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우주

누리호 5차 발사, 로켓만 준비해서는 못 쏜다

드론·선박·항공기 통제부터 발사체 잔해 수습까지 점검

12개 기관 예방통제·19개 기관 재난대응…10월 7일 발사 예정

누리호 5차 발사를 앞두고 육상과 해상, 공중을 아우르는 안전통제 훈련이 실시됐다.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통제구역에 선박이나 항공기, 드론이 들어오면 발사는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

비행을 시작한 뒤 경로를 이탈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상의 인명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발사체의 추진을 멈추고 기체를 파괴하는 비행종단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이후에는 잔해 수색과 산불 진화, 해상 방제 등 국가 재난대응체계가 가동된다.

우주항공청은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5차 발사에 대비한 안전통제와 재난대응 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훈련은 발사 성공 여부를 기술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발사체와 발사장, 통제기관, 지역사회가 동시에 작동해야 실제 발사가 가능하다.


발사안전은 엔진 점화 전에 시작된다


누리호 발사 준비의 중심은 발사체 조립과 시험이다. 그러나 발사 당일에는 나로우주센터 안팎의 인원과 차량, 발사경로에 있는 선박과 항공기까지 통제해야 한다. 통제구역에 외부 물체가 들어오면 정상 발사를 보장할 수 없다.

우주항공청은 6월 18일 정부와 군,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발사안전통제협의회를 구성했다. 기관별 역할과 협력 사항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한 조직이다. 7월 15일에는 기관 협력관과 현장책임자가 상황실에 모여 도상훈련 방식의 지휘조 훈련을 실시했다.

9월 3일 종합훈련에는 정부와 군, 경찰, 지자체 등 12개 기관이 참여했다. 발사 당일과 같은 조건을 설정하고 육상·해상·공중 통제 절차를 점검했다. 지휘조가 문서와 상황판을 이용해 절차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실제 현장 대응 단계로 훈련 범위를 넓힌 것이다.

발사체의 기능시험이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안전통제 훈련은 기관과 사람의 연결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어느 한 기관의 상황 전달이 늦어져도 발사 시각을 놓칠 수 있다.


드론 한 대도 발사를 멈출 수 있다


이번 훈련은 비인가 무인기인 드론이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출현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선박과 항공기가 통제구역에 무단 진입하는 상황도 포함됐다. 발사장 주변의 테러와 화재, 폭발 대응 절차도 점검 대상에 올랐다.

드론은 크기가 작아도 발사장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발사체나 지상설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촬영장비를 이용한 보안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발견된 드론의 위치와 비행 방향, 조종자 확인 여부를 관계기관이 신속하게 공유해야 한다.

해상과 공중 통제는 발사경로와 연결된다. 누리호는 발사 후 남쪽 방향으로 비행하며 단계별로 분리된다. 낙하가 예정된 해역에 선박이 들어가거나 비행경로 인근 공역에 항공기가 진입하면 인명 피해 위험이 발생한다.

통제기관은 발사 전에 선박과 항공기의 진입 여부를 확인한다. 침범이 확인되면 퇴거 조치를 완료한 뒤 발사 가능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정해진 발사 가능 시간 안에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일 발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우주항공청은 주민 대피와 인원·차량 통제도 훈련했다. 발사장 내부의 기술적 안전과 지역 주민의 안전을 같은 체계 안에서 다루기 위한 조치다. 자세한 훈련 시나리오는 우주항공청의 발사안전통제 종합훈련 자료에 공개돼 있다.


경로 이탈하면 비행종단시스템 작동


발사체가 이륙한 뒤에는 비행경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누리호가 예정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 지상이나 해상의 안전을 위협하면 비행종단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비행종단시스템은 비정상 비행을 계속하도록 두지 않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발사체의 추진을 중단하고 필요하면 기체를 파괴해 피해 범위가 커지는 것을 막는다. 임무 성공보다 인명과 재산 보호를 우선하는 장치다.

발사체 파괴가 사고 대응의 끝은 아니다. 기체가 공중에서 파괴되면 잔해가 넓은 지역에 흩어질 수 있다. 남아 있는 추진제와 화약류는 화재와 환경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3일 실시된 ‘2026년 인공우주물체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이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현했다. 누리호가 고흥군 인근 상공에서 폭발한 뒤 잔해가 육상과 해상에 떨어지고, 산불과 해상 연료 유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난을 가정했다.


예방통제와 사고수습은 역할이 다르다


발사안전통제 종합훈련과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서로 다른 단계에 초점을 맞춘다. 12개 기관이 참여한 발사안전통제는 비인가 드론과 선박, 항공기 진입을 막고 발사장 주변을 관리하는 예방적 통제에 무게를 둔다.

