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년 만에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관행 재검토 나서나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한쪽은 멈춰 서고 다른 쪽은 급한 발걸음이 지나가는 장면이 일상이 된 지 수십 년. 정부가 안전사고 예방을 내세워 ‘두 줄 이용’ 원칙을 다시 공론장에 올리면서, 굳어진 이용 습관을 바꾸는 논의가 본격화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달 29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국민, 전문가와 함께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한 줄·두 줄 이용을 둘러싼 쟁점을 폭넓게 다룬다.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안전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련 자료를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에스컬레이터 중대사고는 135건으로 집계됐고, 이 중 66.7%인 90건이 이용자 과실로 분류됐다. 과실 사고의 77.8%는 넘어짐이었으며, 피해자 중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상당했다. 한 줄로 서 있는 상황에서 뒤따라 걷는 승객을 피해 비켜서다 균형을 잃거나, 이동 중 앞사람과 충돌하는 위험이 반복되는 현실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모두가 멈춰 서서 이동하는 두 줄 이용이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설비 측면의 부담도 거론된다. 행정안전부 연구용역에서는 이용객이 특정 측면에 몰릴 경우 그쪽 체인 휠과 가이드레일의 마모율이 반대편보다 95% 이상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고, 대규모 수리 주기가 15~20%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용 습관이 장비 수명과 유지관리 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안전과 더불어 공공시설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제도나 캠페인만으로 시민의 이동 행태를 곧바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한쪽 통로를 비워두고 빠르게 걸어 이동하는 문화는 이미 일상 깊숙이 뿌리내렸다. 역사적으로도 방향은 몇 차례 바뀌었다. 1998년 정부와 시민단체가 한 줄 서기를 알리며 확산의 물꼬를 텄고, 2002년 한일월드컵 전후로 전국적 관행이 됐다. 이후 편마모와 사고 문제가 제기되자 2007년에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됐으나, 시민 호응과 효과 논란 속에 2015년 중단됐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올해, 정부는 다시 두 줄 이용 문화 정착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이번 토론회의 구성은 정답을 미리 정하지 않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한 줄과 두 줄 중 무엇이 옳은지의 단순 대립을 넘어, 실제 사고 원인과 이용 행태, 설비 특성, 유지관리, 제도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당장 강제나 단속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삼는 접근이다. 공공안전의 필요와 시민 편의 간 균형을 찾기 위해서다.
관건은 현장의 설득력이다. 통행 속도를 앞세우는 이용자와 안전·유지관리 리스크를 줄이려는 공공의 목표가 만나는 지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계단과 통행로가 충분하지 않은 환승 동선, 혼잡 시간대의 급박한 이동 수요 등 현실적 제약 속에서 시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용 원칙을 마련해야만 생활 속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두 줄 이용’ 재검토는 결국 공공의 안전 기준과 시민의 오랜 습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사고와 편마모를 줄이려는 명분이 통계와 연구로 뒷받침된 만큼, 제도의 방향을 가다듬는 과정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출퇴근길 한 발의 속도를 포기해야 하는 시민에게 납득 가능한 이유와 체감 가능한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착은 요원하다. 정부가 마련한 공론장에서 어떤 대안이 제시될지, 그리고 그것이 일상의 행동 변화를 이끌 근거와 설득을 갖추게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