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AI 글래스 100종 승부수…‘Muse’ 안경 속으로
Connect 2026서 개인 AI 에이전트와 스마트글래스 결합…연말까지 100종 이상 확대
세계 XR 글래스·헤드셋 시장 점유율 68.7%…얇고 가벼운 AI 안경 성장세 뚜렷
검색·번역·길찾기 넘어 실제 업무 수행…AI 경쟁, 화면에서 일상 공간으로 이동
Meta가 인공지능을 스마트폰 화면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출시한 개인 AI 에이전트 ‘Muse’를 스마트글래스에 연결하고, 연말까지 Ray-Ban과 Oakley, Meta 브랜드를 합쳐 100종이 넘는 AI 글래스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Meta는 9월 23일 미국에서 열린 ‘Connect 2026’에서 Muse의 AI 글래스 탑재 계획과 함께 Ray-Ban Meta Audio, Ray-Ban Meta 3세대, Meta Glasses 신규 제품군을 공개했다. 회사는 Muse가 사용자가 보고 있는 사물을 이해하고, 음성 명령을 받아 필요한 작업까지 이어서 수행하도록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글래스는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이번 변화는 과거와 조금 다르다. 안경 안에 카메라와 스피커를 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결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글래스 시장에서 Meta는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세계 XR 글래스·헤드셋 시장에서 Meta의 점유율은 68.7%였다. 같은 기간 세계 XR 기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35.3% 증가했다.
이번 Connect 발표는 스마트글래스가 실험적인 웨어러블 기기에서 AI 시대의 새로운 소비자 기기로 넘어갈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장면으로 주목된다.
AI 에이전트 Muse, 스마트폰에서 안경으로
Meta는 지난 9월 8일 Muse를 미국 시장에 먼저 공개했다.
Muse는 질문에 답하거나 문장을 생성하는 일반적인 AI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이메일을 보내고, 여행을 예약하고, 쇼핑을 돕고, 여러 단계로 구성된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Meta는 이를 ‘개인 AI 에이전트’라고 설명한다.
Muse는 별도의 가상 컴퓨터인 ‘Muse Secure VM’ 안에서 작동한다. 사용자가 연결을 허용한 이메일과 일정관리 서비스 등 외부 앱에 접근해 작업을 수행하고, 이메일 발송이나 구매처럼 민감한 행동을 하기 전에는 사용자에게 확인을 요청한다.
출시 당시 Muse는 스마트폰 앱과 웹, WhatsApp을 중심으로 제공됐다.
Connect 2026에서는 이 AI를 안경으로 옮기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Meta가 제시한 사용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사용자가 매장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바라보며 Muse에게 질문하면 AI가 사용자가 보고 있는 대상을 인식한다. 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나 학교 준비물 목록을 바라보면서 필요한 작업을 지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눈앞의 상황을 일일이 말로 설명하는 과정을 줄이는 방식이다.
Meta는 안경을 통해 Muse와 긴 대화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AI가 백그라운드에서 다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능이 실제 생활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AI와 사람이 만나는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켜고 AI 앱을 실행한 뒤 질문해야 한다. 안경에서는 사용자가 보고 있는 현실 공간 자체가 AI의 입력 정보가 된다.
Ray-Ban에서 Meta까지…안경 종류부터 늘렸다
Meta는 이번 행사에서 하나의 고성능 AI 글래스에 집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품 종류와 가격대를 대폭 확대했다.
대표 제품 가운데 하나가 ‘Ray-Ban Meta Audio’다. Meta와 세계 최대 안경기업 EssilorLuxottica가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Meta가 처음 선보이는 오디오 중심 글래스다.
기존 제품의 배터리와 조작 기능을 개선한 Ray-Ban Meta 3세대도 공개됐다. Meta 자체 브랜드 제품과 새로운 색상·디자인도 추가됐다.
Meta는 올해 말까지 Ray-Ban과 Oakley, Meta Glasses 브랜드 전반에서 100개가 넘는 선택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IDC가 Connect 2026에서 공개된 주요 제품을 정리한 결과 Meta Glasses는 249달러, Ray-Ban Meta Audio는 349달러, Ray-Ban Meta Gen 3는 449달러부터 시작한다. 고급형 Meta VR Glasses의 가격은 1299달러다.
