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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3600건·2180건…세계 통계를 한데 세면 왜 착시가 커지나

세계 기후소송이 수천 건이라는 숫자는 사실이지만, 그 숫자만으로 소송의 확산 속도나 국가별 위상, 승패 흐름까지 단정하면 곧바로 착시가 생긴다. 같은 기후소송 통계라도 무엇을 한 건으로 셌는지, 어느 시점까지 반영했는지, 미국처럼 하나의 분쟁이 여러 절차로 나뉘는 나라의 사건을 묶어 셌는지에 따라 총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과 런던정경대 그랜섬연구소가 인용하는 대표 수치는 모두 사빈센터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하지만, 비교의 단위와 기준 시점이 다르다.

유엔환경계획의 2023년 검토보고서는 2022년 12월 31일 기준 전 세계 기후소송을 2180건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미국 1522건, 그 외 관할은 658건이었다. 반면 런던정경대 그랜섬연구소의 2026년 스냅샷은 2025년에 새로 249건이 제기돼 1986년 이후 누적이 3600건을 넘었다고 집계했다. 두 숫자만 보면 3년 새 폭증처럼 보이지만, 후속 사건이 실제로 늘어난 부분과 함께 데이터베이스의 보완, 사건 묶음 방식, 국가별 신규 포착의 확대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읽어야 한다.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써도 총계가 다른 이유


이번 비교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두 보고서가 모두 사빈센터 기후소송 데이터베이스를 주된 원천으로 쓰면서도, 그대로 화면에 뜨는 검색 결과 수를 곧바로 기사 제목의 총계로 옮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런던정경대 2026년 부속 방법론은 미국 소송처럼 하나의 사실관계를 둘러싸고 여러 개의 법적 절차가 병렬로 진행되거나 항소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모두 따로 세면 실제 분쟁 수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보고서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약 4800개 항목이 보이더라도, 독립된 분쟁을 더 잘 보여주는 단위로 ‘컬렉션’ 또는 사건 묶음을 계속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 차이는 숫자를 읽는 순서를 바꾼다. 데이터베이스의 항목 수는 문서와 절차의 풍부함을 보여주지만, 보고서의 사건 수는 연구진이 정한 분석 단위를 따른다. 따라서 ‘데이터베이스에 4800개가 보이는데 왜 보고서는 3600건이냐’는 질문에는 누락이 아니라 집계 단위의 차이로 답하는 편이 정확하다. 반대로 서로 다른 보고서의 총계를 단순히 이어 붙여 증가폭을 계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정의는 비슷하지만, 기간과 포착 범위가 다르다


유엔환경계획 2023년 보고서는 사빈센터의 정의를 따라, 기후변화의 완화·적응 또는 기후과학과 관련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쟁점이 실질적으로 제기된 사건만을 기후소송으로 본다. 기후변화가 단지 스쳐 지나가는 언급에 그치거나, 기후 차원이 없어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 사건은 제외한다. 이 기준은 넓어 보이지만 아무 환경소송이나 넣는 방식은 아니라는 뜻이다.

런던정경대 2026년 보고서도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분석했지만, 2025년 사건 동향과 2026년 5월까지의 중요한 새 전개를 함께 반영했다. 여기에 독일과 브라질처럼 별도 데이터셋을 참고해 분류를 보완한 부분도 있다. 특히 독일은 기후가 중심 쟁점인 사건만 다시 추려 정량 분석에 넣었고, 데이터베이스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사건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결국 한 보고서는 2022년 말까지의 전 세계 현황을 정리한 상태점검에 가깝고, 다른 보고서는 2025년 동향을 읽기 위한 최신 스냅샷에 가깝다. 총계 비교가 가능하더라도, 같은 해 같은 분모를 놓고 맞붙는 표는 아니라는 뜻이다.


국가별 순위와 승패 통계가 특히 위험한 이유


국가별 건수 비교는 총계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유엔환경계획 2023년 보고서는 2022년 말 기준 한국 사건을 3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 시점까지 데이터베이스에 포착된 사건 수다. 이후 한국에서는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정부의 2023년 기본계획상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가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기후소송의 의미를 오늘 시점에서 설명할 때 2022년 말 집계표만 반복하면 실제 법적 영향과 최근 전개를 놓치게 된다.

승패 분류는 더 복잡하다. 런던정경대 2026년 방법론은 사건 결과를 여러 단계에서 분류한다고 밝힌다. 본안 판결 전이라도 소 제기 허가, 원고적격, 사법심사 가능성 같은 절차 쟁점에서 긍정적 판단이 나오면 우선 유리한 결과로 분류할 수 있고, 이후 1심과 항소심을 거치며 같은 사건의 상태가 다시 바뀔 수 있다. 연구진은 어떤 사건은 당사자에게는 불리하게 끝났더라도 후속 소송에 유리한 법리를 남길 수 있어, 복잡한 사건을 단순한 정량 승패로 재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가 기후소송에서 더 많이 이긴다’는 식의 단정은 대체로 근거가 약하다. 절차상 승리와 본안 승리, 1심 승리와 최종심 확정, 원고 개인의 청구 인용과 제도 변화 유발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도 글로벌 전체 승률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유형별 흐름과 대표 판결의 함의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세 가지 기준


세계 기후소송 수천 건을 판단 근거로 삼으려면 최소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첫째, 무엇을 한 건으로 셌는지다. 개별 절차를 모두 세는지, 하나의 분쟁을 묶어 세는지에 따라 총계가 크게 달라진다. 둘째, 기준 시점이다. 2022년 말 누적치와 2025년 동향 보고서를 같은 선상에서 읽으면 증가 속도를 과장하거나 반대로 축소할 수 있다. 셋째, 결과 분류 방식이다. 절차 판단인지 본안 판단인지, 항소 중인지, 정책 변경으로 이어졌는지까지 나눠 봐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기후소송이 몇 천 건이니 어느 나라가 책임 추세를 주도한다’거나 ‘승소가 급증했으니 각국 정책이 곧바로 바뀐다’는 식의 해석은 통계가 감당하지 못하는 결론이다. 반대로 수치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서 통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유엔환경계획의 2180건과 런던정경대의 3600건 초과는 모두 기후소송이 더 이상 몇몇 상징 사건의 모음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글로벌 법적 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그 장의 실제 크기와 방향을 읽으려면 총계보다 정의, 기간, 중복 처리, 판결 단계라는 설명서를 함께 읽어야 한다.

자료: 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Global trends in climate change litigation: 2026 snapshot(2026.6.25); 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Global trends in climate change litigation: 2026 snapshot ANNEXES(2026.6.25);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Global Climate Litigation Report: 2023 Status Review(2023); 헌법재판소, 2020헌마389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20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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