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I 계산 부담 줄일 수학 연구 착수…정보 압축으로 학습 효율 높일 수 있을까
리켄 AIP가 9월 18일 소개한 JST-ERATO 프로젝트, 2026년 10월부터 2032년 3월까지 진행
도쿄대·리켄의 스즈키 타이지가 총괄…자율적 정보 압축·조직화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AI 목표
계산 효율은 선언이 아니라 검증 대상…정확도·시간·메모리·전력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계속 키우지 않고도 AI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일본이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는 장기 연구를 2026년 10월 시작한다. 리켄 산하 AIP는 9월 18일 JST-ERATO의 ‘SUZUKI Mathematical AI Informatics’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JST도 별도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연구 기간을 2026년 10월부터 2032년 3월까지로 명시했다.
연구책임자는 도쿄대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교수이자 리켄 AIP 딥러닝 이론팀 디렉터인 스즈키 타이지다. JST 설명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가 제한된 자원으로도 학습하는 방식에 착안해, 정보를 스스로 압축하고 조직화하는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설계하고 대규모 계산 시연으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이 여기서 내세운 핵심은 더 큰 모델을 더 오래 돌리는 확장 경쟁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AI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모델을 줄이는 일’과 ‘학습을 효율화하는 일’은 다르다
정보 압축은 흔히 모델 경량화와 같은 말처럼 쓰이지만, 연구의 초점은 그보다 넓다. 압축은 단순히 파라미터 수를 줄이는 작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표현 속에서 예측에 필요한 구조를 보존하면서 불필요한 중복을 덜어내는 문제에 가깝다. 따라서 작은 모델이 곧바로 더 좋은 학습 효율을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정확도를 내기 위해 필요한 학습 데이터의 양, 반복 계산 횟수, 메모리 사용량, 추론 속도, 전력 소모가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AI 경쟁이 대체로 ‘스케일링 법칙’ 위에서 전개돼 왔기 때문이다. JST는 현행 AI가 계산 자원의 과도한 소비와 환경적 우려를 낳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계산 부담을 줄인다는 말만으로 연구 성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확도를 기준으로 했는지, 어떤 하드웨어에서 얼마나 오래 학습했는지, 데이터 전처리와 실험 조건이 같았는지까지 공개돼야 비로소 효율 개선을 비교할 수 있다.
일본이 내건 것은 ‘수학적 AI’…설명 가능한 압축 규칙 찾기
이번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한 응용기술 개발이 아니라 ‘Mathematical AI Informatics’라는 새 학문 틀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데 있다. JST는 이 프로젝트가 자율적 정보 압축을 이론 주도로 설계하고, 이를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투명한 AI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투명성은 결과를 잘 설명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어떤 정보가 선택되고 버려졌는지의 원리를 분석할 수 있는 상태에 더 가깝다.
프로젝트에는 스즈키 연구그룹의 수리 지능, 이마이즈미 연구그룹의 지능 동역학, 이토 연구그룹의 상호작용 학습, 소노다 연구그룹의 자동화 수학 등 4개 그룹이 참여한다. 구성만 보면 목표는 하나의 알고리즘 발표보다 넓다. 이론, 학습 과정, 상호작용, 수학 자동화까지 묶어 정보 압축을 AI의 중심 원리로 재설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는 연구 소개 단계여서 각 그룹의 세부 평가 지표나 계산 자원 조건, 연차별 결과 공개 방식까지는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효율과 투명성은 목표, 성과는 아직 아니다
이 시점에서 구분해야 할 것은 연구의 ‘방향’과 ‘검증된 성과’다. 리켄 AIP의 9월 18일 공지는 프로젝트 출범 소개이고, 실제 연구 기간은 10월에 시작된다. 다시 말해 지금 확인되는 사실은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과 JST가 계산 자원 확대 의존을 줄이는 이론 기반 AI 연구에 본격 투자했다는 점이지, 이미 전력 절감률이나 정확도 개선치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독자가 이후 성과를 판단할 때는 몇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첫째, 압축 뒤에도 같은 수준의 정확도나 강건성이 유지되는가. 둘째, 학습 단계와 추론 단계 중 어디에서 계산량이 줄었는가. 셋째, 메모리와 시간 절감이 특정 장비에서만 성립하는가, 아니면 조건을 바꿔도 재현되는가. 넷째, 투명성 향상이 단순한 설명 문구가 아니라 모델 내부 표현과 일반화 성능 분석으로 이어지는가다. 이런 기준이 없으면 ‘효율적 AI’라는 말은 쉽게 홍보 문구가 된다.
왜 지금 이런 연구가 필요한가
생성형 AI 확산 이후 산업은 더 큰 데이터센터, 더 많은 GPU, 더 긴 학습 시간에 기대는 구조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자본과 전력, 공급망이 받쳐줘야 유지된다. 학습비용이 급격히 커질수록 후발 연구자와 중소 연구기관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모델의 내부 작동을 이해하는 이론 연구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이번 일본 프로젝트의 의미는 성능 경쟁의 속도를 당장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AI 발전의 경로를 ‘더 크게’에서 ‘더 잘 압축하고 더 잘 이해하는 쪽’으로 넓혀보겠다는 문제 제기에 가깝다. 데이터와 계산량을 끝없이 늘리지 않고도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확인된 범위의 답은 가능성이 아니라 검증을 시작했다는 수준이다. 다만 연구가 예고한 대로 정확도와 계산량, 메모리와 전력, 그리고 설명 가능성까지 같은 조건에서 입증한다면, AI 효율 논의의 기준 자체를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