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시대라더니…20대는 왜 다시 책 곁으로 갔을까

한국인은 책을 점점 덜 읽는다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였다. 지난 1년 동안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 가운데 일반도서를 한 권 이상 읽거나 들은 성인이 10명 중 4명에도 못 미쳤다는 뜻이다.
성인 한 명이 1년 동안 읽거나 들은 책도 평균 2.4권이었다. 2023년 조사와 비교하면 종합독서율은 4.5%포인트 떨어졌고 독서량은 1.5권 줄었다.
그런데 연령별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만 19~29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2023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전체 성인 독서율이 크게 내려간 상황에서 20대만 소폭이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도서전 방문과 야외독서, 필사, 책 교환 같은 새로운 독서 활동을 청년층 변화의 배경으로 함께 짚었다.
책을 읽는 사람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기보다, 책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쪽에 가까운 변화다.
책을 읽는 장소가 집과 도서관에서 벗어났다
독서라고 하면 조용한 방이나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최근 젊은층의 독서는 조금 다르다.
공원이나 한강변에 모여 각자 책을 읽는 야외독서가 등장하고, 독립서점과 북페어를 찾아 새로운 책을 구경하는 것도 독서문화의 일부가 됐다.
책을 읽은 뒤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든 문장을 사진으로 찍거나 손으로 옮겨 쓰고, 읽은 책을 다른 사람과 바꾸는 활동도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2025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근 청년층에서 도서전 방문과 야외독서, 필사, 교환독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책의 역할도 조금 바꾼다.
과거에는 독서가 혼자 하는 활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책을 중심으로 장소를 찾아가고 사람을 만나며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활동으로 넓어지고 있다.
한 권을 끝까지 읽어야만 독서일까
읽는 매체도 달라졌다.
현재 국민 독서실태 조사의 ‘종합독서’에는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과 소리책, 즉 오디오북도 포함된다.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거나 이동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조사에서는 독서활동으로 집계된다.
20대처럼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한 세대에게는 책을 읽기 위해 반드시 종이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잠들기 전 전자책을 조금 읽고, 출근길에는 오디오북을 듣고, 주말에는 서점에서 종이책을 고르는 식으로 하나의 사람이 여러 방식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번 조사에서 20대 독서율 증가와 함께 전자책과 오디오북 이용 확산을 주요 변화로 제시했다.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리에서 읽는 것만을 독서라고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읽는 것보다 ‘옮겨 쓰는 것’이 다시 유행한다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손으로 문장을 적는 필사가 유행하는 점도 흥미롭다.
필사는 책의 일부 문장을 노트에 직접 옮겨 쓰는 활동이다.
효율만 따진다면 마음에 드는 문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복사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 하지만 필사는 한 글자씩 직접 써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장을 천천히 읽게 된다.
짧은 영상이나 소셜미디어처럼 몇 초마다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는 환경과는 정반대다.
앞선 아날로그 취미의 유행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AI가 글을 요약하고 긴 문서를 몇 초 만에 정리해주는 시대에,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한 문장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손으로 옮겨 쓰는 시간을 선택한다.
필사의 목적도 꼭 책 한 권을 완독하는 데 있지 않다.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찾아내고 남기는 과정 자체가 독서 경험이 된다.
책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북페어를 보러 간다’
젊은층 독서문화에서 빼놓기 어려운 것이 도서전과 북페어다.
대형서점에서는 잘 만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이나 소규모 출판사의 책을 직접 보고 제작자를 만나는 행사가 하나의 문화행사처럼 자리 잡았다.
책을 사는 것뿐 아니라 표지와 디자인을 구경하고, 독립출판물을 발견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경험이 함께 소비된다.
이런 현상은 독서를 다른 문화생활과 가까워지게 만든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고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듯, 책을 매개로 특정 공간과 행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책 판매량만 보면 젊은층의 새로운 독서문화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책을 읽는 행위와 책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화활동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도 하나의 취향이 됐다
책을 읽는 모습을 공유하는 문화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과거 독서는 개인적인 활동에 가까웠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굳이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이유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책 표지나 밑줄 친 문장, 서점 방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이러한 청년층의 흐름을 ‘독서 공유’ 문화와 함께 바라봤다.
책이 지식 습득 수단인 동시에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물건이 된 것이다.
무슨 음악을 듣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가 취향을 나타내듯 어떤 책을 읽고 어느 서점을 찾는지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이 때문에 읽은 책을 소유하는 것뿐 아니라 책 표지와 문장, 책이 놓인 공간까지 하나의 문화 이미지로 소비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독서 인구가 다시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대의 변화만 보고 한국의 독서문화가 회복되고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전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여전히 낮아지고 있다.
2025년 조사에서 성인 독서율은 38.5%로 2023년보다 4.5%포인트 떨어졌고 연평균 독서량도 2.4권에 그쳤다.
20대의 독서율 역시 75.3%로 높지만 2023년보다 증가한 폭은 0.8%포인트에 불과하다.
큰 반등이라기보다 하락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해석하는 편이 정확하다.
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얼마나 깊게 읽었는지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짧은 책 한 권을 읽은 사람과 매달 여러 권을 읽는 사람 모두 독서율에서는 같은 ‘독서자’로 잡힌다.
따라서 독서율 하나만으로 독서문화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독서의 경쟁 상대가 다른 책이 아닌 시대
책이 놓인 환경도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차지하려는 콘텐츠는 많아졌다.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게임, 웹툰, 소셜미디어, 짧은 영상이 스마트폰 하나 안에서 끊임없이 경쟁한다.
책의 경쟁 상대가 다른 책이 아니라 휴대전화 화면 속 모든 콘텐츠가 된 셈이다.
그런 환경에서 젊은층 일부가 독서를 다시 선택한다면, 책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만 소비되기는 어렵다.
짧은 시간에는 전자책을 읽고 이동할 때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책을 읽기 어려우면 한 페이지를 필사하고, 혼자 읽기가 지루하면 야외독서나 독서모임에 참여한다.
독서를 일상에 넣는 방법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책보다 ‘책과 보내는 시간’을 찾는 사람들
20대 독서율의 소폭 상승을 두고 젊은 세대가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하면 변화의 절반만 보게 된다.
실제로 나타나는 모습은 종이와 디지털, 혼자 읽기와 함께 읽기, 읽기와 쓰기가 섞인 형태에 더 가깝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종이책을 사고, 온라인에서 책 정보를 찾은 뒤 오프라인 북페어에 간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다른 사람과 책을 바꾸기도 한다.
한국 성인의 전체 독서율은 여전히 낮아지고 있다. 그 흐름을 뒤집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책이 사라지는 것과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20대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사람들이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전통적인 독서만 고집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시간에 맞게 책과 만나는 방법을 다시 만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 한쪽에서는, 책 곁에 머무는 새로운 방법도 함께 생겨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