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명

몸 밖 운동 없이도 근육이 움직였다…‘수축하는 이식체’가 노화 생쥐를 바꿨다

-피하에 이식한 자가 근육세포가 혈관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수축…근육량·대사·조직 재생 개선하며 ‘근육은 신호기관’이라는 사실 다시 보여줘

운동은 근육을 키우는 것 이상의 일을 한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면 혈당과 지방대사가 개선되고, 뼈와 면역계, 뇌 기능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런 효과는 단순히 몸이 움직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온몸에 보내는 생물학적 신호가 더 중요한 것일까.

이 질문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가 나왔다. 중국과학원과 베이징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생쥐의 근육세포를 이용해 스스로 수축하는 근육 이식체인 ‘마이오그래프트(myograft)’를 만들고 이를 피하에 이식했다. 이 조직은 몸 안에서 혈관을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수축했으며, 노화하거나 비만한 생쥐에서는 근육량과 기능, 대사 상태, 조직 재생과 관련된 여러 지표가 개선됐다. 연구는 8월 26일 국제학술지 Nature Aging에 발표됐다.

이번 결과를 곧바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다. 연구는 아직 생쥐를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의 개념증명에 가깝다. 그러나 근육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수축 과정에서 전신 대사와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를 내보내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피부 아래에 만든 작은 근육이 스스로 수축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방법은 기존 근육에 세포를 주입하는 방식과 조금 달랐다.

생쥐에서 얻은 자가 근육세포를 분화시킨 뒤 피부 아래에 이식해 새로운 근육 조직을 형성하도록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조직에는 혈관이 들어왔고 구조적으로 성숙한 근육과 유사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식된 근육이 외부에서 운동 명령을 받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스스로 수축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근육 이식체를 노화 생쥐와 비만 생쥐에 적용했다.

그 결과 변화는 이식된 작은 조직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체 근육량과 근육 기능이 개선됐고, 대사 조절과 조직 재생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Nature가 같은 날 소개한 연구 해설에서도 이식체를 받은 생쥐에서 근육량과 근력, 골밀도 증가 등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즉 피부 아래 작은 근육 덩어리가 움직였는데 효과는 몸 전체로 퍼진 셈이다.


근육은 왜 다른 장기까지 바꿀까

이를 이해하려면 근육을 단순한 ‘동력기관’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근육은 수축할 때 여러 종류의 신호물질을 분비한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오카인(myokine)’이다. 이 물질들은 혈액을 통해 이동하면서 지방조직과 간, 뼈, 면역계 등 다른 장기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생명과학에서는 골격근을 일종의 내분비기관으로 보기도 한다. 운동했을 때 나타나는 전신 효과 가운데 일부가 근육에서 분비되는 신호물질과 장기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서도 근육이 전신 대사와 장기 간 신호 교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꾸준히 제시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런 개념을 독특한 방식으로 검증했다.

생쥐가 더 많이 달리거나 운동한 것이 아닌데도 별도로 이식한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하자 다른 조직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근육 수축 자체가 전신에 생물학적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노화 생쥐에서는 근육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마이오그래프트는 노화와 관련된 근육 기능 저하뿐 아니라 면역과 간, 지방조직, 대사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직 재생을 촉진하고 신경퇴행과 관련된 변화도 억제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 부분은 노화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연결된다.

노화는 한 장기만 늙는 과정이 아니다. 근육량이 줄고 대사가 변하며 면역계 기능이 흔들리고, 간과 지방조직의 상태도 함께 변한다. 한 조직의 기능 저하가 다른 장기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기 쉽다.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단순히 걷는 능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낙상과 골절, 대사질환, 독립적인 생활 능력 저하와도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근육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운동 능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번 연구에서 작은 근육 이식체가 여러 장기에 동시에 영향을 준 결과 역시 근육과 전신 노화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만 생쥐에서도 대사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노화뿐 아니라 비만 모델에서도 마이오그래프트를 시험했다.

비만은 지방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비만이 지속되면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 근육 기능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연구 결과 근육 이식체를 가진 비만 생쥐에서는 비만과 연관된 근육 및 대사 기능 이상이 억제되는 결과가 관찰됐다. Nature Aging은 이 연구를 통해 수축하는 근육 이식체가 노화와 비만 상황에서 제지방량을 유지하고 전신 대사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근육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아니다.

근육은 포도당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조직 가운데 하나다. 근육의 대사 상태가 좋아지면 혈당과 에너지 대사 전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운동이 제2형 당뇨병이나 비만 관리에 중요한 이유도 이러한 생리적 특성과 관련된다.

이번 연구는 운동으로 근육 전체를 활성화하지 않고도 일부 수축 근육조직을 이용해 비슷한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탐색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다.


‘운동 대체제’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연구 결과만 보면 움직이지 않아도 운동 효과를 얻는 기술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 이런 표현은 조심해야 한다.

우선 이번 연구는 생쥐에서 진행됐다. 사람에게 같은 조직을 이식했을 때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축하는지, 면역반응이나 종양 위험은 없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조직이 필요한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운동의 효과 또한 근육 수축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혈류가 증가하며 폐와 혈관, 신경계, 호르몬 체계까지 함께 반응한다. 뼈에는 실제 기계적 하중이 가해지고 균형감각과 운동신경도 훈련된다.

작은 근육 이식체가 이런 효과 전체를 대신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이번 연구의 저자들 역시 운동이 어렵거나 충분한 운동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적 전략의 가능성을 탐색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목표는 건강한 사람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령이나 질환, 장기간 침상생활 등으로 운동 자체가 어려운 사람의 근육 손실과 대사 악화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더 가깝다.


근육을 ‘약을 만드는 공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이번 연구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실험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식할 근육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해 특정 치료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도록 했다. 부갑상선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과 같은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설계한 뒤 이식체 자체를 일종의 생체 약물 전달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이 접근이 발전하면 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를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약을 반복적으로 투여하는 대신 살아 있는 근육조직이 체내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일정하게 분비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 역시 아직 동물실험 단계다. 호르몬은 적정 농도를 벗어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분비량을 정교하게 통제할 방법과 장기간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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