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물 미세섬유,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져도 끝이 아닌 이유
세탁 과정에서 나온 합성섬유 미세입자는 하수처리장에서 상당 부분 포집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환경 유출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발간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에서 하수처리장이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걸러 슬러지에 농축시키며, 이 슬러지가 농경지 등에 살포되면 포집된 입자의 일부가 다시 육상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독자가 흔히 혼동하는 지점은 ‘물에서 제거된 비율’과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진 비율’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쟁점의 출발점은 세탁 미세섬유의 이동 경로다. OECD는 같은 보고서 부속 방법론에서 ‘textile wash’를 합성섬유 의류와 직물 세탁 중 떨어져 나온 미세섬유 배출로 정의했고, 이 입자들이 하수망으로 들어간다고 봤다. 이후 하수처리 단계에서 일부는 물에서 분리되지만, 분리된 입자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슬러지로 옮겨간다.
하수처리 제거율과 전체 환경 제거율은 다른 값
OECD 2022 보고서 부속서에는 하수처리 수준별 미세플라스틱 제거율 가정치가 실려 있다. 이 자료에서 섬유성 입자의 제거율은 1차 처리 87%, 2차 처리 92%, 3차 처리 96%로 제시됐다. 다만 이는 개별 국가의 모든 하수처리장을 실측한 단일 수치가 아니라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모델에 넣은 가정치다.
이 수치가 뜻하는 바는 하수처리가 미세섬유를 물에서 분리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 수치만 보고 미세섬유 오염이 끝난다고 해석하면 범위를 벗어난다. 제거된 입자의 상당 부분은 처리 과정에서 슬러지로 넘어가고, 그 뒤의 처리 방식에 따라 환경 노출 경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포집된 입자는 슬러지로 모이고, 그다음 단계가 남는다
OECD는 하수처리 슬러지를 물속 오염 저감의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관리 단계로 봤다. 보고서는 하수처리로 제거된 미세플라스틱이 슬러지에 포함되며, 여러 나라에서 영양분 회수와 매립·소각 감소를 이유로 슬러지를 농업용 토지에 재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근 근거는 이런 관행이 하수처리 과정에서 붙잡힌 미세플라스틱의 일부를 농경지로 옮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부속 방법론에서는 이 경로를 별도 누출 항목으로 계산했다. 캐나다·중국·미국은 각각 슬러지의 43%, 45%, 55%가 농지에 적용된다는 기존 연구 값을 사용했고, 다른 나라들은 자료 부족을 이유로 유럽 평균 46%를 적용했다. 또 슬러지 처리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추가로 제거되는 정도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농지 살포 전까지 별도의 추가 제거가 없다고 가정했다.
OECD가 슬러지를 주요 누출 경로로 본 이유
OECD의 2022년 정책 시나리오 보고서는 2060년 가장 큰 미세플라스틱 누출원으로 하수슬러지 30%, 타이어 마모 24%, 미세플라스틱 먼지 19%를 제시했다. 같은 전망에서 OECD 회원국의 하수슬러지 경로 미세플라스틱 누출량은 2019년 0.4Mt에서 2060년 0.9Mt로 늘고, 비회원국은 하수처리시설 확대와 함께 2060년 0.8M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하수처리장 확대가 강과 하천으로의 직접 유출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 결과 생기는 슬러지를 별도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하수 인프라의 효과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다. 물 환경으로 바로 흘러가는 양을 줄이는 데 하수처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효과가 총량 기준의 ‘무유출’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에 가깝다. 수계에서 육상으로 이동 경로가 바뀌는 경우까지 함께 봐야 실제 환경 부담을 판단할 수 있다.
직접 방류와 월류 문제도 남아 있다
슬러지 경로만 남는 것도 아니다. OECD 부속서의 모델은 하수관거와 하수처리장 월류를 각각 0.6%, 2.4%로 가정했고, 안전하게 관리되지 않는 나머지 폐수는 직접 환경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 역시 실제 모든 도시의 동일한 실측값은 아니지만, 하수처리장이 존재하더라도 비가 많이 오거나 처리체계가 충분하지 않으면 일부 입자는 물환경으로 빠져나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따라서 ‘미세플라스틱 하수처리’의 성능을 말할 때는 방류수 기준과 슬러지 기준을 나눠 봐야 한다. 방류수에서의 제거가 높다는 사실과 슬러지 미세플라스틱 관리가 끝났다는 판단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독자가 확인해야 할 판단 기준
하수처리가 미세섬유를 제거하면 환경 유출이 사라지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중 직접 배출은 줄일 수 있지만 포집된 입자가 슬러지로 이동한 뒤 어디로 가는지가 남는다. 하수처리 제거율을 볼 때는 처리 단계, 입자 종류, 측정 크기 범위와 함께 슬러지의 최종 처리 경로까지 같이 확인해야 실제 환경 유출을 가늠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확인된 범위는 OECD가 2022년 보고서와 부속 방법론에서 제시한 모델과 전망까지다. 개별 국가의 최신 슬러지 재이용 비율, 국내 하수처리장별 실측 제거율, 특정 입자 크기 기준의 배출량은 별도 원자료 확인 없이는 일반화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