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갈색왜성을 천천히 먹고 있다…86.65분마다 도는 300광년 거리 초근접 쌍성
MIT 연구진, ZTF J0440+2325에서 적색왜성과 갈색왜성의 장기 질량전달 포착
‘별이 행성을 삼킨다’는 급격한 사건 사이에, 로슈엽 넘침이라는 느린 중간 단계가 실제로 관측됐다
갈색왜성이 별에 너무 가까워지면 반드시 한꺼번에 삼켜질까. 적어도 이번에는 아니었다. 미국 MIT 연구진은 2026년 10월 5일 발표한 결과에서 약 300광년 떨어진 초근접 쌍성 ZTF J0440+2325를 분석한 끝에, 갈색왜성의 물질이 적색왜성으로 천천히 흘러들어가는 장기 질량전달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천체의 공전 주기는 86.65분이다.
이 관측이 흥미로운 이유는 ‘별이 동반체를 집어삼키는 순간’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 직전 혹은 그와 다른 경로로 이어질 수 있는 중간 상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계를 갈색왜성이 자신의 로슈엽을 넘치면서 물질을 잃고, 그 흐름이 직접 적색왜성 표면에 부딪혀 뜨거운 지점을 만드는 사례로 해석했다. 이는 저질량 별과 아성체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새 범주를 더한 결과다.
한 번의 포식이 아니라, 넘쳐흐르는 물질의 이동
로슈엽은 두 천체가 매우 가까이 돌 때 각 천체가 중력으로 붙잡아 둘 수 있는 영역을 뜻한다. 동반체가 이 경계를 넘으면 바깥층 물질이 상대 쪽으로 새기 시작하는데, 이를 로슈엽 넘침에 따른 질량전달이라고 부른다. 이번 계에서 갈색왜성은 그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삼킴’이 즉각적인 파괴를 뜻하는 사건만은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MIT 설명에 따르면 적색왜성은 목성의 약 85배 질량, 갈색왜성은 약 25배 질량으로 추정된다. 둘의 궤도는 태양 지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좁다. 이처럼 작고 가까운 계에서는 일반적인 행성계처럼 안정적으로 떨어져 도는 상태와, 별 내부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는 상태 사이에 제3의 진화 경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86.65분 주기의 ‘삼각형’ 광도곡선이 말한 것
이 계의 출발점은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마 천문대의 즈비키 과도현상 탐사, 즉 ZTF 자료였다. 연구진은 여러 해 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이한 광도 변화를 봤는데, 초신성처럼 한 번 치솟았다가 사라지는 종 모양도 아니고, 블랙위도우 쌍성처럼 큰 요동을 보이는 형태도 아니었다. 밝기가 일정한 주기로 오르내리며 삼각형에 가까운 파형을 그렸고, 그 주기가 86.65분이었다.
후속 관측과 모형 계산에서 연구진은 이 파형의 원인을 ‘직접 충돌하는 물질 흐름’으로 설명했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처럼 매우 작은 천체가 물질을 빨아들일 때는 보통 원반이 생기지만, 이번에는 물질을 받는 쪽이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적색왜성이어서 유입 물질이 표면으로 곧장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충돌 지점이 뜨거운 핫스폿을 만들고, 공전에 따라 그 영역이 보였다가 가려지면서 독특한 광도곡선이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Nature Astronomy 소개 자료는 다섯 개 파장대의 빛 측정에서 이 밝고 뜨거운 지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왜 이 사례가 새로운가
그동안 천문학계는 분리된 행성계, 그리고 별이 팽창하거나 궤도가 붕괴하면서 동반체를 급속히 집어삼키는 사건을 각각 봐 왔다. MIT는 ZTF J0440+2325를 두 극단 사이를 메우는 첫 직접 관측 사례로 제시했다. 논문 제목도 ‘아성체가 M형 왜성으로 안정적으로 질량을 전달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갈색왜성을 행성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행성급 동반체와 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질량전달률을 연간 지구 질량의 약 10만분의 1 수준으로 추정했다. MIT는 이 속도가 갈색왜성 전체 질량에 비하면 작아 이런 상태가 매우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완전한 흡수까지의 시간을 하나의 값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 확인된 것은 ‘지속 가능한 느린 질량전달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점과, 그 결과가 광도와 표면 가열 형태로 관측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쟁점은 비슷한 계가 얼마나 더 있느냐
이번 발견의 의미는 단일한 진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별과 갈색왜성, 또는 별과 거대 행성이 극도로 가까워졌을 때 어떤 경로로 진화하는지에 관한 관측 목록이 넓어지면, 저질량 쌍성의 형성과 소멸, 가까운 궤도의 행성계 안정성, 최종적으로는 별 주변 동반체의 생존 조건을 더 정교하게 계산할 수 있다. 연구진이 추가적인 유사 계 탐색을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ZTF J0440+2325는 ‘별이 무엇을 언제 삼키는가’라는 질문을 한 단계 세분화한다. 가까운 동반체의 운명은 즉각적 파괴와 완전한 안정 사이 둘 중 하나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 물질을 조금씩 잃으며 상대를 먹이는 상태일 수도 있다. 이번 관측은 바로 그 느린 중간 과정을, 수치와 광도곡선, 그리고 핫스폿의 물리로 보여준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