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신 날 잠을 덜 잤다…실생활 무작위시험의 결과
커피를 마신 날에는 마시지 않은 날보다 수면 시간이 평균 36분 짧았다. 미국 연구진이 2023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발표한 CRAVE 무작위 교차시험에서 건강한 성인 100명을 14일 동안 추적한 결과다. 참가자들은 일상생활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어떤 날은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시고, 어떤 날은 카페인을 피하라는 지시를 번갈아 받았고, 손목형 기기와 연속 심전도, 연속혈당측정기로 변화가 기록됐다.
독자 질문인 ‘커피 섭취가 실생활 수면시간을 얼마나 바꾸나’에 대해 이 연구가 주는 가장 직접적인 답은 이렇다. 평균적으로는 커피를 마신 날 밤 수면이 줄었다. 연구진이 보고한 평균 수면 시간은 커피 섭취일 397분, 카페인 회피일 432분이었다. 다만 이 수치를 곧바로 모든 사람의 개인 결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같은 시험에서도 참가자별 차이는 적지 않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36분이 줄어드는 방식은 아니었다.
실험실이 아니라 일상에서 본 커피와 수면
이 연구가 주목받은 이유는 실험실에 사람을 가둬 두고 한 시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문자로 다음 날의 지시를 보내고, 참가자들은 출근과 이동, 식사, 커피 구매를 포함한 평소 생활 속에서 이를 수행했다. 그래서 ‘커피가 수면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실제 생활 조건에 더 가깝게 살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그만큼 해석에는 조건이 붙는다. 연구 대상은 평균 나이 39세의 비교적 건강한 성인이었고, 만성 불면을 진단받은 환자를 상대로 한 치료 시험은 아니었다. 기사 제목만 보고 커피가 곧 불면증을 만든다고 확대하면 안 되는 이유다. 연구가 보여준 것은 단기적인 수면 시간 감소이며, 장기적인 수면장애의 발생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커피와 카페인을 같은 말로 섞어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번 시험에서 비교한 것은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신 날과 카페인을 피한 날의 차이다. 따라서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간 음료, 디카페인 커피, 에너지음료까지 같은 효과를 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생활 습관 기사에서 흔한 ‘커피는 무조건 몸에 좋다’거나 ‘커피는 무조건 해롭다’는 식의 결론과는 거리가 있다.
평균 효과는 분명했지만 사람마다 차이도 컸다
CRAVE의 또 다른 특징은 평균값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별 반응 차이를 함께 보여줬다는 점이다. 연구진의 후속 해설에 따르면 카페인 대사 관련 유전적 차이에 따라 수면 감소 폭이 더 큰 사람도 있었고, 빠른 대사군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 ‘나는 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잔다’고 말하는 사람이 완전히 틀렸다고만 보기도 어려운 배경이다.
그러나 개인차가 있다고 해서 평균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시험의 무작위 배정 결과만 놓고 보면, 전체적으로는 커피 섭취일의 수면이 줄어드는 방향이 뚜렷했다. 수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나에게도 그럴까’라는 질문을 추상적으로 반복하기보다, 일정 기간 커피 양과 시간을 줄여 보고 실제 수면 변화를 기록해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인 판단에 가깝다.
연구의 한계도 분명하다. 수면 측정은 임상 수면검사실의 정밀 장비가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에 의존했고, 참가자들의 지시 준수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연구진 역시 대체로 지시를 따랐지만 완전한 통제 실험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무작위 배정이라는 설계 덕분에 적어도 단기적인 수면 감소에 대해서는 관찰연구보다 한 걸음 더 강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커피를 줄일지 말지를 고민하는 일반 독자에게 이 연구가 주는 실익은 비교적 단순하다. 건강한 성인 집단 평균으로 보면 커피를 마신 날 잠을 덜 잤다. 다만 그 폭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이 결과를 장기 불면의 진단이나 치료 원칙으로 곧장 바꿔 읽어서는 안 된다. 수면이 가장 우선인 사람이라면 커피의 각성 효과보다 밤 수면 손실이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한 번 점검해 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