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4.6억 뇌물 사건은 개인 일탈”…238억 잠수함 사업 중단까지 검토

방위사업청 직원이 방산업체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고 무기체계 사업 입찰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해당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사청은 현재까지 사건을 직원 개인의 비위로 보고 있다면서도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관련 사업의 중단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은 1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령과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를 예고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조직적인 개입 여부 등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현 단계에서는 소속 직원 1명의 개인적 비위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수사 결과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사업 자체에 대한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방사청 기반전력사업 전력화지원관리팀 소속 직원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직원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주요 무기체계 개발 사업의 입찰 과정에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측으로부터 4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는 ‘장보고-Ⅱ(KSS-Ⅱ) 잠수함 Link-22 체계개발’이다. 2023년 12월 약 238억원 규모로 계약된 이 사업은 해군이 운용하는 손원일급 잠수함의 기존 Link-11 전술데이터링크를 차세대 Link-22 체계로 교체하는 내용으로, 사업기간은 2028년까지다. Link-22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7개국이 공동 개발한 연합전술데이터링크로 기존 체계보다 전송 속도와 보안성, 신뢰성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해당 방사청 직원이 금품을 받는 대가로 업체 측에 사업 관련 정보를 전달하거나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유리한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수사 대상에는 Link-22 사업뿐 아니라 다른 해·공군 무기체계 입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수사가 추가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약 1조9198억원 규모의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도 수사 과정에서 거론됐다.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업체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앞서 LIG D&A 임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보강수사를 진행했고, 이후 이 가운데 한 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해당 관계자는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LIG D&A는 올해 3월까지 LIG넥스원이라는 사명을 사용했던 국내 주요 종합방산업체다. 회사 공시자료에 따르면 정밀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항공전자, 전자전 등을 주력 분야로 하고 있으며 2026년 3월 31일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회사 측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업을 수행해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한 명의 평가위원이 업체 선정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느냐다. 방사청은 특정 평가자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제안서 평가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점수를 주더라도 최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의혹이 제도 개선 이전 사업에서 발생한 만큼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실제 평가 결과가 어느 정도 왜곡됐는지, 업체가 전달받았다는 정보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품 제공과 평가 결과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될 경우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넘어 계약과 사업의 적정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방사청이 사업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보고-Ⅱ Link-22 사업은 단순 장비 교체를 넘어 우리 해군 잠수함이 연합작전 과정에서 다른 전력과 전술정보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전력 현대화 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업 지연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방사청으로서는 사업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력화 일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함께 안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