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기 비중 높아져도 해외 부품이 수출 변수인 이유…엔진·항전장비 허가가 계약 이행 가른다
국산 무기 비중이 높아졌는데도 해외 부품이 계속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무기 수출은 완제품 한 번에 끝나는 거래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간 엔진·전자장비·소프트웨어·무장 연동장치의 원산지와 재수출 허가까지 함께 따라가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산의 체급은 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1~2025년 기준 한국을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집계했고, 같은 기간 폴란드의 무기 수입 가운데 47%가 한국산이었다. 다만 이 성과가 곧바로 모든 핵심 부품의 완전한 자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상무부가 2025년 공개한 한국 방산 산업 안내서는 방위사업청 자료를 인용해 국내 무기체계 전체 국산화율이 2019년 75.3%에서 2023년 89.6%로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같은 자료는 기동무기체계·함정·통신전자 분야의 국산화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유도무기·항공우주·탄약 분야는 그렇지 않았다고 적었다. 평균 국산화율이 올랐더라도 수출에서 병목이 되는 부품이 특정 분야에 남아 있으면 계약 이행의 제약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산화율이 높아도 ‘원산지 규정’은 따로 움직인다
무기체계의 국산화율은 보통 전체 체계에서 국내 기술과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출 현장에서는 평균치보다 어떤 부품이 외국산인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2025년 해외국방조달시장 가이드북은 방산 수출 허가 신청 서류로 최종사용자 증명서, 기술이전 계약서와 함께 ‘외국정부의 허가 필요시 해당 국가의 허가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만든 무기라도 그 안에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부품이나 기술이 들어 있으면, 한국 정부 허가와 별개로 원제작국 또는 원기술 보유국의 승인 문제가 남는 구조다.
방위사업청이 2021년 내놓은 부품국산화 사업 설명도 같은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수출연계형 부품국산화 사업을 신설하면서, 수입부품 원제작사의 수출허가 문제 때문에 생기는 수출 애로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예시로는 ‘K2전차용 디젤엔진용 엔진 제어장치’를 수출 제한 품목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완성품이 한국산이냐가 아니라, 완성품 안의 특정 부품이 어느 나라의 기술·허가 체계에 묶여 있느냐는 데 있다.
엔진은 왜 대표적인 제약 사례가 됐나
엔진은 수출 제약을 설명하기 가장 쉬운 부품이다. K9 자주포에 들어가던 엔진은 그동안 독일 MTU 엔진을 기반으로 STX엔진이 면허생산해 왔다. 방위사업청은 2024년 국내 첫 K9 국산 엔진 개발 성과를 설명하면서, 외국산 부품에 요구되던 추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화가 단지 기술 자립의 상징이 아니라, 제3국 허가 절차를 줄여 납기와 계약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점을 정부가 직접 확인한 셈이다.
기업 공시에서도 이런 흐름은 읽힌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하는 K2 전차용 엔진 공급 계약이 2022년 12월 체결됐고 계약금액은 1830억4000만원, 종료일은 2025년 12월 31일이라고 적혀 있다. 전차 체계는 한국 업체가 수출하더라도, 실제 계약 이행은 엔진 같은 세부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성립한다는 뜻이다. 국산 엔진 확보 여부는 단순한 부품 조달 문제가 아니라 장기 공급, 정비, 후속 수출까지 연결되는 변수다.
전자장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외 부품 의존의 범위는 엔진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로템이 공개한 K2 전차 소개 자료만 봐도 위성항법과 관성항법, 전장관리체계, 포수·전차장 조준경, 표적 탐지·추적 같은 전자·광학 장비가 핵심 성능을 좌우한다. KAI의 2025년 FA-50 브로슈어 역시 F404-GE-102 엔진과 함께 AESA 레이더, 디지털 항전장비, 전술데이터링크, 표적지시장비 등 복수의 전자장비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 체계는 부품 하나의 제조국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연동, 시험인증, 무장 통합 승인까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완제품의 국산 비중이 높아도 수출 조건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다만 이를 곧바로 ‘한국 무기는 국산화가 부족해 수출이 어렵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 수치는 반대 방향도 보여준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권 수출국으로 올라섰고, 폴란드처럼 대규모 구매국에서도 주요 공급국 지위를 확보했다. 문제는 수출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쟁력이 커질수록 납기·재수출 승인·현지생산·후속군수지원 같은 공급망 조건이 더 중요해졌다는 데 있다.
‘국산화’는 비율보다 병목을 봐야 한다
결국 독자가 구분해 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국산화율 상승은 사실이다. 둘째, 그 수치만으로 수출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출계약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체계 전체 평균이 아니라 엔진, 제어장치, 항전장비, 데이터링크처럼 대체가 어려운 병목 부품이 국내 공급망으로 전환됐는지, 그리고 외국 정부 승인 없이도 납품과 유지가 가능한지다.
그래서 국산 무기 비중이 높아졌는데도 해외 부품은 여전히 중요하다. 국산화의 효과는 생산단가 절감이나 기술 상징성에만 있지 않고, 특정 부품 원산지 때문에 계약이 지연되거나 수출 대상국이 제한되는 위험을 줄이는 데 있다. K방산의 다음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한국에서 만들었는가보다, 수출 허가와 후속 지원까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품을 어디까지 넓혔는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자료: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5(2026); U.S. Commercial Service, South Korea – Defense Industry Equipment(2025); 방위사업청, 방산 수출, 부품국산화가 선도한다(2021.8.9.); 국방기술진흥연구소, 2025 해외국방조달시장 가이드북-독일(2025); 연합뉴스, S. Korea produces 1st homegrown engine for K9 howitzer(2024.9.27.); HD현대인프라코어, 사업보고서(2025.3.17. 공시); 현대로템, K2 전차 제품 소개 페이지(열람 2026.10.16.); KAI, FA-50 Brochure(202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