에서도 이 차이는 뚜렷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퀀티넘은 2024년 논리 회로 오류율이 대응하는 물리 회로보다 최대 약 800배 낮았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9월에는 12개의 신뢰성 높은 논리 큐비트를 만들고 얽힘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수치는 특정 코드, 특정 하드웨어, 특정 실험 절차에서 얻은 결과다. 곧바로 ’12큐비트짜리 범용 양자컴퓨터가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논리 큐비트 수를 읽을 때도 그 큐비트가 메모리 보존만 했는지, 실제 비자명한 연산과 얽힘을 수행했는지, 후처리나 사후선별에 얼마나 의존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큐비트 수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양자 칩의 큐비트 수는 ‘계산에 동원할 수 있는 최대 폭’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성능의 최종 답은 아니다. 성능 판단에는 적어도 물리 큐비트와 논리 큐비트의 구분, 단일·이중 큐비트 게이트 오류율, 측정 오류, 연결성, 회로 깊이, 컴파일 효율, 실행 속도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칩 위 큐비트가 많아질수록 가능한 상태공간은 커지지만, 오류 정정 비용이 더 빨리 불어나면 실제 유효 성능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암호 위협 평가에서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NIST는 2026년 2월 갱신한 설명에서 현재 양자컴퓨팅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장차 암호체계를 위협할 수 있는 충분히 강력한 기계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미 2024년에 첫 3개 포스트양자암호 표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늘 발표되는 칩의 물리 큐비트 숫자와, 실제로 기존 암호를 깰 수 있는 오류 정정된 논리 자원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가 양자 칩 발표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질문은 ‘몇 큐비트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숫자가 물리 큐비트인지 논리 큐비트인지, 오류 정정이 오히려 이득을 냈는지, 어느 깊이의 회로를 어떤 정확도로 수행했는지까지 봐야 한다. 큐비트 수는 headline이 되기 쉽지만, 실제 계산 능력은 오류 비용 속에 숨어 있다.
자료: NIST, Quantum Computing Explained(2025, updated 2026-05-28); NIST, What Is Post-Quantum Cryptography?(2024, updated 2026-02-27); IBM Quantum Documentation, QPU information; Google Quantum AI and Collaborators, Quantum error correction below the surface code threshold(2025-02-27); Microsoft, Advancing science: Microsoft and Quantinuum demonstrate the most reliable logical qubits on record with an error rate 800x better than physical qubits(2024-04-03); Microsoft, Microsoft announces the best performing logical qubits on record and will provide priority access to reliable quantum hardware in Azure Quantum(2024-09-10); Quantinuum, Quantinuum extends its significant lead in quantum computing, achieving historic milestones for hardware fidelity and Quantum Volume(2024-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