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이 지역 일자리를 늘렸나…수혜는 창원·사천에 모였지만, 협력사 확산은 더디다
방산 수출이 곧바로 지역 일자리 증가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근 몇 년간 한국산 무기 수출 계약은 크게 늘었지만, 계약 체결 시점과 실제 생산·납품, 협력사 발주, 신규 채용은 같은 해에 움직이지 않았다. 확인 가능한 자료를 종합하면 수혜는 우선 K2 전차·K9 자주포·천무를 만드는 창원권, FA-50을 생산하는 사천권처럼 완성 체계기업이 있는 지역에 집중됐고, 협력사까지 고르게 번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6년 3월 공개한 2021~2025년 무기이전 동향에서 한국의 주요 무기 수출 물량이 2010~2014년보다 2020~2024년에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봤다. 다만 이 통계는 국가 간 주요 무기 이전의 ‘물량’을 비교하는 지표여서, 국내 어느 지역에서 몇 개의 일자리가 생겼는지를 바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수출 증가를 지역 고용 효과로 바꾸려면 실제 생산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 납품 일정이 언제인지, 원청과 협력사에 인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약은 2022년에 컸지만, 고용은 시차를 두고 움직였다
방위사업청 자료를 보면 한국 방산 수출의 분기점은 2022년 폴란드 총괄계약이었다. 당시 폴란드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천무 다련장포를 묶어 대형 계약을 맺었고, 이후에도 K9 추가 계약, 천무 추가 계약, 2025년 K2 전차 2차 계약, 같은 해 필리핀 FA-50 추가 계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계약은 서명 직후 한 해 안에 모두 생산되는 구조가 아니다. 먼저 국내 라인에서 긴급 물량을 빼고, 이후 개량형 개발과 현지 협력, 후속 군수지원이 따라붙는 방식이어서 일자리 효과도 계약 연도와 어긋난다.
이 점은 기업 공시와 현장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K2 전차 1차 계약 당시 수출 물량 대응을 위해 방산 관련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KAI도 2023년 폴란드 수출형 FA-50GF 1호기 출고식을 경남 사천 본사에서 열었고, 2025년 요약재무제표에서는 T-50·KF-21 계열 매출이 2024년보다 늘었다. 수출 효과가 지역에서 보이기 시작한 지점은 계약 발표가 아니라 실제 출고와 매출 인식, 생산라인 가동이 이뤄진 뒤였다는 얘기다.
직접 수혜는 창원과 사천 같은 생산 거점에 먼저 모였다
어디가 먼저 수혜를 봤는지는 생산 거점 위치가 비교적 분명하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을 본점 소재지로 두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창원 1·2·3사업장을 주요 국내 생산 거점으로 제시한다. KAI는 본사를 경남 사천에 두고 FA-50 등 고정익 항공기 생산을 맡고 있다. 대형 수출 계약의 직접 효과가 전국에 균등하게 퍼지기보다, 이런 체계기업 공장과 시험·정비 기능이 모인 지역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구조다.
실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댄 곳도 이 축이었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경남 항공우주제조업 원·하청 간담회에서 국내 항공우주제조업의 약 75%가 경남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고, 같은 해 7월에는 경상남도·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협력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이 협약에서 내세운 핵심 과제는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지방 인재 유치, 기숙사와 통근버스 같은 정주 여건, 협력사 근로조건 개선이었다. 이는 수출이 늘어도 협력사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원청과 같은 속도로 고용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협력사와 지역 전체로 번진 고용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방산 수출이 지역 일자리를 늘렸다는 평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은 ‘누가’ 일자리를 얻었느냐다. 원청의 생산라인 가동률이 높아지고 일부 채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확인되지만, 그것이 곧바로 지역 전체의 안정적인 신규 고용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경남 항공우주제조업 상생협약에서 협력사 장기근속 지원, 신규채용 직무교육, 우수 협력사 채용지원, 외국 숙련인력 활용, 공동 어린이집과 휴게실 조성까지 묶어 지원 항목으로 제시한 것은 협력사 단계의 인력난과 처우 격차가 여전히 병목이라는 뜻에 가깝다.
향후 수혜가 국내에 얼마나 더 남을지도 변수다. 방위사업청과 현대로템 발표를 보면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에는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이 포함돼 있다. 한-폴 방산협력 확대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지역 일자리만 놓고 보면 후속 물량의 일부 생산과 정비 기능이 폴란드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초기 급한 물량은 국내 공장이 맡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고용 파급의 일부는 해외 현지화와 나눠 가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까지 확인되는 결론은 단순하다. 방산 수출이 지역 일자리를 전혀 만들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 수혜는 전국에 넓게 퍼진 ‘고용 붐’이라기보다 창원·사천 같은 생산 거점과 그 주변 협력망에 먼저 모였고, 협력사와 지역 생활권 전체로 퍼지는 속도는 더뎠다. 수출 계약 규모만으로 고용 효과를 말하기보다, 계약 뒤 몇 년에 걸친 실제 생산, 원청·협력사 채용, 정주 여건 개선, 해외 현지생산 비중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자료: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5(2026); 방위사업청, FA-50 대폴란드 수출 이행계약 체결(2022-09-16), K-방산 연이은 낭보, 루마니아 K9 계약(2024-07-10), 새정부 첫 대형 방산수출 계약 확정, 폴란드 K2전차 추가계약 공식 발표(2025-07-02), 필리핀과 FA-50 12대 수출 계약 체결(2025-06-03), 한-폴 방산협력,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발돋움(2025-09-24); 고용노동부, 경상남도-항공우주제조업 원·하청 상생, 현장에서 답을 찾다!(2024-05-29), 경상남도-항공우주제조업, 상생협약으로 미래를 향해 이륙한다!(2024-07-10);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업보고서(2024), 요약재무제표(2025); 현대로템, 보도자료(2022-07-27, 2025-01-2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