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남극에 ‘십각형’이 생겼다…무엇이 만든 구름인가
허블 관측에서 남극 주변에 10개 모서리처럼 보이는 대기 구조 포착
인공 구조물 아닌 구름과 대기파동의 패턴…강화영상 해석에도 주의 필요
토성 남극 주변에서 거대한 ‘십각형’처럼 보이는 구름 구조가 포착됐다. 토성 북극에는 이미 수십 년 동안 관측된 유명한 육각형 구름이 존재하지만, 이번에는 반대편인 남극에서 열 개의 모서리를 가진 듯한 대기 패턴이 나타나면서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더해졌다.
이 구조는 토성 표면에 존재하는 단단한 물체나 인공적인 구조물이 아니다. 토성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거대 가스행성이며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표면’도 실제로는 상층 대기의 구름이다. 남극에서 보이는 십각형 역시 서로 다른 대기 흐름과 파동이 만나면서 구름의 경계가 다각형처럼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북극 육각형처럼 오랫동안 유지되는 안정적인 구조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측된 이미지에는 희미한 대기 구조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한 영상처리도 적용돼 있어 사진에서 보이는 선명한 십각형의 형태와 실제 구름의 명암 차이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관측의 의미는 ‘토성에서 완벽한 십각형을 발견했다’는 데 있기보다 남극 대기에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파동 구조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토성 남극에 보이는 것은 건축물 같은 ‘십각형’이 아니다
우주사진에서 정교한 기하학적 구조가 발견되면 자연스럽게 인공물이나 특이한 지형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토성 남극의 십각형은 이런 종류의 구조물이 아니다.
토성에는 지구처럼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단단한 표면이 없다. 행성 외곽 대부분은 두꺼운 대기로 이뤄져 있고, 관측영상에서 보이는 무늬는 여러 고도에서 형성된 구름과 바람의 흐름이다.
따라서 십각형의 각 변처럼 보이는 부분 역시 벽이나 산맥이 아니다.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기가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가 파동을 이루면서 일정한 간격의 굴곡을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구 대기에서도 제트기류가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굽이치는 로스비파가 만들어지며, 물이나 회전하는 유체에서도 조건에 따라 다각형과 유사한 파동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토성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거대행성에서는 이런 현상이 훨씬 큰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
왜 하필 열 개의 모서리가 생겼을까
대기의 흐름이 다각형처럼 나타나는 현상은 회전하는 유체에서 나타나는 파동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토성은 약 10시간대에 한 번씩 자전할 정도로 빠르게 회전한다. 이 때문에 대기에서는 강한 제트기류가 형성되고 위도에 따라 바람의 속도와 방향에도 큰 차이가 생긴다.
서로 다른 속도로 이동하는 대기층의 경계가 불안정해지면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 특정 파장의 파동이 강하게 유지되면 구름 경계가 둥근 원 대신 일정한 간격으로 굽어 보일 수 있다.
남극 주변에서 열 개의 반복적인 굴곡이 형성됐다면 이를 파동의 ‘파수’가 10인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원 둘레를 따라 열 번의 굴곡이 반복되는 셈이다.
다만 어떤 조건이 정확히 열 개의 파동을 만들었는지는 현재 관측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바람의 속도와 고도별 온도차, 제트기류의 폭, 주변 소용돌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극에는 이미 유명한 육각형이 있다
토성의 다각형 대기현상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토성 북극에는 거대한 육각형 모양의 제트기류가 존재한다. 이 구조는 1980년대 보이저 우주선 관측에서도 확인됐고 이후 카시니 탐사선과 허블우주망원경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측됐다.
토성 북극 육각형은 지름이 약 3만㎞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지구 두 개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이 육각형 역시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북극 주변을 빠르게 흐르는 제트기류에서 형성된 대기파동으로 설명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속성이다. 보이저 관측 이후 수십 년 동안 기본적인 육각형 형태가 유지됐다는 사실은 일시적인 구름 모양이 아니라 토성 대기의 안정적인 순환구조와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북극은 육각형인데 남극은 왜 십각형일까
같은 토성의 극지방에서도 서로 다른 모양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기의 조건이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이다.
북극과 남극에는 모두 강력한 극소용돌이가 존재하지만 주변 제트기류의 속도와 폭, 온도구조, 대기의 안정성이 다를 수 있다.
대기파동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행성의 자전속도 하나가 아니다. 제트기류와 주변 대기의 속도차, 대기층의 깊이, 온도와 밀도 분포 등이 함께 작용한다.
북극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여섯 개의 굴곡을 가진 매우 안정적인 파동을 만들었지만 남극에서는 다른 조건 때문에 더 많은 굴곡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극 육각형과 남극 십각형이 반드시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외형은 비슷해 보여도 생성과 유지 과정은 다를 수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십각형은 왜 이렇게 선명할까
천문사진을 볼 때 주의해야 할 부분 가운데 하나가 영상처리다.
허블이나 행성 탐사선이 촬영한 원본 데이터는 육안으로 보는 사진과 다를 수 있다. 연구자들은 매우 약한 구름 구조와 대기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특정 파장의 영상을 조합하거나 밝기와 대비를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희미했던 구름 경계가 훨씬 선명해질 수 있다.
토성 남극의 십각형 역시 실제 대기에서 열 개의 선이 자로 그은 것처럼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영상에서 밝고 어두운 대기영역의 경계를 강조하면 반복되는 파동의 형태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천문사진의 색이나 대비를 그대로 인간의 눈으로 토성 가까이에서 보게 될 모습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영상처리는 존재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측데이터에 포함된 미세한 차이를 사람이 알아보기 쉽게 보여주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십각형 자체는 실제 현상인가
영상처리가 사용됐다고 해서 관측된 대기 구조까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구름띠와 밝기 변화 속에서 일정한 간격을 가진 파동형 패턴이 실제 관측데이터에 존재하는지 여부다.
