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

서비스가 세계 중간투입의 71% 차지

제조업 경쟁력도 설계·소프트웨어·물류가 좌우

UNCTAD가 서비스가 세계 무역의 중간투입과 수출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서비스는 세계 수출의 27%를 차지했고 디지털로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는 서비스 수출의 56%에 달했다. 최빈개도국의 비중은 0.6%였다.

서비스는 세계 중간투입의 71%를 차지해 제조업 수출의 경쟁력도 소프트웨어·설계·금융·물류 역량에 좌우된다.

서비스는 제조업 밖의 부문이 아니다

서비스는 제조업과 떨어진 별도 영역이 아니다. 반도체 설계, 공장 소프트웨어, 물류, 보험, 금융, 특허와 사후관리 비용이 제품 가격과 납기에 들어간다. 완성품 수출액만 보면 실제로 어느 나라가 부가가치를 가져갔는지 놓칠 수 있다.

UNCTAD가 말하는 서비스 중간투입에는 기업 간 거래가 많이 포함된다.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지 않아도 연구개발, 회계, 통신과 운송이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서비스의 비중이 커질수록 산업분류만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나누는 설명은 현실을 놓치게 된다.

서비스가 제조품 가치에 들어가는 경로는 설계에서 판매 이후까지 이어진다. 반도체와 자동차에는 연구개발·소프트웨어·디자인이 들어가고, 수출 뒤에는 물류·보험·클라우드·정비가 붙는다. 통관통계에는 완제품 가격으로 잡히더라도 이 가운데 어느 나라의 서비스 기업이 수익을 가져가는지에 따라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가 달라진다. 수출액만 늘었다고 산업의 몫이 같은 비율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전달 서비스가 빠르게 커졌다

디지털 전달 가능 서비스는 국경을 넘어 원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전문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통관 기록이 분명한 상품보다 거래와 가치 측정이 어려워 통계의 시차와 누락도 생긴다.

디지털 서비스는 물리적 국경을 넘지 않고도 수출할 수 있지만 규제 장벽은 남는다. 개인정보 이전, 현지 인증, 세금과 데이터 저장 의무가 공급비용을 바꾼다. 플랫폼 수수료와 결제망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면 매출 증가가 국내 부가가치 증가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디지털로 전달되는 서비스는 거리의 장벽을 낮추지만 규모의 경제를 키운다. 한 번 만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여러 나라에 공급할 수 있어 선도기업은 빠르게 커진다. 반면 결제와 앱마켓, 클라우드를 소수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면 중소 공급자는 수수료와 노출규칙을 스스로 정하기 어렵다. 데이터 이동과 경쟁정책이 무역정책의 일부가 되는 배경이다.

서비스 무역 통계도 읽는 기준이 필요하다. 국경 간 디지털 공급과 해외 법인을 통한 현지 판매, 사람이 이동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집계될 수 있다. 명목금액 증가에는 가격과 환율의 영향도 들어간다. 제조품 안에 포함된 서비스 부가가치는 별도 추정이 필요하므로 한 지표만으로 국가 경쟁력을 순위화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제조업이 봐야 할 부가가치

한국 제조업은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계도구, 데이터 분석, 원격 유지보수, 국제물류를 묶어 팔아야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 서비스 수입 의존도가 높다면 상품 수출이 늘어도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제품 판매 뒤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갱신에서 반복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정비, 에너지 관리와 설계 서비스는 가격 경쟁을 완화한다. 다만 고객 데이터의 권리와 사이버보안 책임을 계약에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 제조기업은 제품에 서비스를 붙이는 데서 새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장비의 고장을 예측하고 에너지 사용을 관리하며 고객별 기능을 구독으로 제공하면 판매 이후 관계가 길어진다. 다만 소유권과 수리권, 데이터 사용범위를 계약에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고객이 공급자에 묶이거나 보안사고 책임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서비스화는 기술개발과 계약 역량을 함께 요구한다.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시장도 좁아진다

최빈개도국의 디지털 서비스 수출 비중이 낮다는 점은 시장 접근과 인프라 격차를 보여준다. 연결망, 결제, 인력, 데이터 규범이 부족하면 온라인 거래의 문이 열려도 실제 공급자가 되기 어렵다. 격차 축소는 세계 수요 확대와도 연결된다.

개발도상국이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가 되려면 해저케이블과 데이터센터만으로 부족하다. 언어·기술 교육, 해외 결제, 중소기업의 계약 역량과 경쟁정책이 필요하다. 특정 플랫폼에 수익이 집중되면 연결성 확대가 현지 일자리와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국가 간 격차는 인터넷 접속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해외 고객과 계약하고 대금을 회수할 금융망, 전문인력, 분쟁해결과 개인정보 보호가 갖춰져야 기업이 국경 밖에서 서비스를 팔 수 있다. 여성과 청년이 디지털 노동에 진입해도 불안정한 외주에 머문다면 수출 증가가 포용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UNCTAD의 문제 제기는 연결망 확대 이후 누가 가치와 협상력을 갖는지까지 보라는 뜻이다.

정부의 지원은 플랫폼 하나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해외 계약서와 세금, 보안 인증을 감당할 공동 서비스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수출 실적을 기업 수와 반복매출, 국내 고용과 부가가치로 나눠 공개하면 일부 대기업의 거래가 전체 생태계 성장으로 보이는 착시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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