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

하수처리 기술이 발전해도 미세플라스틱이 남는 이유

하수처리장의 미세입자 필터와 고도처리 공정이 강화돼도 미세플라스틱 확산이 곧바로 멈추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기술문서에서 하수처리가 미세플라스틱의 90% 이상을 제거할 수 있고, 여과를 포함한 3차 처리가 가장 높은 제거율을 보인다고 정리했다. 다만 이 수치는 물속에서 입자를 포집하는 성능을 뜻할 뿐이며, 포집된 입자가 어디로 가는지까지 해결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 함께 남는다.

포집률과 환경 유출량은 같은 지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에서 미세플라스틱 유출을 따질 때 하수처리장 방류수만이 아니라 하수슬러지 경로를 별도로 본다. 이 보고서는 2060년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 유출원 가운데 하수슬러지가 30%로 가장 큰 항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하수처리장이 늘면 강이나 하천으로의 직접 유출은 줄일 수 있지만, 그 결과로 생기는 슬러지에는 미세플라스틱과 다른 화학물질이 남아 최종 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슬러지의 최종 처리 단계

OECD의 같은 보고서 부속 모델 설명에 따르면, ‘하수슬러지’ 항목은 슬러지를 농경지에 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손실을 포함한다. 보고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걸러진 미세플라스틱이 농업용 토지로 옮겨질 수 있다고 적었고, 슬러지 처리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더 제거되는지에 관한 자료가 부족해 토지 살포 전 추가 제거가 없는 것으로 가정했다. 하수처리장 성능이 높을수록 물에서 빠진 입자가 슬러지 쪽으로 더 많이 모일 수 있다는 뜻이어서, 방류수 기준만으로 오염 저감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처리시설이 있어도 우회 경로는 남아 있다

WHO와 OECD 자료를 함께 보면, 하수처리 성능 향상이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하수관 월류, 처리장 월류, 독립 처리, 미처리 배출처럼 처리시설을 거치지 않거나 완전히 제어되지 않는 경로가 남아 있다. OECD는 하·폐수 경로를 모델링하면서 이런 여러 갈래의 이동을 함께 고려했고, WHO는 전 세계 상당수 인구가 여전히 적절한 상하수도 처리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처리장 내부의 포집률 개선만으로 환경 전체 유출량을 설명할 수 없는 배경이다.

측정 방식이 달라 수치 비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플라스틱 제거 성능을 둘러싼 수치는 측정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WHO는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조성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아직 충분하지 않고, 연구마다 검출 방식이 달라 결과 해석과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음용수 처리에 대해서도 정량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저탁도를 목표로 최적화된 기존 공정은 응집, 침전·부상, 여과를 통해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까지 제거할 수 있고, 고도처리는 더 작은 입자 제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독자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하수처리장 성능 향상만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 확산을 막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속 입자를 얼마나 잘 걸러내느냐와, 걸러낸 뒤 슬러지를 어디에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다른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 가능한 기관 자료 기준으로는 미세입자 필터와 3차 처리를 포함한 포집 기술, 슬러지의 소각·매립·재이용 관리, 월류와 미처리 배출 저감이 함께 평가돼야 시스템 전체의 실제 유출량을 판단할 수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