스마트글래스가 하나의 특수기기에서 여러 가격대의 소비재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안경이라는 제품의 특성도 작용한다.
스마트폰은 같은 모델을 수천만 명에게 판매할 수 있지만 안경은 얼굴 크기와 프레임 형태, 색상, 렌즈 종류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진다.
Meta가 직접 안경 사업을 모두 운영하지 않고 Ray-Ban과 Oakley를 보유한 EssilorLuxottica와 장기간 협력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얇은 AI 글래스가 시장의 70% 차지
시장도 최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DC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세계 XR 글래스와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가 없는 오디오형 글래스가 전체 출하량의 70.3%를 차지했다.
1년 전 61.9%였던 비중이 8.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디스플레이형 글래스는 전체 출하량의 14.3%, VR·MR 헤드셋은 15.4%였다.
지금 소비자가 먼저 받아들이고 있는 제품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복잡한 증강현실 안경보다 일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의 제품이라는 의미다.
Meta 제품 역시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 음악 청취, 통화, AI 음성 질문처럼 비교적 단순한 기능부터 이용자를 확보한 뒤 새로운 AI 기능을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이다.
2026년 2분기 Meta의 시장점유율 68.7%에 이어 RayNeo 3.6%, Alibaba 2.6%, XREAL 2.5%, Xiaomi 2.3% 순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기업을 모두 합친 비중도 20.4% 수준이다.
아직 시장 전체 규모가 스마트폰과 비교할 단계는 아니지만 초기 시장에서 Meta가 확보한 격차는 상당하다.
스마트글래스로 확장되는 검색과 길찾기
스마트글래스의 기능도 빠르게 늘고 있다.
Meta는 Connect 2026에서 기존 Meta Ray-Ban Display에 자전거와 대중교통 길찾기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길을 물으면 안경 디스플레이에 방향이나 대중교통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화상통화에서는 개인화된 홀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고, 영국·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으로 판매 지역도 확대하기로 했다.
Muse에는 쇼핑과 업무 관련 외부 서비스도 빠르게 붙고 있다.
Meta에 따르면 Muse는 Shopify 상품 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며 Walmart, Best Buy, Gap, Sephora, Wayfair 등을 추가로 연결할 계획이다. 결제에는 Shop Pay와 PayPal을 연결하고 Expedia, Instacart, Notion, GitHub, Box 등과의 연동도 확대하고 있다.
안경 자체의 기능보다 AI가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중요해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매장에서 상품 하나를 바라보며 “온라인에서 더 싼 제품이 있는지 찾아줘”라고 말하면 AI가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다.
“다음 주 출장에 필요한 것을 준비해줘”라는 지시를 받으면 일정과 여행정보, 쇼핑 서비스 등을 연결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아직 상당수 기능은 초기 단계이거나 향후 제공될 기능이지만 Meta가 그리고 있는 제품의 방향은 명확하다.
스마트글래스를 단순한 촬영기기보다 AI를 호출하는 인터페이스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Google·Samsung·XREAL도 시장 진입
Meta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커지면서 Google과 Samsung, XREAL, Snap, Alibaba, Xiaomi 등도 경쟁에 들어오고 있다.
특히 Google과 Samsung의 움직임은 Meta와 비슷한 방향을 보인다.
IDC는 Samsung의 오디오 글래스가 Google의 Gemini와 결합하고, 안경 브랜드 Gentle Monster와 Warby Parker가 디자인과 유통에 참여하는 구조에 주목했다.
AI 기업과 스마트폰 기업, 안경회사가 서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Meta 역시 AI 기술만으로 시장을 만든 것은 아니다. Ray-Ban이라는 기존 안경 브랜드와 EssilorLuxottica의 생산·유통망을 활용했다.
스마트글래스 경쟁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뿐 아니라 패션과 기존 안경 유통망까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DC는 2026년 세계 XR 기기 출하량이 전년보다 26.3% 증가하고, 2027년에는 증가율이 40.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진입이 계속된다면 스마트글래스는 향후 몇 년 동안 AI 하드웨어 시장의 주요 경쟁 분야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Google Glass 때와 무엇이 달라졌나
스마트글래스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Google은 2010년대 초 Google Glass를 내놓으며 안경형 컴퓨터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은 크게 확대되지 못했다.
