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하이라이트

36대 1 몰리자 50명→300명…경기도 ‘교권보호전담관’ 6배 늘렸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교권보호전담관 지원자 면접중이다. 출처=안민석 교육감 SNS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도입한 ‘교권보호전담관’을 당초 계획보다 6배 많은 300명 규모로 확대했다. 50명 모집에 변호사와 의사, 전·현직 경찰, 교원 등 18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자 전문인력을 대폭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10일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의 최종 선발 결과를 발표했다. 선발 인원은 교원 110명, 변호사·의사 등을 포함한 전문가 120명, 일반 도민 30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계획했던 50명보다 250명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진행된 공개모집에는 모두 1823명이 지원했다. 애초 선발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경쟁률은 36.46대 1에 달했다. 지원자 가운데는 현직·퇴직 교원뿐 아니라 변호사와 의사, 전·현직 경찰, 갈등조정 전문가 등이 대거 포함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예상보다 높은 지원 열기와 지원자들의 전문성을 고려해 모집 과정에서부터 선발 규모 확대를 검토해왔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는 512명이었으며,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집단토의 방식의 면접이 진행됐다. 실제 면접에는 485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도 면접 과정에 직접 참여해 지원자의 현장 대응 역량과 교권보호 의지 등을 살폈다.

안 교육감은 전날까지만 해도 높은 경쟁률을 언급하며 선발 인원을 얼마나 늘릴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300명까지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단순히 지원자가 많이 몰렸다는 점보다 교권침해 사건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인력을 실제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권보호전담관은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나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사건, 악성 민원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 교사를 사건 초기부터 종결 때까지 1대1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장 방문과 사실관계 파악, 법률·심리 지원 연계 등 기존에 여러 기관으로 흩어졌던 대응을 한 명의 전담관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최초 모집 공고에도 현장 초기 대응과 사안 조사, 종결 때까지의 전담 지원이 주요 업무로 명시됐다.

300명 가운데 전문가가 120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 같은 역할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교권침해 사건이 단순 민원을 넘어 형사사건이나 아동학대 신고, 손해배상 문제 등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법률과 수사, 의료, 갈등조정 경험을 가진 인력을 현장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별로는 동부권역 58명, 서부권역 83명, 남부권역 96명, 북부권역 63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선발된 전담관들은 오는 13일과 18일 역량 강화 연수를 받은 뒤 22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이번 선발에서 제외된 인력 상당수도 교권보호 체계에 참여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원자 중 희망하는 1400여 명을 별도의 ‘시민교권보호관’으로 위촉해 활용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당초 50명 규모로 출발한 공개모집이 300명의 전담관과 1400여 명의 시민교권보호관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경기도에는 이미 지역 교육지원청 등을 중심으로 교권보호지원센터와 교권전담상담사가 운영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여기에 새 전담관 조직을 결합해 사건 발생 직후부터 법률·심리·행정 지원까지 연결되는 대응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교권전담상담사는 파주와 고양, 수원, 용인, 성남, 부천 등 13개 센터에 배치돼 인근 지역까지 지원하고 있다.

안 교육감은 교권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직접 책임지고 대응한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10일 전담관 선발 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건과 관련해 부천오정경찰서를 찾아 교육감 명의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전담관을 통한 피해 교사 지원과 중대 사안에 대한 법적 대응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인원을 크게 늘렸다고 해서 제도가 곧바로 안착하는 것은 아니다. 전담관의 권한과 학교 관리자·교육지원청·기존 교권보호기구 사이의 역할을 얼마나 명확히 나눌지, 비상근 인력의 대응 품질을 어떻게 일정하게 유지할지가 향후 과제다. 변호사와 경찰 등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전담관에게 어느 수준까지 사실조사와 갈등 개입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도 제도 운영 과정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 교권 보호가 학생·학부모의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제도 안착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결국 새 제도의 성패는 단순히 ‘교사를 대신해 민원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악성 민원과 정당한 이의 제기를 구분하면서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에는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큼 경기교육청의 실험은 다른 시·도교육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50명으로 시작하려던 조직이 300명으로 확대될 만큼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가 몰린 것은 교권침해 대응을 개별 교사의 몫이 아니라 공적 시스템이 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는 22일 전담관들이 실제 활동에 들어가면 제도의 효과는 학교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3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출발한 경기도의 교권보호 실험이 교사들의 체감 가능한 보호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가 됐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