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집에서 살면 혈압이 오를까…실내온도 낮을수록 아침 혈압 더 높았다
추운 집에서 지내면 혈압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다만 답은 단순한 ‘예’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연구를 종합하면 실내온도가 낮을수록 혈압, 특히 아침 수축기혈압이 높아지는 경향이 반복해서 관찰됐고, 난방이나 단열 개선 뒤 혈압이 내려간 중재 연구도 있다. 반면 모든 사람에게 같은 폭으로 나타나는 법칙은 아니며, 연령·기저 고혈압 여부·신체활동·주거의 단열 성능 같은 조건에 따라 영향 크기가 달라졌다.
세계보건기구는 2018년 주거와 건강 가이드라인에서 저온 실내환경을 건강 위험 요인으로 다뤘다. 온대 또는 한랭 기후에서는 추운 계절 일반 인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한 실내온도로 18도를 제시했다. 이 기준은 ‘18도 미만이면 곧바로 병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 그 아래로 내려가는 주거환경이 건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공중보건 기준에 가깝다.
실내온도 1도 낮아질 때 혈압도 함께 움직였다
영국 건강조사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성인 4659명을 대상으로 실내온도와 혈압의 관계를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다른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실내온도 1도 하락은 수축기혈압 0.48mmHg 상승, 이완기혈압 0.45mmHg 상승과 연결됐다. 이 연구는 한 시점의 측정값을 본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바깥 기온과 별개로 집 안 온도 자체가 혈압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의 전국 조사에서도 비슷한 방향이 나왔다. 겨울철 주택 2095가구, 참가자 3775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실내온도가 10도 낮아질 때 아침 수축기혈압이 평균 8.2mmHg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같은 연구 계열에서는 아침 혈압이 저녁보다 실내온도 변화에 더 민감했고, 고령자와 여성에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는 겨울철 심혈관 사건이 아침 시간대에 집중되는 현상과 맞물려 주목받는 대목이다.
기전은 비교적 분명하다. 추위에 노출되면 체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이 반응이 혈압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실제 집 안에서는 의복, 이불, 활동량, 방별 온도차, 수면 중 난방 여부가 함께 작용하므로 실내온도 하나만으로 개인 혈압을 예측할 수는 없다.
단순 상관에 그치지 않는 이유…난방·단열 중재 연구도 있었다
관찰연구만으로는 ‘추운 집이 혈압을 올린다’는 결론이 약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온도를 실제로 바꿨을 때 혈압이 함께 움직였는지다. 일본에서 건강한 성인 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비교시험은 이 점을 직접 살폈다. 참가자들은 겨울밤 서로 다른 난방 조건의 방에서 지냈는데, 평균 13.9도의 약한 난방군보다 평균 24.2도의 강한 난방군에서 기상 후 2시간 이내의 아침 수축기혈압이 5.8mmHg 낮았다. 밤사이 최저혈압에서 아침으로 치솟는 혈압 상승폭도 강한 난방군이 더 작았다.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집을 고친 뒤의 변화도 보고됐다. 일본 스마트웰니스하우징 조사에서는 단열 보강을 한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을 비교한 비무작위 중재 연구에서, 단열 보강 뒤 아침 실내온도가 1.4도 올라갔고 아침 수축기혈압은 3.1mmHg, 이완기혈압은 2.1mmHg 낮아졌다. 고혈압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에서는 아침 수축기혈압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무작위배정 연구는 아니어서 생활습관 변화가 일부 섞였을 가능성은 남지만, 주거 환경 개선이 혈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현실적 단서를 제공한다.
문제는 ‘추위’만이 아니라 누가 더 추운 집에 사는가
저온 주거의 건강 부담은 생리 반응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의 다른 대규모 분석은 겨울철 집이 춥고 습한 환경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서 더 흔하다고 지적했다. 소득, 교육, 주거 형태, 고용 상태, 주택 소유 여부 같은 조건은 실내온도를 유지할 능력과 직접 연결된다. 같은 겨울이라도 난방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구와 그렇지 못한 가구의 혈압 부담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혈압 관리’는 생활습관과 약물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성능과 에너지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다. 실내온도가 낮은 집에서는 아침에만 혈압이 튀는 것이 아니라 방마다 온도차가 크고, 밤사이 온도가 떨어지며, 욕실·복도 같은 공간이 더 차가운 경우가 흔하다. 특히 고령자나 기존 고혈압 환자는 이런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어, 겨울철 혈압 변동성을 키우는 주거조건 자체를 따로 봐야 한다.
독자가 받아들여야 할 결론은 어디까지인가
현재 근거로 말할 수 있는 범위는 분명하다. 첫째, 추운 집에서 생활할수록 혈압이 높아지는 경향은 여러 나라 연구에서 반복 관찰됐다. 둘째, 난방 강화나 단열 개선 뒤 아침 혈압이 낮아진 중재 연구가 있어 단순한 우연 이상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셋째, 영향은 평균값 기준이며 개인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집이 춥다고 해서 누구나 고혈압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점도 있다. 실내온도 몇 도가 모든 연령과 건강 상태에서 똑같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장기적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얼마나 줄이는지까지는 더 긴 추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문제를 개인에게는 겨울철 혈압 측정과 주거온도 관리의 문제로, 정책에는 에너지 빈곤과 주택 단열 기준의 문제로 나눠 읽는 편이 정확하다. ‘추운 집은 불편하다’는 수준을 넘어, 심혈관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생활환경이라는 점까지는 현재 근거가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자료: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Housing and health guidelines(2018년 11월 23일); Zhao H·Jivraj S·Moody A 외, The association between indoor temperature and blood pressure(2019); Saeki K·Obayashi K·Iwamoto J 외, Influence of room heating on ambulatory blood pressure in winter: a randomised controlled study(2013); Umishio W·Ikaga T·Kario K 외, Intervention study of the effect of insulation retrofitting on home blood pressure in winter: a nationwide Smart Wellness Housing survey(2020); Sutton-Klein J·Moody A·Hamilton I·Mindell JS, Associations between indoor temperature, self-rated health and socioeconomic position in a cross-sectional study of adults in England(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