기기 가격과 배터리, 디자인 문제가 있었고 카메라를 항상 착용한다는 점을 둘러싼 사회적 거부감도 컸다. 무엇보다 일반 이용자가 스마트폰 대신 안경을 사용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부족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일부 달라졌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안경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안경이 보고 듣는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눈앞의 건물이나 메뉴판, 상품을 바라보고 질문하면 AI가 대상을 인식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텍스트를 직접 입력해야 했던 과거의 컴퓨팅 기기와 다른 사용 방식이다.
Meta가 2026년 들어 Muse를 스마트글래스에 연결하기 시작한 것도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마트글래스를 먼저 만들고 사용할 서비스를 찾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서비스가 등장한 뒤 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 안경을 선택한 형태에 가깝다.
카메라 달린 안경 둘러싼 반발도 커져
제품 확산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스마트글래스는 일반적인 안경과 외관이 비슷해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즉시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Meta 제품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때 불이 들어오는 LED 표시등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가 이를 가리거나 변조하면서 촬영 여부를 숨기려 한 사례가 알려졌다.
Meta는 올해 소프트웨어를 수정해 촬영 중 LED가 가려질 경우 카메라 작동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회사는 별도의 캠페인을 통해 LED가 켜져 있으면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홍보도 진행했다.
문제는 AI 기능이 추가되면서 개인정보 논쟁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스마트글래스의 논쟁이 주로 ‘촬영하고 있는가’였다면 앞으로는 ‘AI가 주변 상황을 어디까지 분석하는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Meta 스마트글래스를 감시기기로 보는 비판 캠페인까지 나타났다. Meta 역시 최근 프라이버시 표시 기능과 촬영 제한 기능을 잇달아 보완하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기능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장치가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서 AI 글래스로 옮겨간 무게중심
Meta의 최근 움직임은 몇 년 전 회사가 강조했던 메타버스 전략과도 차이가 있다.
2021년 사명을 Facebook에서 Meta로 변경한 뒤 회사는 Quest 등 VR 헤드셋과 가상세계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당시 기기의 기본 구조는 사용자가 현실 공간에서 벗어나 가상공간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제품은 반대다.
현실을 가리지 않는 일반 안경 형태다.
IDC 자료에서도 2026년 2분기 얇은 오디오형 글래스의 출하 비중은 70.3%였지만 헤드셋은 15.4%에 그쳤다.
Meta 역시 Quest와 VR 투자를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AI 글래스 제품군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번 Connect에서는 약 100g 무게의 Meta VR Glasses도 공개했지만 동시에 249달러부터 시작하는 일반형 안경부터 오디오 글래스와 디스플레이 제품까지 훨씬 넓은 제품군을 내놨다.
가상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장비와 현실세계에서 계속 착용하는 AI 기기가 동시에 실험되는 단계다.
AI 경쟁, 화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AI 산업은 지금까지 대부분 화면 안에서 경쟁했다.
ChatGPT와 Gemini, Claude 같은 서비스도 스마트폰이나 PC 화면을 통해 이용한다.
Meta Connect 2026에서 나타난 변화는 AI 경쟁이 하드웨어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경은 그 가운데 하나의 후보일 뿐이다.
실제로 어떤 기기가 스마트폰 이후의 주요 컴퓨팅 기기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스마트글래스 시장 규모도 연간 10억 대가 넘는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매우 작다.
그러나 시장 움직임은 이전보다 분명해졌다.
2026년 2분기 세계 XR 글래스·헤드셋 출하량은 전년보다 35.3% 늘었고, 시장의 70% 이상을 얇은 안경형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Meta는 이 시장의 68.7%를 확보한 상태에서 제품 종류를 100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Muse 같은 AI 에이전트가 결합됐다.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던 스마트글래스가 사용자가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대화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호출해 실제 업무까지 수행하는 기기로 변하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10여 년 전 Google Glass가 ‘얼굴에 쓰는 컴퓨터’를 먼저 보여줬다면 2026년의 스마트글래스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컴퓨터 화면을 계속 바라보지 않고도 AI를 사용할 수 있는가.
Meta Connect 2026에서 공개된 100종의 안경과 Muse의 결합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대규모 시장 실험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