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환자도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JAMA DECAF 시험이 보여준 조건부 답
전기적 심율동전환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 200명을 무작위로 나눠 6개월간 추적한 DECAF 임상시험에서, 커피와 카페인을 끊은 군보다 하루 평균 1잔 정도의 카페인 커피를 계속 마신 군의 심방세동·심방조동 재발이 더 적었다. 연구진은 2025년 11월 이 결과를 온라인 공개했고, 2026년 JAMA 본지에 실었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질문인 ‘커피 금기가 실제로 재발을 줄였나’에 대해, 이번 시험만 놓고 보면 답은 ‘그렇지 않았다’에 가깝다.
다만 이 결과를 곧바로 ‘심방세동 환자는 모두 커피를 마셔도 된다’로 읽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은 원래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 가운데 지속성 심방세동으로 전기적 심율동전환을 앞두거나 받은 환자들이었다. 즉, 커피를 평소 마시지 않던 사람, 발작성이 주된 환자, 에너지음료나 고함량 카페인 제품을 찾는 사람에게 그대로 넓혀 적용할 수 있는 연구는 아니다.
무엇을 비교했나
시험은 미국과 캐나다 여러 기관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는 카페인 커피를 계속 마시는 군과 커피·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군으로 1대1 배정됐다. 커피 섭취군은 최소 하루 1잔의 일반 카페인 커피를 권고받았고, 금기군은 카페인 제품은 물론 디카페인 커피도 피하도록 안내받았다.
주요 평가지표는 6개월 안에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이 다시 확인되는지였다. 재발은 심전도, 웨어러블 심전도 기록, 삽입형 기기 기록 등을 의사가 확인한 경우로 잡았다. 단순한 자각 증상만으로 재발을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6개월 추적에서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재발은 전체의 56%에서 확인됐다. 군별로 보면 커피 섭취군은 47%, 금기군은 64%였다. 연구진의 주 분석에서는 커피 섭취군의 재발 위험이 금기군보다 39% 낮은 것으로 계산됐다.
참가자들의 실제 섭취 차이도 분명했다. 두 군 모두 시작 시점의 중앙값은 주 7잔 수준이었는데, 추적 기간 동안 커피 섭취군은 대체로 그 수준을 유지했고 금기군은 주 0잔 수준으로 줄었다. 연구가 의도한 비교가 실제 생활에서도 어느 정도 구현됐다는 뜻이다.
부정맥 가운데 심방세동만 따로 봤을 때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 반면 심방조동만 따로 떼면 발생 건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뚜렷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응급실 방문, 입원, 뇌졸중 같은 이상반응은 두 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왜 해석에 신중해야 하나
이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이라 관찰연구보다 인과 해석에 유리하지만, 표본은 200명으로 크지 않았다. 연구진도 우연한 결과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적었다. 특히 세부 하위군 비교는 통계적 검정력이 충분하지 않아,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더 크거나 작은지 단정하기 어렵다.
맹검이 아니었다는 점도 한계다. 참가자는 자신이 커피를 계속 마시는지, 끊는지 알고 있었다. 또한 재발 탐지 방식이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강제된 것은 아니어서, 일상 진료와 웨어러블 기기 사용에 의존한 실용시험의 성격이 강하다.
금기군의 순응도도 완벽하지 않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금기군에서 아예 커피를 마시지 않은 비율은 69%였다. 반대로 말하면 일부는 금기 지침을 완전히 지키지 못했다는 뜻인데, 이런 점은 두 군 차이를 실제보다 작게 보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섭취량은 자기보고에 의존한 부분이 있어 측정 오차 가능성은 남는다.
한국 독자에게 주는 현실적 의미
이번 시험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적어도 평소 커피를 마시던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가 심율동전환 뒤 재발을 막기 위해 무조건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통념은, 이번 무작위 시험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커피 금기가 재발 감소의 확실한 생활수칙이라고 말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커피를 치료처럼 권할 단계도 아니다. 연구에서 다룬 것은 대체로 하루 1잔 안팎의 일반적인 카페인 커피였고, 고함량 카페인 음료나 에너지음료는 아니었다. 설탕이 많은 커피음료, 카페인 보충제, 수면을 해치는 야간 섭취까지 안전하다고 확대해석하면 연구 범위를 벗어난다.
환자 개인의 증상도 여전히 중요하다. 연구진 역시 일부 사람에게는 커피가 실제 유발 요인일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두근거림, 어지럼, 불면이 뚜렷해지거나 항부정맥제 복용, 다른 심장질환, 임신, 불안장애 같은 변수가 있으면 일반론보다 개인 반응을 우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주는 가장 실용적인 결론은 이렇다. 심방세동 환자라고 해서 커피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근거는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커피를 권장할 근거가 생긴 것도 아니다. 평소 마시던 양의 일반 커피를 계속 마실지 여부는 증상 변화, 수면, 동반질환, 주치의의 치료계획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