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식품 수요예측 AI, 폐기 감축 근거는 확인되지만 가격·취약층 접근성 개선은 아직 입증 안돼
대형마트와 식품 유통업체가 도입하는 수요예측 인공지능은 신선식품 폐기량을 줄이는 데에는 일정한 실증 근거를 쌓고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소비자 가격을 낮추거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을 개선했다는 단계까지는 공개 검증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 확인되는 성과 지표는 주로 폐기율, 발주 정확도, 재고 운영, 매출총이익, 노동시간 절감에 집중돼 있고, 가격과 접근성은 별도 지표로 거의 측정되지 않았다.
이 한계는 식량 폐기 문제의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유엔환경계획의 2024년 식품폐기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소비 가능 식품 가운데 약 5분의 1이 폐기됐고, 이 가운데 60%는 가정, 28%는 외식·급식, 12%는 소매 단계에서 발생했다. 소매 현장의 AI가 효과를 내더라도 식량 폐기 전체를 좌우하는 구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폐기 감축은 확인된 사례가 있다
공개 사례 중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미국 서부의 민관 협의체인 Pacific Coast Food Waste Commitment가 정리한 대형 소매업체 실증이다. 이 사례에서는 두 개 대형 유통사가 Afresh와 Shelf Engine의 AI 기반 발주·수요예측 도구를 적용한 결과, 점포당 평균 식품 폐기량이 14.8% 줄었다고 보고했다. 같은 자료는 주문 시간 단축과 진열·재고 관리 효율 개선, 일부 점포의 수익성 개선도 함께 제시했다.
다만 이 수치는 기업 도입 사례를 바탕으로 한 실무형 검증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적용 부문이 주로 신선식품이고, 비교 대상도 전 점포·전 품목이 아니라 파일럿 운영 전후 혹은 참여 점포 중심으로 잡혀 있다. 소비자 가격이나 저소득층 접근성까지 추적한 결과는 포함돼 있지 않다.
독립 연구도 폐기 감축 가능성 자체는 뒷받침한다. 2026년 공개된 일본 식료품 체인의 작업논문은 신규 점포 109곳의 판매·폐기·입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점 뒤 약 2년 동안 폐기율이 56.8% 감소했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점포가 지역 수요를 학습하면서 얼마나 들여올지뿐 아니라 어떤 품목을 남길지까지 조정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 연구는 AI 도입 효과를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라 지역 수요 학습과 운영 적응의 효과를 본 것이어서, 모든 감축을 AI의 공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가격 인하와 식품 접근성 개선은 왜 확인이 어려운가
수요예측 AI가 폐기를 줄인다고 해서 곧바로 소비자 가격이 내려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매업체는 폐기 감소로 남는 비용을 가격 인하보다 마진 방어, 결품 감소, 인건비 절감, 판촉 재원에 우선 배분할 수 있다. 실제로 공개된 도입 사례와 산업 보고서는 성과를 폐기율, 재고회전, 매출, 이익, 발주시간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고, 가격 전가율을 별도로 공개한 경우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접근성도 마찬가지다. 재고 폐기가 줄면 이론적으로는 결품이 줄고 매장 내 가용성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취약계층의 실질적 식품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보려면 가격 수준, 할인 구조, 점포 입지, 온라인 배송 가능 범위, 복지 연계, 기부 전환량 같은 별도 지표가 필요하다. 현재 확인된 AI 사례 다수는 이 단계까지 측정하지 않았다.
미국 비영리기관 ReFED가 올해 낸 보고서도 비슷한 선을 긋는다. 이 보고서는 AI가 신선식품 발주와 예측 정확도를 높여 폐기를 줄이는 데는 이미 측정 가능한 성과가 있다고 보면서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빈 진열대를 피하려는 조직 문화, 짧은 유통기한, 공급 제약, 갑작스러운 수요 충격 때문에 예측만으로 문제를 없애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또 기술의 사회적 효과를 평가할 때는 폐기 감축뿐 아니라 식품 접근성 증가 같은 공익 효과를 따로 따져야 한다고 적었다. 이는 접근성 개선이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보기보다, 별도 검증 과제로 남아 있다는 뜻에 가깝다.
한국에 적용하면 무엇을 봐야 하나
한국에서도 식품 폐기 감축의 필요성은 크다. 통계청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는 한국의 1인당 연간 식품폐기량을 133.4kg으로 제시하면서, 이 가운데 가정 95.0kg, 외식·급식 24.7kg, 소매 13.7kg으로 나눠 소개했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식 정부 통계와는 산정 방식이 다르며, 같은 보고서는 국내 공식 통계 기준 1인당 식품폐기량은 108.0kg이라고 별도로 설명했다. 어느 수치를 쓰더라도 소매 단계 비중이 전체의 일부라는 점은 같다.
가격 측면에서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통계청의 2024년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는 2.3% 올랐고, 생활물가지수는 2.7%, 신선식품지수는 9.8% 상승했다. 폐기 감축 기술이 일부 점포 운영비를 낮추더라도, 실제 식품 가격은 농축수산물 시세, 에너지·물류비, 환율, 판촉 경쟁 같은 다른 변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의미다.
취약계층 접근성 지표도 개선이 확인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계청의 2026년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저소득층의 영양부족 비율은 19.5%로, 고소득층 14.6%보다 높았다. 수요예측 AI가 도입되더라도 이러한 격차가 실제로 줄었는지 확인하려면 저가 식품의 재고 안정성, 폐점 전 할인 접근성, 복지 연계 기부, 동네 상권과 대형마트 간 공급 격차까지 함께 추적해야 한다.
결국 한국에서 이 기술을 평가하려면 세 갈래를 분리해 봐야 한다. 첫째, 폐기율과 매장 손실이 실제로 줄었는지다. 둘째, 그 비용 절감이 소비자 가격이나 할인 확대에 얼마나 전가됐는지다. 셋째, 저소득층과 고령층, 이동 취약지역 주민의 식품 접근성이 나아졌는지다. 지금까지 공개된 국내외 자료는 첫 번째 질문에는 부분적으로 답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는 거의 답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검증 가능한 결론은 비교적 분명하다. 대형마트의 수요예측 AI는 신선식품 중심으로 재고 폐기와 발주 오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성과만으로 소비자 식품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폐기 감축은 확인됐지만, 가격과 취약층 접근성은 아직 별도 자료로 입증해야 할 영역이다.
자료: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Food Waste Index Report 2024(2024-03); Pacific Coast Food Waste Commitment,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to Reduce Food Waste in Grocery Retail(2024); ReFED, The Food Operating System: How AI is Being Deployed Across the Food System to Reduce Waste(2026-05-19); Kohei Hayashida·Kanishka Misra·Robert Evan Sanders, Grocery Retailers Substantially Reduce Food Waste through Local Demand Learning(2026-05-25); 통계청, SDG in the Republic of Korea: Progress Report 2025(2025); 통계청, SDG in the Republic of Korea: Progress Report 2026(2026); 통계청,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202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