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거의 얼음 없는 첫 여름’은 언제 오나…첫 시점보다 중요한 건 배출경로와 정의
북극에서 여름철 얼음이 거의 없는 첫해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에 지금 바로 한 해를 못 박아 답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확인되는 연구들을 비교하면, ‘첫 사례’의 가능 시점은 2030년대까지 앞당겨 보는 분석이 나와 있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적어도 한 번의 ‘사실상 무빙’ 상태가 2050년 이전 9월에 나타날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러나 이 답은 무엇을 ‘얼음이 없는 북극’으로 정의하느냐, 하루를 볼지 한 달 평균을 볼지, 해빙 면적과 해빙 범위 가운데 무엇을 쓸지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실제 관측부터 보면 아직 북극은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2025년 북극 해빙의 연중 최소 범위는 9월 10일 460만㎢였다. 위성관측이 시작된 뒤 낮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구자들이 통상 ‘사실상 얼음이 없는 북극’의 기준으로 쓰는 100만㎢보다는 여전히 크게 높다. 따라서 ‘첫해’는 아직 관측된 사건이 아니라, 정의와 모형에 따라 범위를 달리하는 전망의 문제다.
핵심은 ‘완전 무빙’이 아니라 100만㎢ 기준
일반 독자가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북극해가 완전히 얼음이 0이 되는가’와 과학자들이 말하는 ‘ice-free Arctic’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NSIDC는 북극해의 해빙 범위가 100만㎢ 아래로 내려가면 사실상 얼음이 없는 상태로 본다고 설명한다. 이때도 북극해 연안, 특히 캐나다 북부와 그린란드 북쪽에는 얼음이 일부 남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완전한 무빙’이 아니라, 대부분의 북극해 수역에서 여름철 해빙이 거의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차이가 생긴다. 어떤 연구는 해빙 범위를 쓰고, 어떤 연구는 실제 얼음이 덮인 면적을 뜻하는 해빙 면적을 쓴다. 범위는 바다 격자 안에 얼음 농도가 15% 이상이면 그 칸 전체를 얼음이 있는 것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라, 면적과 숫자가 다를 수 있다. 또 어떤 연구는 9월 평균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연구는 하루 단위 최소값을 본다. 그래서 ‘2030년 이전’과 ‘2050년 이전’이라는 표현이 서로 정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의를 쓰는 결과일 수 있다.
왜 어떤 연구는 2030년대, 어떤 평가는 2050년 이전이라고 하나
IPCC 제6차 평가보고서가 정리한 공통분모는 비교적 분명하다. 북극해는 9월 기준으로 2050년 이전 적어도 한 번은 사실상 얼음이 없는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평가는 특정 한 해를 예언한 것이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와 다수 모형을 놓고 본 범위형 판단에 가깝다.
반면 202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연구는 관측과 모형의 차이를 보정하는 방식으로,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도 9월 ‘거의 무빙’ 북극이 더 이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이 논문은 기존 CMIP6 모형이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북극 해빙 감소를 평균적으로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보고, 관측 제약을 반영하면 첫 9월 무빙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여기서 나온 메시지는 ‘저배출이면 이번 세기 안에는 안 올 수 있다’는 낙관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2024년 발표된 또 다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은 질문을 더 잘게 쪼갰다. 이 연구는 ‘첫 무빙의 하루’에 주목해, 2023년과 비슷한 해빙 상태를 출발점으로 삼을 경우 2030년 이전에 하루 단위 무빙 상태가 나타날 확률이 0이 아니라고 제시했다. 다만 이것은 ‘한 달 평균으로 본 첫 9월 무빙’이나 ‘해마다 반복되는 무빙 여름’과는 다른 질문이다. 상징적으로는 강한 신호지만, 북극해가 안정적으로 여름 내내 무빙 상태에 들어섰다는 뜻은 아니다.
첫해를 가르는 것은 내부 변동성, 이후를 가르는 것은 배출경로
‘예측 연도보다 배출 시나리오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절반만 맞다. 첫 번째 거의 무빙 여름이 정확히 몇 년도에 오느냐는 문제에서는 내부 변동성의 영향이 크다. 같은 온실가스 경로를 넣어도 바람, 해류, 폭풍, 여름철 고온 침입 같은 자연적 변동에 따라 어떤 모형 앙상블은 더 일찍, 어떤 것은 더 늦게 100만㎢ 아래로 떨어진다. 그래서 첫 발생 연도만 놓고 보면 배출 시나리오 차이가 아직 크게 벌어지기 전인 2030년대에는 결과가 겹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 이야기는 달라진다. 첫 한 번의 사건 이후 북극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넓게 여름철 무빙 상태를 보이느냐는 배출경로에 크게 좌우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낮을수록 드문 단발성 사건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배출이 높을수록 9월 한 달을 넘어 8월이나 10월까지 얼음이 크게 줄어드는 빈번한 무빙 여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첫해’는 자연 변동이 흔들 수 있지만, ‘새로운 평균 상태’는 결국 인위적 온난화의 크기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독자가 받아들여야 할 답은 하나의 연도가 아니라 조건부 범위
현재 확인 가능한 근거를 종합하면, 북극에서 여름철 얼음이 거의 없는 첫해는 ‘2030년대부터 가능성이 거론되며, 2050년 이전 첫 사례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하는 편이 가장 정확하다. 다만 이 문장은 하루 기준인지, 9월 평균인지, 해빙 면적인지 범위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기사 제목이나 홍보 문구가 이 차이를 지우면, 서로 다른 연구가 실제보다 더 크게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따라서 독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연도 맞히기보다 두 가지다. 첫째, ‘거의 무빙’은 완전한 얼음 소멸이 아니라 100만㎢ 아래로 떨어지는 과학적 기준이라는 점이다. 둘째, 첫 한 번의 도달 시점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그 상태가 자주 반복되고 여름 기간 전체로 확산될지 여부는 앞으로의 배출 선택에 더 크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자료: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What do scientists mean by “ice-free Arctic”?(2023-10-23);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2025 Arctic sea ice minimum squeezes into the ten lowest minimums(2025-09-17); IPCC,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Summary for Policymakers(2021); NOAA Arctic Report Card 2025, Sea Ice(2025); Kim et al., Observationally-constrained projections of an ice-free Arctic even under a low emission scenario(2023); Jahn et al., The first ice-free day in the Arctic Ocean could occur before 2030(2024)