안전한국훈련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등 19개 기관이 참여했다. 비행종단시스템 작동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인명·시설·환경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이 중심이다.

토론훈련에서는 사고 상황 전파와 재난 수준 판단, 위기경보 발령, 비상대응기구 운영, 수습·복구 절차를 확인했다. 현장훈련에서는 잔해의 위치를 찾아 분석하고 산불을 진압했다. 해상 통제와 방제, 사고 현장 출입 통제도 진행됐다.

발사체 잔해에는 추진제와 위험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위치를 찾았다고 곧바로 일반 인력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성 분석과 현장 통제, 수거와 운반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해상에 연료가 유출되면 피해 범위가 조류와 기상에 따라 달라진다. 해경과 방제기관, 지자체가 동시에 움직여야 확산을 줄일 수 있다. 육상과 해상에서 재난이 함께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이유다. 훈련 결과는 연합뉴스의 우주항공청 발표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개 위성 싣는 5차 발사


누리호 5차 발사 예정일은 10월 7일이다. 기상이나 우주환경 등 돌발변수를 고려한 예비기간은 10월 8일부터 14일까지다. 발사 시각은 낮 12시 23분부터 오후 1시 23분 사이에서 당일 확정된다(우주항공청, 2026).

이번 발사에는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총 15기가 실린다. 누리호 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위성을 탑재한다. 초소형군집위성 2∼6호를 동시에 궤도에 투입하는 첫 임무이기도 하다.

초소형군집위성은 고빈도·정밀 관측을 통해 국가안보와 재난 대응에 활용된다. 같은 지역을 다시 촬영하는 주기를 줄이려면 여러 위성을 정해진 궤도에 정확히 배치해야 한다. 발사체의 비행뿐 아니라 위성별 분리 순서와 시점이 임무 성패에 영향을 준다.

큐브위성 10기에는 국산 소자·부품 검증위성 1기와 큐브위성 경연대회 선정 위성 2기, 공모위성 7기가 포함된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개발한 위성이 같은 발사체를 이용한다. 한 번의 발사 실패가 여러 기관의 연구 일정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와 추적시스템의 성능확인시험은 완료됐다. 누리호 단간 조립과 화약류 장착 등 총조립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발사 일정과 탑재위성 구성은 우주항공청의 누리호 5차 발사 계획에 담겨 있다.


반복 발사 시대에는 안전도 표준화해야


누리호 5차 발사는 한국 우주수송체계가 개발 단계에서 반복 운용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정부 연구기관이 중심이던 발사체 제작과 운용에서 민간기업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5호기 제작과 발사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축적한 기술과 운용 경험을 기업으로 이전해 민간 주도의 발사 서비스 기반을 만드는 것이 사업의 방향이다.

민간 중심의 우주산업을 만들려면 발사 빈도가 늘어나야 한다. 발사 횟수가 증가하면 안전통제도 매번 임시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에 머물 수 없다. 기관별 권한과 책임, 상황 전달 체계, 발사 중단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발사 지연은 기업과 위성 개발기관의 비용을 높인다. 반대로 일정 부담을 이유로 안전 기준을 낮추면 산업 전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복 발사의 경쟁력은 발사 횟수와 성공률뿐 아니라 위험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5월 산업계 간담회에서 안정적인 발사 기회 확보와 민간 주도 우주수송체계 전환을 논의했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5차 발사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관련 내용은 우주항공청의 우주수송 산업 간담회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공 판단은 탑재위성 분리까지 이어진다


발사 당일까지 남은 변수는 기상과 우주환경, 통제구역 관리다. 바람과 낙뢰 가능성, 구름 상태가 발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비행경로에서 다른 우주물체와 충돌할 가능성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

발사체와 탑재위성의 상태도 마지막까지 확인한다. 15개 위성이 정해진 순서로 분리되는 만큼 각 위성의 전기적 연결과 분리장치가 정상 작동해야 한다. 발사 직전 점검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일정은 예비기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

누리호가 발사대를 떠나는 장면은 임무의 시작이다. 발사체가 예정된 비행경로를 유지하고 목표 궤도에 도달한 뒤 15개 위성을 정상적으로 분리해야 임무를 완수한다. 지상에서는 그동안 육상과 해상, 공중의 안전이 유지돼야 한다.

3일 훈련은 누리호의 실패 가능성을 부각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발사 성공의 범위가 엔진과 궤도 진입을 넘어 공공안전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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