남극 주변에서 반복적인 굴곡이 확인됐다는 것은 대기의 흐름이 완전히 균일한 원형이 아니라 특정한 파동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다만 ‘완벽한 십각형’이라는 표현은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사진의 특징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표현에 가깝다.
실제 대기는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각 모서리의 길이와 각도가 정확하게 같은 기하학적 도형일 필요는 없다.
남극 십각형이 몇 년 뒤에도 있을지는 모른다
이번 관측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지속성이다.
토성 북극 육각형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모양이 특이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구조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남극의 십각형은 아직 같은 수준의 장기 관측자료가 축적되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형성됐다가 몇 달 또는 몇 년 뒤 사라질 수도 있고, 형태를 유지한 채 계속 존재할 수도 있다. 열 개였던 굴곡의 수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허블 관측이나 다른 우주망원경 자료를 통해 구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같은 형태가 유지된다면 토성 남극의 대기순환을 설명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
토성은 왜 이런 기하학적 대기 구조를 잘 만들까
토성의 빠른 자전과 거대한 크기는 특이한 대기현상이 나타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행성의 자전이 빠르면 코리올리 효과가 강해지고 대기는 위도에 따라 여러 개의 제트기류를 형성한다. 토성의 구름무늬가 동서 방향의 띠로 나뉘어 보이는 것도 이런 대기순환과 관련이 있다.
각 제트기류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며 경계에서는 다양한 파동과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여기에 토성 내부에서 방출되는 열도 영향을 미친다. 토성은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열을 방출하고 있어 대기의 대류와 순환이 지속된다.
빠른 자전과 강한 제트기류, 내부 열원이 결합하면서 지구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대기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목성의 대적점과는 다른 현상이다
거대행성의 대표적인 대기현상으로는 목성의 대적점이 있다. 하지만 토성의 다각형 구조와 대적점은 성격이 다르다.
목성의 대적점은 거대한 고기압성 폭풍이다.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장기간 유지되는 현상이다.
반면 토성 북극 육각형은 극지방을 둘러싸며 흐르는 제트기류 자체가 파동을 형성한 구조로 이해된다.
남극 십각형 역시 하나의 폭풍이 열 개의 모서리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극 주변의 대기 흐름이 반복적인 파동을 보이는 현상에 가깝다.
거대행성의 구름무늬가 비슷하게 기묘해 보이더라도 내부의 물리과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카시니 이후 허블의 장기관측이 중요한 이유
토성 연구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한 탐사선 가운데 하나는 NASA와 유럽우주국, 이탈리아우주국이 공동으로 추진한 카시니다.
카시니는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해 2017년 임무를 종료할 때까지 토성과 고리, 위성, 대기를 장기간 관측했다.
하지만 카시니가 사라진 뒤에는 토성을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할 탐사선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허블우주망원경과 지상 망원경의 장기관측이 중요해졌다.
한 번 촬영한 사진으로는 대기 구조가 일시적인지 장기간 유지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해마다 관측자료를 축적하면 제트기류와 폭풍, 구름띠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
남극 십각형의 정체 역시 앞으로의 반복 관측을 통해 더 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계절 변화도 남극 대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토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약 29.5년에 해당한다.
토성 역시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 계절이 존재하며 한 계절이 지구 시간으로 약 7년 이상 이어진다.
따라서 극지방의 구름과 대기순환 역시 계절에 따라 장기간 변할 수 있다.
북극 육각형의 색과 구름 상태가 계절에 따라 변화한 사례도 관측됐다. 남극에서 확인된 새로운 파동구조 역시 토성의 계절 변화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남극이 받는 태양에너지와 대기의 온도구조가 변화하면서 십각형처럼 보이는 패턴이 유지되는지 또는 사라지는지를 관측하면 생성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육각형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하나가 더 붙었다
토성 북극의 육각형은 발견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과학자들이 모든 세부 과정을 완전히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전하는 유체와 제트기류의 파동으로 다각형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실험과 모델을 통해 확인됐지만 왜 토성 북극에서 유독 안정적인 육각형이 수십 년 동안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남극에서 또 다른 다각형 구조가 확인된다면 비교할 대상이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극과 남극의 바람과 온도, 제트기류를 비교하면 어떤 조건이 파동의 개수와 안정성을 결정하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 십각형이 장기간 유지되지 않더라도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극 육각형은 왜 그렇게 오래 유지되는지를 설명하는 비교자료가 될 수 있다.
토성의 십각형은 ‘발견’보다 추적관측이 더 중요하다
토성 남극에서 십각형처럼 보이는 구름무늬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북극의 육각형에 이어 남극에서도 기하학적 형태가 확인됐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 이를 북극 육각형과 같은 종류의 장기적인 대기구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측된 것은 남극 주변에서 열 개의 굴곡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대기 패턴이며, 이를 만들어낸 물리적 조건과 수명은 추가 관측으로 확인해야 한다.
인공적인 구조물이거나 토성의 단단한 지형이 드러난 것도 아니다. 빠르게 회전하는 거대행성의 대기가 만들어낸 거대한 파동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같은 위치를 반복해서 관찰하는 일이다. 구조가 유지되는지, 모양이 변하는지, 계절에 따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토성 남극의 대기순환을 설명할 수 있다.
북극의 육각형은 40년 넘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에 토성을 상징하는 대기현상이 됐다. 남극의 십각형이 같은 운명을 맞을지는 이제부터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