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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기업에 기후피해 배상청구는 가능하지만, 승소의 벽은 높다

석유기업에 기후피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 확인되는 흐름은, 소송 제기 자체는 가능해졌지만 실제로 기업에 손해배상 지급을 명하는 확정적 성과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쪽에 가깝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에 기여했다는 점과, 그 기여가 특정 지역의 특정 피해로 이어져 법적으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법정에서 별개의 문턱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배상 소송은 늘었지만, 아직 ‘기업이 돈을 물라’는 판결은 드물다


런던정경대 그랜섬연구소가 2026년 6월 25일 낸 기후소송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새 기후소송 249건이 제기됐고, 1986년 이후 누적 사건 수는 3600건을 넘었다. 사건 접수 국가는 62개국으로 늘었다. 이 보고서는 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 피해 비용을 묻는 이른바 ‘오염자 부담’ 성격의 사건이 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기업에 행동 변화를 명하거나 손해배상 지급을 명한 사례는 없다고 정리했다.

이 지점이 국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과 갈리는 대목이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6년 2월 28일까지 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가의 감축목표 설정 의무를 다툰 공법 사건이지, 특정 기업의 금전 배상 책임을 확정한 민사 손해배상 사건은 아니었다. 기후소송의 승패를 말할 때 정부의 목표 의무와 기업의 배상 책임을 섞어 보면 안 되는 이유다.


과학은 어디까지 왔나…배출 기여도 계산은 빠르게 진전


최근에는 과학 쪽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 ‘Carbon majors and the scientific case for climate liability’는 111개 주요 화석연료 기업의 배출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극한고온 관련 경제손실에 미친 영향을 추정해, 총 28조달러 규모의 손실을 제시했다. 같은 해 네이처의 다른 연구 ‘Systematic attribution of heatwaves to the emissions of carbon majors’는 180개 탄소 메이저의 배출이 개별 열파의 강도와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체계적으로 추적했다.

이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누가 얼마나 더 덥게 만들었는가’를 기업 단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계산하는 작업이 더 이상 불가능한 영역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 결과가 곧바로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는 주로 온난화 기여, 열파 확률 변화, 경제적 추정손실을 다루지만, 법원은 여기에 더해 원고 개인이나 지방정부가 입은 손해의 범위, 그 손해가 해당 기업의 행위와 법적으로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는지, 경고의무나 기망 여부가 있었는지까지 따진다.


실제 재판에선 ‘기여도’보다 ‘개별 피해의 인과관계’가 더 까다롭다


이 차이는 실제 사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독일의 사울 루시아노 류야 대 RWE 사건은 페루 후아라스 인근 빙하호 범람 위험을 이유로 에너지기업 RWE에 비용 분담을 요구한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은 기업 배출과 해외 기후피해를 연결하는 시도를 본안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지만, 2025년 5월 28일 독일 함 고등법원은 원고 주택에 대한 구체적 위험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배출의 일반적 기여 가능성과, 원고 재산에 대한 현재적이고 구체적인 위험 입증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법원이 다시 확인한 셈이다.

반대로 미국 하와이의 호놀룰루시 대 수노코 사건은 지방정부가 해수면 상승, 극한기상, 식수와 기반시설 피해 비용 등을 이유로 화석연료 기업들에 손해배상과 기타 구제를 요구한 사건이다. 하와이주 법원과 하와이주 대법원 단계에서는 관할과 청구 적법성 등을 둘러싼 초기 각하 시도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즉 이런 소송이 법적으로 문턱에서 바로 닫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해배상 책임이 이미 인정된 것도 아니다. 절차를 통과하는 것과 최종 승소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결론은 ‘청구는 가능, 배상 확정은 아직 어려움’


지금까지 확인되는 결론은 비교적 분명하다. 석유기업에 기후피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배출 기여도를 기업 단위로 추적하는 연구도 빠르게 축적되고 있어, 과거보다 소송의 과학적 토대는 두터워졌다. 그러나 실제로 배상을 받아내려면 특정 기업의 배출 기여를 넘어, 그 기여가 특정 피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손해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범위인지, 기업의 경고의무 위반이나 허위·오도 행위가 있었는지까지 개별 사건별로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일으킨 기업이니 곧바로 배상 책임을 진다’고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배출이 전 지구적으로 섞이니 기업 책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도 모두 현재의 자료와 판례 흐름을 단순화한 해석에 가깝다. 2026년 시점의 보다 정확한 답은 이렇다. 기후소송은 기업 손해배상 단계로 분명 이동하고 있지만, 법원이 요구하는 마지막 인과관계의 문턱은 아직 높다.

자료: 헌법재판소, 탄소중립기본법 관련 헌법소원 결정 소개 자료(2024.8.29); 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Global trends in climate change litigation: 2026 snapshot(2026.6.25); Nature, Carbon majors and the scientific case for climate liability(2025); Nature, Systematic attribution of heatwaves to the emissions of carbon majors(2025); Sabin Center for Climate Change Law, City & County of Honolulu v. Sunoco LP 사건 자료; Supreme Court of the State of Hawaii, City & County of Honolulu v. Sunoco LP 판결문(2023); RWE, Climate case against RWE: Hamm Higher Regional Court rejects Peruvian plaintiff’s appeal as unfounded(202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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